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폐기물 자원선별로봇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두 곳이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소송을 제기한 스타트업 에이트테크는 상대 기업인 씨에이의 대표가 투자자로 위장해 내부자료를 열람한 뒤 경쟁업체를 만들어 기술탈취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씨에이는 사실무근으로 오해일 뿐이라는 입장입니다.
17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폐기물 자원선별로봇 스타트업 '에이트테크'가 동종 경쟁업체 '씨에이'에 부정경쟁방지법 위반과 사기·업무방해 등을 이유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에이트테크는 김재성 씨에이 대표가 이곳의 대표로 취임하기 전에 투자자로 가장해 자사 기밀 자료를 취득 후 동종 산업에 진출했다고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에이트테크에 따르면 지난 2023년 6월 투자에 관심을 보이던 김 대표와 에이트테크 경영진이 처음 접촉했습니다. 같은 달 에이트테크는 김 대표와 투자 관련 미팅을 한 뒤 비밀유지계약서를 체결하고 비공개 내부자료인 재무제표, 손익계산서, 특허리스트를 건넸습니다. 이후 김 대표에게 자원선별로봇이 설치된 경기 남양주시의 현장을 직접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투자가 불발됐습니다.
김 대표는 이후 기존에 영업하던 경영컨설팅 회사를 폐업 처리하고 지난 2024년 3월 에이트테크와 동종 경쟁업체인 씨에이의 대표로 부임했습니다. 에이트테크는 씨에이가 지난 2023년 7월에 설립된 회사라는 점을 근거로 김 대표가 에이트테크에 투자할 목적이 없었음에도 접근해 기술과 영업비밀을 탈취해갔다고 주장합니다. 아울러 김 대표가 투자를 위해 시찰하며 촬영한 에이트테크 제품 영상을 악의적으로 편집해 씨에이 제품과 비교하는 영상을 제작했고, 이를 동영상 플랫폼에 게재해 에이트테크가 경영상의 피해를 입었다고 강조합니다.
류재호 에이트테크 이사는 "(김 대표가) 취득한 자사 기밀 자료를 활용해 제품 개발 및 관련 자료 작성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다"라며 "회사의 현장이나 제품이 설치된 영상이라든지 그간 투자자들한테 발표했던 내용들이 유사한 기업도 쓰고 있다는 주변의 제보를 받았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씨에이가 자사 IR자료와 동일한 자료를 이용하고 있다는 말도 주변에서 듣게 된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대표는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자신이 씨에이에 합류하기 전 이미 로봇 개발이 완료됐고, 에이트테크의 투자를 검토했던 일과 무관하다는 주장입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씨에이는 지난 2018년 폐기물 자원선별로봇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2022년에는 로봇 개발을 완료한 후 이듬해 4월부터 모 지자체와 실증 테스트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습니다.
아울러 씨에이의 대표직을 지난 2023년 12월경 지인을 통해 제안받았고 3개월이 지나서야 승낙했기 때문에 에이트테크의 투자를 검토한 것과 상관없다는 입장입니다. 투자자로 위장해 에이트테크의 내부자료를 열람하고 기술을 탈취했다는 주장에 대해서 김 대표는 "기술 전문가도 아닌 경영인일 뿐인데 로봇을 단 2회 본 것만으로 기술을 탈취하기엔 역부족"이라고 했습니다.
투자할 의향이 없었는데도 투자자로 접근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습니다. 투자 검토 후 철회한 이유에 대해선 "회사 가치가 실적에 비해 높게 책정돼 투자를 포기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함께 남양주에서 로봇을 시찰한 VC 두 곳도 비슷한 이유로 투자를 안 했다"라고 밝혔습니다.
김 대표는 "경영컨설팅 회사를 운영할 당시 에이트테크도 검토하던 여러 투자처 중 한 곳이었을 뿐"이라며 "씨에이 대표로 부임한 일과 전혀 연관성이 없다"라고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기술 설계 도면이나 기술설명서 등 구체적인 기술자료가 이동한 것이 아니라면 기술탈취라고 보긴 어렵다는 견해입니다. 박희경 재단법인 경청 변호사는 "특허 리스트를 취득했다고 해서 기술탈취에 이르는 기술에 대한 중요한 내용이 넘어갔다고 보긴 어렵다"라면서도 "만약 투자자가 신뢰관계를 기망해 투자처로부터 자료를 탈취했더라도 이를 따로 형사 처벌하는 부정거래방지법상 규정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폐기물 자원선별로봇 스타트업 '에이트테크'가 동종 경쟁업체 '씨에이'에 부정경쟁방지법 위반과 사기·업무방해 등을 이유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RETECH 2024(폐기물·자원순환 산업전)에 참석한 에이트테크 전시장.(사진=에이트테크)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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