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달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를 만난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유지웅 기자]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14일 윤석열씨에 대한 "자기 방어권을 보장해 달라"며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습니다. 2차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한 상황에서 윤씨를 지키기 위한 '최후의 여론전'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정 실장은 "자연인 윤석열의 입을 틀어막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는데요. 그동안 비판 언론에 대한 '입틀막'(입을 틀어막는다) 차원에서 고소·고발을 자행해 왔던 윤석열정권의 행태에 비춰보면 자기부정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자연인 윤석열 입틀막 안 돼"…적반하장식 '대국민 호소문'
정 실장은 이날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사실을 호도하는 정파적 선동, 수사기관의 폭압으로, 자연인 윤석열의 입을 틀어막아서는 안 된다"며 "대통령이 자신의 방어권을 충분히 발휘하고, 자신의 입장을 설명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대통령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보장돼야 하는 권리"라고 설명했습니다.
정 실장은 2차 체포영장 집행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윤씨의 불구속 수사를 촉구하며 여론에 읍소했습니다. 정 실장은 "지금 윤석열 대통령은 고성낙일이다. 외딴 성에 해가 기울고 있는 처지인데 도와줄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며 윤씨의 '나홀로' 처지를 부각시켰습니다.
정 실장은 또 2차 체포영장 집행 시 대규모 인력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을 향해 "직무가 중지되었다 해도, 여전히 국가원수이자 최고 헌법기관인 윤석열 대통령을 마치 남미의 마약 갱단 다루듯 몰아붙이고 있다"고 유감을 표했습니다.
특히 정 실장은 "대통령실은 경찰, 공수처와 협의할 준비가 돼 있다"며 "대통령에 대한 제3의 장소에서의 조사 또는 방문조사 등을 모두 검토할 수 있다"고 '중재안'을 제시했습니다. 그동안 윤씨 측이 "공수처는 수사권이 없다"며 수차례 소환 조사에 불응해온 모습과는 사뭇 다른 입장입니다. 2차 체포영장 집행 땐 실제 체포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정 실장은 그동안 3차례 수사기관의 조사에 불응하고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막아선 윤씨의 행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 권한대행 업무를 보좌해야 할 정 실장이 탄핵으로 직무정지된 윤씨의 중재안을 제시한 것도 논란이 될 전망입니다.
무엇보다 정 실장은 "자연인 윤석열의 입을 틀어막아서는 안 된다"며 윤씨의 방어권을 강조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하지만 정 실장의 이러한 발언은 자기모순적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데요. 대통령실과 정부, 국민의힘 등 여권이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내내 잇단 고소·고발로 비판 언론을 '입틀막' 해놓고 '자연인 윤석열'의 '입틀막'은 안 된다고 강변하는 것 자체가 논리에 맞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오히려 정 실장이 '입틀막'을 언급, 윤석열정권의 '입틀막 흑역사'를 소환하게 됐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언론사 대상 '무더기 고발'…최근 관저 내부 촬영에 '반발'
실제 2022년 5월10일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이후 대통령 부부 등 권력의 핵심을 비판하다가 고소·고발 당한 언론사와 기자들이 부쩍 늘어났습니다. 대통령실을 비롯해 정부 부처, 국민의힘이 직접 언론사와 기자들을 고소·고발하고 동시에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모양새입니다. 일부 언론사와 기자들에 대해선 압수수색과 조사가 수차례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정권에 고소·고발을 당한 언론사의 주요 보도 내용을 보면, 대통령 집무실 선정 천공 개입 의혹부터 김건희 여사 관서 선정 개입 의혹, 윤석열 부산저축은행 수사무마 의혹, 방심위원장 민원사주 의혹, 임성근 구명로비 의혹, 바이든·날리면 논란, 군 골프장 출입 의혹, 허위 출근 의혹,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 등 다양합니다. 이들 언론사는 주로 윤씨와 김 여사 등에 대한 비판 기사를 써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체포영장 집행을 앞두고 한남동 관저 내부를 촬영해 보도한 언론사들에 대한 대통령실의 고발이 잇따라 진행되고 있습니다. 대통령실은 지난 3일 공수처의 1차 체포영장 집행 당시 관저 상공에 헬기를 띄워 촬영한 <JTBC>와 <MBC>, <SBS>를 고발했습니다. 8일엔 <오마이뉴스>의 관저 촬영을 문제 삼아 같은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또 14일 고발된 <동아일보>도 같은 혐의입니다. <오마이뉴스>와 <동아일보>의 경우 윤씨로 추정되는 남성이 관저를 배회하는 모습을 보도해 대통령실이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물론 과거에도 청와대 등 권력기관이 언론사 기자를 상대로 직접 고소·고발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취임 후 3년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윤석열정부만큼 언론 보도에 대한 고소·고발이 두드러지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이와 함께 윤씨에 대한 경호상의 이유로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입틀막에 나선 사례도 있습니다. 지난해 1월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 행사에서 국정 기조 전환을 요구했다가 입이 막혀 끌려 나간 일, 같은해 2월 윤씨가 카이스트 졸업식에 참석해 축사를 했을 때, 한 졸업생이 정부의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에 항의하자 경호처 요원들이 그의 입을 틀어막고 졸업식장 밖으로 끌어낸 일 등 2건의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박주용·유지웅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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