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포스코인터내셔널이 국내 기업 최초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프로젝트 참여 신호탄을 쏘아 올렸지만, 정작 이를 뒷받침해야 할 한·미 정부 간 협력은 여전히 답보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알래스카 특유의 혹독한 자연환경으로 인해 대규모 초기 투자 비용과 사업적 불확실성이 높아, 미 정부의 구체적인 사업 타당성 검토와 관련 자료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한국 정부는 아직 이에 대한 공식 공유를 받지 못한 상황입니다.
알래스카 니키스키에 설치될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조감도. (사진=알래스카 가스라인 개발공사 홈페이지)
10일 외신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의 주 개발사인 미 에너지 기업 글렌파른과 지난 1일(현지시각) 미 워싱턴 D.C. 에너지부 청사에서 전략적 파트너십 기본합의서(HOA)를 체결했습니다. 이날 서명식에는 브렌던 듀발 글렌파른 최고경영자(CEO), 이계인 포스코인터내셔널 사장, 더그 버검 미 내무부 장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이 참석했습니다.
이번 합의의 골자는 포스코그룹이 가스관 건설에 필요한 강재를 대규모로 공급하고,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연간 100만톤 규모의 LNG를 20년간 안정적으로 구매하는 것입니다. 일본 에너지 기업 제라(JERA) 등이 구매의향서(LOI) 체결 단계에 머무른 것과 달리, 양측은 HOA를 맺으면서 협력이 한 단계 더 구체화됐다는 평가입니다. HOA는 본 계약에 앞서 당사자들이 주요 조건에 합의하는 단계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와 관련해 이 수준까지 진전한 기업은 현재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역점 사업으로, 북극권 가스전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약 1300㎞ 길이의 파이프라인을 통해 앵커리지 인근 니키스키항까지 이송해 동아시아로 수출하는 대규모 인프라 사업입니다. 민간 투자자로 참여한 글렌파른은 알래스카 가스라인 개발공사(AGDC)와 함께 올해 안에 최종투자결정(FID)을 마무리하고, 2030년쯤 상업 운전에 돌입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지난 1일(현지시각) 미 워싱턴 D.C 에너지부 청사에서 포스코인터내셜과 글렌파른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개발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기본합의서’를 체결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글렌파른)
이처럼 민간 차원에서는 협력이 진전되고 있는 것과 달리, 정부 간 논의는 여전히 답보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부가 이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미 정부가 구체적인 사업 계획서를 전달하고, 이에 대한 타당성 검토가 이뤄져야 하지만 현재까지 관련 문서가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지난 10월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행사 참여를 위해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 역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와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미국 내부에서도 아직 확정된 사안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관세 협상 패키지에 포함될지 여부도 결정된 바 없고, 사업 타당성 검토를 요청하는 문서 역시 미국 측에서 보내오지 않고 있다”고 했습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지난달 초 국회에서 “알래스카 가스전은 고위험 사업”이라며 “한·미 투자 협력 사업에 포함되기는 쉽지 않다”고 언급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가 트럼프 대통령의 역점 사업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높지만, 당장은 미국 내부 현안으로 진척이 더딘 상황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정부 역시 사업 리스크가 큰 데다 미국 측의 공식 검토 자료가 전달되지 않아 선제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석입니다.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현재 미국 내부에도 여러 현안이 산적해 있어 사업을 당장 추진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또 이 사업은 경제성 등 리스크가 큰 만큼 한국도 공식 자료 없이 참여 여부를 결정하기 어렵고, 미국의 타당성 검토가 마무리돼야 진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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