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해 넘긴 내란재판…사법부 불신 끝에 '내란재판부' 자초
피고인측 '침대변론' 용인한 '지귀연 재판부'
민주당 압박에 '집중 심리' 예규 만든 사법부
법조계 "내란 청산 위해선 신속 재판 필요해"
2025-12-29 16:36:20 2025-12-29 16:36:20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윤석열씨를 비롯해 12·3 계엄의 핵심 인물들에 대한 1심 재판이 해를 넘기게 됐습니다. 지귀연 재판부가 약속했던 '연내 변론 종결'이 무산됐기 때문입니다. 재판부가 피고인들의 시간 끌기 전술에 휘말리면서 재판이 늘어졌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재판부가 내란사건 심리에만 전념할 여건을 보장하지 않은 사법부의 안일함도 사태를 키웠습니다. 사법부가 스스로 신뢰를 깎아먹으면서, 국회의 내란전담재판부를 설치까지 자초했다는 평가입니다.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사진=뉴시스)
 
올해 마지막 내란재판은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가 심리하는 윤씨의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 39차 공판기일입니다. 재판부는 29일 조지호 전 경찰청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마치고, 30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증인신문을 이어갑니다.  
 
앞서 지귀연 부장판사는 지난 9월 윤씨의 재판에서 "특검과 변호인들이 원만히 협조해준다면 기일이 예정돼 있는 12월이나 그 무렵에는 심리를 마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재판부는 내년 1월9일 변론을 종결하겠다고 했습니다. 1월5일과 7일 서증조사를 마무리짓고 9일 결심공판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입니다.  
 
12월29일부터 새해 1월9일까지 2주 동안은 법원 휴정기입니다. 그럼에도 내란재판은 진행되는 셈입니다. 그런데 재판부가 휴정기에도 재판하는 이유는 이 사건에 대한 신속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재판부는 지난 24일 윤씨 재판에서 "시간은 엄청 많은데 (특검법에 따라 재판을) 다 중계해야 한다"며 "중계 법정을 못 찾아서 어쩔 수 없이 휴정기에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29일은 재판부가 내란에 관한 세 사건을 병합하기로 한 날입니다. 재판부는 12·3 내란사태와 관련해 크게 △윤석열씨 사건 △ 김용현 전 장관·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김용군 전 제3야전군사령부 헌병대장(대령) 등 군 사건 △조지호 전 청장·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윤승영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목현태 전 서울경찰청 국회경비대장 등 경찰 사건을 심리하고 있습니다. 증거와 증인이 중복되기 때문에 효율적 심리를 위해 재판부도 29일까진 병합하겠다고 했으나 일정이 늦어지면서 병합도 밀렸습니다. 
 
이러는 사이 재판부가 목표했던 변론 종결일은 결국 지키지 못하게 됐습니다.  
 
지귀연 부장판사가 지난 4월21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 2번째 공판에서 취재진들의 퇴장을 명령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사실 재판 지연에 대한 우려는 처음부터 컸습니다. 재판장인 지귀연 부장판사가 피고인 측의 무리한 주장까지 모두 받아주면서, 사실상 시간을 끄는 '침대 변론'을 방치해왔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 부장판사는 지난 3월7일 윤석열씨의 구속을 취소하며 석방해준 장본인입니다. 이런 상황까지 겹쳐 지 부장판사의 재판 지연을 바라보는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지 부장판사의 재판 스타일이 문제된 이유는 재판 지연 때문"이라며 "윤씨의 특수공무집행 방해 등 추가 기소건 선고가 일찍 나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또 내란 수괴가 풀려날지 말지 걱정했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민사재판이야 지 부장판사 스타일대로 해도 괜찮지만, 형사재판은 피해자가 있지 않느냐"며 "재판장이 권위를 갖고 단호할 땐 단호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도 지난 11일 서울법원종합청사 청심홀에서 열린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편 공청회 : 방향과 과제 3일차 종합토론'에 참석해 "비상계엄이 1년 지났는데도 내란사건(재판)이 단 한 사건도 선고되지 않았다는 건 문제가 있다. 더욱이 구속기간을 '날'로 계산하는 확고한 관행이 있는데, 시간으로 변경해 내란사건에 적용하는 건 위기를 자초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사법부의 책임이 크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재판부가 내란사건만 집중 심리하도록 환경을 조성했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서울중앙지법 또는 대법원이 처음부터 내란사건만 집중 심리하도록 기존에 심리하던 일반 사건을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했어야 했다는 말입니다. 지귀연 재판부도 내란 사건을 배당받은 2월부터 새 사건을 배당받지 않았지만 기존 심리하던 일반 사건을 병행해야 했습니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전두환·노태우의 1심을 심리한 서울지법 형사합의30부는 해당 사건만 맡아 6개월 안에 마무리지었다"며 "사법부가 재판 초반부터 대법원 예규처럼 내란 사건만 심리하도록 했어야 했다. 그런데 (내란전담재판부 관련) 민주당 법안이 나오고서야 사법부는 움직이지 않았느냐. 사법부 스스로 국민 신뢰를 저버린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내란 청산을 위해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책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며 "그런데 법원 재판을 통한 진상규명이라는 1단계부터 가로막혔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비상적 상황을 빠르게 극복하고 평화로운 상태로 안정화시키는 것도 사법부의 책임"이라며 "사법부는 재판을 지연시킴으로써 그 책임을 방기해 내란에 동조했다는 말까지 듣게 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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