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주말 늦잠이라도 자라”
주말 낮잠 그룹 우울증 41% 낮아
청소년 정신 건강의 현실적 대안
2026-01-12 09:36:26 2026-01-12 14:18:21
수면 연구자들이 오래전부터 강조한 사실이 있습니다. 청소년과 청년기에 잠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뇌의 조절 장치이며 정서적 완충 장치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규칙적으로 매일 충분한 잠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 오리건대와 뉴욕주립대 연구진이 발표한 분석은 이 오래된 상식과 조금은 다른 연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이상적인 수면이 어렵다면, 주말 늦잠이라는 현실적 대안만으로도 상당한 보호 효과가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학술지 <정서 장애 저널(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에 발표된 이 연구는 16~24세 청소년과 청년을 대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 시기는 학교 수업, 입시, 아르바이트, 사회 진입 등 여러 난관이 겹치는 전환기이며, 동시에 우울증 위험이 가장 가파르게 상승하는 구간이기도 합니다. 연구팀은 이들의 일상 수면 패턴을 조사한 뒤, 평일 부족분을 주말에 보충한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으로 나누어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큰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주말에 잠을 더 잔 그룹에서 우울증 증상이 41% 낮게 나타났습니다.
 
주말 늦잠 만으로도 청소년 정신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미지=챗GPT 생성)
 
야행성으로 기운 청소년 생체리듬
 
연구자들도 이상적인 모델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청소년이 8~10시간의 수면을 매일 같은 시간에 취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청소년에게 이 모델이 비현실적이라는 점입니다. 오리건대학교 멜린다 케이스먼트(Melynda Casement) 교수는 “수면 연구자와 임상의들은 오랫동안 청소년들이 매일 규칙적인 시간에 8~10시간의 수면을 취할 것을 권장해왔지만, 많은 청소년이나 일반인에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숙제나 학업, SNS, 야간 노동 등으로 청년 세대가 직면한 생활 패턴이 이미 야행성으로 기울어 있기 때문입니다.
 
생물학적 측면도 있습니다. 생물학적 수면 리듬인 일주기 리듬은 청소년기에 자연스럽게 변화합니다. 이런 변화로 인해 청소년들은 피곤해도 일찍 잠들기 어려워집니다. “아침형 인간에서 점차 야행형 인간으로 변하게 된다. 수면 시작 시간은 청소년기 동안 18~20세까지 점점 늦어지고, 그 이후부터는 다시 아침형 인간으로 돌아가기 시작한다”고 캐스먼트 교수는 설명합니다. 
 
많은 청소년이 자연스럽게 밤 11시~아침 8시의 수면 패턴을 갖게 되는데, 학교는 아침 7~8시에 시작합니다. 이 불일치는 ‘수면 부채’를 축적하고, 정서 조절을 어렵게 합니다.
 
교과서적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주말 늦잠은 흥미로운 형태의 조절 전략이 됩니다. 연구진은 “완벽하지 않더라도 주말 보충 수면은 우울 위험 감소라는 결과를 보여준다”고 설명합니다. 청소년의 밤늦음이 방탕이 아니라 생물학적 경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공중보건적 함의를 지닙니다. 즉, 청소년에게 ‘규칙적 기상’만을 강조하는 기존 메시지가 능사가 아닐 수 있다는 뜻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연구가 우울증의 위험을 정신의학적 변수만으로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수면 부족은 단순히 피로나 집중력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 정서 조절에 관여하는 전전두엽 기능은 잠의 영향을 크게 받고, 수면 중 기억·스트레스 반응·위협 처리와 관련된 신경 회로들이 대대적으로 정리됩니다. 늦잠은 정신건강을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기보다 이미 손상된 회로를 복구하는 가장 단순한 개입일 수 있습니다.
 
미국 소아과학회는 청소년 학교의 등교 시간을 늦추는 것을 공중보건 정책으로 추천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이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적이 거의 없다. (사진=뉴시스)
 
등교시간 늦추는 건 공중보건 정책
 
미국 소아과학회는 수년 전부터 청소년 학교의 등교 시간을 늦추는 것을 공중보건 정책으로 추천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적이 거의 없습니다. 입시나 사교육, 통학 구조가 포화된 상태에서 청소년의 생체리듬은 제3의 고려 사항으로 밀려 있습니다. 그러나 16~24세는 우울증 발병의 진입 구간이며, 향후 학업이나 사회 참여를 좌우하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수면은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개입이라는 점에서 더 무게가 있습니다.
 
청년의 정신건강은 거창한 치료나 기술이 아니라 잠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평일 충분한 수면이 어려운 청소년에게 주말 늦잠을 허용하는 것이라면, 비교적 쉽게 적용이 가능합니다. 수면은 태만이나 게으름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생물학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회복입니다. 미국의 연구가 던지는 메시지는 잠 부족으로 지쳐 있는 청소년들에게 유의미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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