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판결 임박…트럼프 패소시 상호관세 '무효'
미 연방대법원, 이르면 14일 적법성 판단
패소시 1500억~2000억달러 환급 가능성
2026-01-12 15:06:51 2026-01-12 15:19:10
[뉴욕=뉴스토마토 김하늬 통신원] 글로벌 통상 질서가 2026년 새해 다시 한번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이르면 이번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른바 '상호관세'가 적법한지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트럼프발 상호관세 무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데요. 이 경우 이번 판결은 단순히 '관세 존폐'를 가르는 문제를 넘어 미국 대통령이 '경제 비상사태'를 이유로, 어디까지 통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확정 짓는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라는 점에서 그 파급력이 클 전망입니다.
 
외신과 시장에서는 이번 판결을 '트럼프 2기 통상정책의 분수령'이자 '미국 대통령 무역 권한의 헌법적 경계선을 긋는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처럼 대미 수출 비중이 높고, 이미 상호관세 인하를 조건으로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국가들은 판결 결과에 따라 관세 부담·환급 가능성·향후 통상 압박 강도가 동시에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지난 9일(현지시간) 대법원의 판결 선고 목록에서 빠지며 트럼프 관세가 한 차례 연기됐지만, 연방대법원이 이후 14일을 ‘의견 발표일’로 공지하면서 다시 최대 현안으로 부상했다.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연방대법원 전경. (사진=AFP 연합뉴스)
 
핵심 쟁점은 IEEPA…'비상권한' 한계 어디까지
 
11일(현지시간)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미국 연방대법원이 이달 14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에 대한 적법성 여부를 판결할 전망입니다. 지난 9일 대법원의 판결 선고 목록에서 빠지며 한 차례 연기됐지만, 연방대법원이 이후 14일을 '의견 발표일'로 공지하면서 다시 최대 현안으로 부상했습니다. 대법원은 관행상 선고 당일까지 사건 명칭을 공개하지 않지만, <로이터통신>은 "14일 예정된 회의에서 관세 사건에 대한 최종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소송의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1977년 제정된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전방위적인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IEEPA는 국가 비상사태 시 대통령에게 무역·수입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지만 관세라는 '과세 행위'까지 포함되는지는 명시돼 있지 않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직후 미국의 무역 적자와 펜타닐 유입을 국가 비상사태로 규정하고, 이 법을 근거로 대부분의 수입품에 10~50%의 상호관세를 부과했습니다. 캐나다·멕시코·중국 등에는 펜타닐 차단을 명분으로 추가 관세도 적용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 수입업체들과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이끄는 12개 주 정부는 "관세는 헌법상 의회의 고유 권한이며, 대통령이 비상사태를 이유로 이를 행사하는 것은 권한 남용"이라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뉴욕 국제무역법원과 연방순회항소법원은 모두 'EEPA를 근거로 한 전면적 관세 부과는 위법'이라며 원고 측 손을 들어줬습니다. 연방대법원은 6대3의 보수 우위 구도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5일 열린 구두변론에서는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다수 대법관이 정부 논리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특히 구조적인 무역 불균형이라는 장기 문제를 '비상사태 대응법'으로 상시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집중됐습니다.
 
외신과 시장에서는 상호관세 판결을 '트럼프 2기 통상정책의 분수령'이자 '미국 대통령 무역 권한의 헌법적 경계선을 긋는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위법 판결 시 '관세 환급' '플랜B' 동시 폭발
 
만약 대법원이 상호관세를 위법으로 판단할 경우 가장 즉각적인 쟁점은 관세 환급입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정부가 패소할 경우 기업들이 돌려받을 수 있는 관세 환급액이 약 1500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며 "일부 분석기관은 환급 규모가 최대 2000억달러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기업이 부담한 관세 규모는 약 110억달러(약 16조원)로 추산됩니다. 상호관세의 법적 근거가 사라질 경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무관세 체계가 다시 적용될 가능성도 열리게 됩니다.
 
다만 환급이 곧바로 이뤄질지는 불투명합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환급은 하루 만에 이뤄지지 않는다"며 "수개월, 길게는 1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법원이 환급 범위와 시점을 명확히 적시하지 않을 경우, 행정 절차와 소송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큽니다.
 
더 큰 변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플랜B'입니다. 백악관은 이미 패소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무역확장법 232조(국가안보)나 무역법 301조 등을 활용해 대체 관세를 즉각 가동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혀왔습니다. 자동차(15%), 철강·알루미늄(50%)에 적용 중인 품목 관세를 다른 산업으로 확대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됩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한국 기업들이 관세를 환급받을 가능성은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법적 수단으로 관세를 유지하려 할 경우 오히려 불확실성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대로 대법원이 상호관세를 합법으로 인정할 경우 단기적인 법적 불확실성은 해소됩니다. 그러나 이는 미국 대통령의 ‘관세 무기화’가 사법부의 공인을 받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외신들은 이를 최악의 시나리오로 평가합니다. <이코노미스트>는 "관세를 무효화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혼란이 불가피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제어하지 못하는 것이 더 나쁜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관세 체계는 유지되지만 향후 대통령이 정치·외교·재정 목적에 따라 관세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선례가 굳어지기 때문입니다. 
 
한국 정부도 판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1일 워싱턴D.C.를 방문해 미국 행정부와 의회, 업계 관계자들을 잇따라 만나며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여 본부장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변수들이 많다"며 "미 정부, 로펌, 통상 전문가들의 의견을 폭넓게 듣고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마련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뉴욕=김하늬 통신원 hani487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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