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경제 컨트롤타워' 기획재정부가 1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기존 기재부에서 분리된 재정경제부(재경부)와 기획예산처(기획처)가 공식 출범했습니다. 경제 정책 수립과 예산 편성 기능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출범 초부터 두 부처 앞에 놓인 과제는 만만치 않습니다. 재경부는 예산 기능을 기획처로 이관하면서 위상 약화 우려 속, 경제 정책 컨트롤타워로서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합니다. 기획처는 곳간지기뿐 아니라 중장기 국가발전 전략 수립 등 존재감을 드러내야 합니다. 여기에 신임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 등 인사청문회 고비도 넘겨야 합니다. 관가 안팎에서는 '이와 잇몸' 같은 사이인 재경부와 기획처를 두고 기대 섞인 시선도 있지만, 서로 간의 역할 조정과 협력에서 진통이 예상되는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위상 약화' 재경부…'경제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 주목
재경부와 기획처는 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각각 출범식과 현판식을 열고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했습니다. 두 부처의 분리는 2008년 재경부와 기획처가 기재부로 통합된 지 17년11개월만으로,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기재부에 쏠린 기능과 권한을 분산한다는 취지에서 기재부 분리를 공약한 바 있습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출범사에서 "지금 우리 앞에는 '잠재성장률 반등, 경제 대도약의 원년'이라는 쉽지 않지만,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목표가 있다"며 "작년이 회복에 집중한 시기였다면, 2026년은 본격적인 성장을 견인하는 특별한 한 해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정책 성과로 평가받는 재정경제부가 돼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재경부는 경제 전반을 조율하는 경제 정책 컨트롤타워로, 2차관·6실장 체제로 꾸려졌습니다. 예산과 중장기정책개발 기능을 떼내고도 기존 기재부 조직과 비슷합니다. 기존에 있던 차관보실, 국제경제관리관실, 세제실, 기획조정실에서 혁신성장실과 국고실이 추가됐습니다. 이에 따라 경제 정책 수립 및 조정, 화폐·외환·국고·정부회계·세제·국제금융·공공기관 관리, 경제협력 및 국유재산 업무 등을 맡게 됩니다. 재경부 장관은 부총리를 겸임합니다.
다만 관가 안팎에서는 재경부가 경제 정책 컨트롤타워로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나옵니다. 예산 편성권이 기획처로 이관된 만큼, 정책 조정 과정에서의 실질적인 장악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 뒤따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한 건물 안에서 이뤄지던 예산·경제 정책 수립이 공간적으로도 분리되면서 두 부처의 소통 등 마찰도 예상됩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왼쪽에서 두번째), 이형일 차관(왼쪽에서 세번째), 임광현 국세청장(왼쪽)이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재정경제부 현판식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곳간지기' 기획처…출범 초 '이혜훈 논란'에 발목
임기근 차관 직무대행 체제로 출범한 기획처도 이날 김민석 국무총리 참석 속 현판식을 갖고 신설 부처 출범을 알렸습니다. 기획처는 정부직제상 국무총리실 아래 편성됐으며, 1차관·3실장 체제로 조직을 꾸렸습니다. 예산실과 기획조정실, 기존 미래국을 확대 개편한 미래전략기획실이 신설됐습니다. 예산 편성 기능에 더해 △성장 전략 △인구구조 변화 대응 △재정 지속 가능성 등을 아우르는 중장기 국가 전략 전담 조직을 두겠다는 구상입니다.
김 총리는 "기획예산처는 미래 사회 변화 대응을 위한 중장기 국가 발전전략 수립, 예산 편성, 재정 정책, 재정 관리 등 국정 운영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면서 "국민께서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서 기획예산처의 존재 이유를 확실하게 보여주시길 바란다"며 출범 첫날 기획처의 역할론을 주문했습니다. 확장재정을 강조하는 이재명정부의 기조에서 곳간지기로서의 역할과 위상을 강하게 주문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임 차관도 "초혁신 경제를 구축하고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 기획처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며 "멀리 보면서도 기동력 있는 조직이 되겠다. 안 되는 이유를 찾기보다 되는 방안을 고민하고 궁리하는 조직이 되겠다"며 의지를 다졌습니다.
그러나 출범 초기 기획처가 처한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장관이 공석인 채로 출범한 기획처는 당장 이혜훈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첫번째 고비입니다. 이 후보자가 과거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발언을 한 데 이어 최근에는 보좌관 폭언·갑질 녹취까지 공개되면서 인사청문회 문턱을 넘기까지 험로가 예상됩니다. 여기에 초대 부처 장관으로 조직관리 경험이 없는 정치인이 임명된 점도 조직 내부의 불안 요인입니다. 뿐만 아니라 평소 확장재정에 비판적이었던 후보자와 현 정부의 국정 철학이 조화를 이룰지에 대해서도 우려가 나옵니다.
김민석 국무총리(왼쪽에서 두번째)와 임기근 차관(오른쪽에서 두번째)을 비롯한 기획예산처 직원들이 2일 정부세종청사 5동에서 기획예산처 현판을 제막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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