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전기차 수요 둔화가 장기화되자 국내 배터리 업계가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ESS 시장은 전기차 수주에 비해 규모가 작고 수익성도 낮아, 전기차 공백을 단기간에 메우기는 구조적 한계가 뚜렷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SK온의 컨테이너형 ESS 제품. (사진=SK온)
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전기차 보조금과 규제를 전면 재검토하면서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전기차 생산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습니다. 내연기관차의 수명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면서 전기차 투자 계획 전반이 보수적으로 바뀌는 모습입니다.
이 여파는 국내 배터리 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장비업체를 포함해 LG에너지솔루션, 엘앤에프, 포스코퓨처엠 등 국내 주요 셀·소재 업체들의 고객사로부터 통보받은 계약 취소 및 감액 규모는 약 28조원에 달합니다. 전기차 수주 감소가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배경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배터리 업체들은 ESS를 새로운 돌파구로 삼고 있습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공격적인 데이터센터 건립에 필요한 대규모 ESS 수주가 대표적입니다. 국내에서는 한국전력거래소(KPX)가 추진하는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이 배터리 3사(
LG에너지솔루션(373220)·
삼성SDI(006400)·SK온)의 새로운 기회로 거론됩니다. 현재 진행 중인 2차 사업은 육지 500메가와트(MW), 제주 40MW 등 총 540MW 규모로 사업비는 1조원대로 예상됩니다.
ESS 시장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핵심입니다. 이 때문에 에너지 밀도는 낮지만 저렴하고 화재 위험이 적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채택 비율이 압도적입니다. 블룸버그NEF는 2027년 글로벌 ESS 시장에서 LFP 채택 비율이 94%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문제는 이 시장을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글로벌 ESS 시장 점유율은 CATL(37%), EVE(13%), BYD(9%) 등 중국 업체들이 독식하고 있습니다. 국내 배터리 3사의 합산 점유율은 6%에 불과합니다.
이에 국내 업체들도 대응에 나섰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 일부 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해 오는 6월부터 양산에 들어가고, SK온은 하반기부터 ESS 전용 LFP 배터리 생산을 시작합니다. 삼성SDI도 연말까지 미국 내 ESS 생산능력을 30기가와트시(GWh)로 확대하고 테슬라와 10GWh 규모 공급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100GWh급 기가팩토리를 운영하는 업체 입장에선 데이터센터 한 곳당 500MWh~1GWh 수준의 ESS 수줌나으로는 가동률을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ESS가 전기차 수요 공백을 완전히 대체한다기보다는 단기적인 완충 역할과 동시에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가깝다”며 “수익성 개선 없이 ESS 확대만으로 전기차 수주 공백을 메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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