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예슬·유근윤 기자] 내란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씨 사건에선 사법절차 부정에 이어 헌법재판관에 대한 딴지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윤씨 측과 여당, 보수 지지층이 벌이는 일입니다. 앞서 윤씨 측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를 거부하고, 영장 관할권을 문제 삼으며 사법절차를 부정한 바 있습니다. 급기야 여당과 보수 지지층은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이력 등을 걸고넘어지며 헌재 탄핵심판까지 흠집낼 태세입니다. 최근 여야 지지율이 역전되는 상황에서 보수층 결집을 유도, 여론을 뒤집다는 노림수로 풀이됩니다.
윤석열씨가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0일 국회에서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모든 불공정 재판의 배후에는 민주당과 우리법연구회 출신 법관들의 정치 사법 카르텔이 있다"며 "문형배·이미선·정계선 재판관 모두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공정성 논란을 키우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민주당은 우리법연구회 출신 법관들을 사법 요직에 앉히고 이들은 좌편향 판결로 보답하고 있다"며 "과연 (탄핵심판) 공정성 담보할 수 있겠느냐, 깨끗하게 승복할 수 있느냐는 차원에서 봤을 때 이분들께서 스스로 회피를 해야 마땅하다"고 했습니다.
권 원내대표의 주장에 따르면, 문 재판관은 과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좌편향성을 드러내는 글을 다수 올렸습니다. 실제로 문 재판관은 2010년 5월16일 SNS에 "굳이 분류하자면 우리법연구회 내부에서 제가 제일 왼쪽에 자리 잡고 있을 것"이라고 쓴 바 있습니다. 문 재판관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호형호제한다는 말도 나옵니다. 이 재판관의 동생인 이상희 변호사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산하 윤석열퇴진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정 재판관의 남편인 황필규 변호사는 국회 탄핵소추 대리인단의 김이수 변호사가 이사장을 맡은 공익인권법재단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결국 권 원내대표는 세 사람이 윤씨에게 불리한 탄핵심판을 진행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스스로 기피신청을 해 심판에 손을 떼라고 요구하는 겁니다.
같은 당 윤상현·나경원 의원도 한 목소리입니다. 윤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에 "윤씨의 탄핵심판의 시계가 더 빨라질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헌재 재판관의 편향성과 무리수"라면서 "재판관 3인과 오동운 공수처장, 윤씨 체포영장을 발부한 이순형 판사 모두 법원 내 좌파 성향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또는 우리법연구회 후신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나경원 의원도 지난 29일 자신의 SNS에 "문형배·이미선·정계선 재판관은 윤씨 탄핵 사건에서 손 떼고 즉각 회피함이 최소한의 윤리적 양심을 지키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주장이 여당에서만 그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보수 유투버와 아스팔트 보수들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퍼졌습니다. 특히 공무원시험 한국사 강사인 전한길씨는 이날 자신의 유튜브채널에 '울면서 호소 드립니다'라는 영상을 올리고 "정계선·이미선·문형배 이 검은 실체를 알지 않으면 이미 짜인대로 가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보수 커뮤니티에서도 헌법 재판관 3명에 관한 의혹을 제기한 글들로 도배되고 있습니다.
사법절차 부정은 윤씨 측이 처음부터 주장한 부분입니다. 윤씨 법률대리인단은 지속적으로 입장문을 내고 '공수처는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 '서부지법은 영장 관할법원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이들은 지난 27일에도 "대통령에 대한 수사권이 없던 검찰과 공수처는 직권남용을 지렛대로 삼아 대통령 수사를 시작했다"며 "내란 몰이만 집중했다"고 했습니다. 19일 서부지법 습격은 윤씨 측의 선동으로 촉발됐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16일 오후 경기 과천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앞에서 오동운 공수처장 규탄 기자회견을 마치고 민원실로 들어서고 있다.(사진=뉴시스)
윤씨 측이 선동하고, 국민의힘이 힘을 싣고, 보수 인사들과 보수 유튜버들이 가세하면서 사법절차 부정은 일상화가 됐다는 지적입니다. 여기엔 최근 여야 지지율이 역전되는 상황에서 보수층 결집을 유도, 여론을 뒤집어 윤씨의 탄핵심판 기각을 이끌어내겠다는 노림수가 있는 걸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전직 검찰총장으로 법치를 그간 강조한 윤씨가 사법절차를 부정하고, 여당까지 편승하는 건 사법불신을 초래한다는 지적입니다.
법조계는 윤씨 측의 행보가 재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도 지적합니다. 김필성 변호사(법무법인 가로수)는 "재판장을 모욕하는 건 피고인에게 자살행위나 다름없다"며 "그런데 재판관이 모욕감을 느낄만한 상황이 계속 반복하는 건 여당이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헌재가 윤씨의 파면을 결정해도, 헌재 결정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지지자들을 결집시키기 위한 시도라는 겁니다. 김 변호사는 "(여당의 행보는) 헌재 결정에 불복하겠다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것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헌법 재판관 개인의 정치적 성향을 이유로 공정성에 시비를 거는 건 옳지 않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천윤석 민변 변호사는 "헌법 재판관은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이 나눠서 임명하도록 돼 있다"며 "헌법상 권력분리 관점에서도 정당화되지만 재판관도 사람으로 주관적, 정치적 신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균형을 맞추고 법리적으로 최선의 결과를 찾아가도록 디자인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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