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대법원이 포스코(
POSCO홀딩스(005490)) 노조의 산별노조 탈퇴를 적법하다고 최종 판단하면서, 거대 산별노조 체제에 묶여 있던 제조업 사업장들이 기업별 노사관계로 전환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오는 3월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하청 노조와의 교섭 의무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조선·철강 등 금속노조 비중이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이번 판결이 향후 노사관계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사진=포스코홀딩스)
13일 업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포스코 자주노조를 상대로 낸 ‘노동조합 조직 형태 변경 결의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심의 ‘탈퇴 적법’ 판결을 최근 확정했습니다. 산별노조 체제하에서도 개별 지회가 조합원 의사를 바탕으로 절차적 요건을 충족할 경우, 기업별 노조로 전환이 가능하다는 점을 대법원이 분명히 한 셈입니다.
이번 판결의 파급력은 하청 비중이 높고 노사 갈등이 구조화된 업종일수록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업이 대표적입니다.
HD현대중공업(329180)과
한화오션(042660) 등 주요 조선사 노조는 금속노조 내에서도 비중이 큰 만큼 산별노조 체제를 유지할지, 기업 단위 노사관계를 강화할지를 둘러싼 내부 논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조선업 호황 국면에서 파업 중심의 투쟁보다는 성과급, 임금, 노동조건 개선을 중시하는 조합원들의 실리적 요구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힙니다.
에너지·철강 업종 역시 이번 판결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분야로 거론됩니다. 고로와 발전 설비 등 연속 공정이 핵심인 산업에서 노사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생산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지난해 11월24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노동부가 발표할 개정 노조법 시행령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판결은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제기돼온 ‘다자 교섭 구조’ 논의와도 맞물려 있습니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원청은 하청 노조와의 교섭 의무를 지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원청 노조와 상급 단체까지 결합한 교섭·투쟁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도 거론돼왔습니다. 포스코 사례처럼 기업별 노조로 재편될 경우, 노사관계가 사업장 단위의 현안 중심으로 운영될 여지가 있습니다. 산별노조와의 전면 대치 구도 대신, 회사 사정을 공유하는 노조와 임금·성과·고용 안정 등 구체적 현안을 놓고 협상할 수 있는 구조로 전환될 가능성이 열리는 셈입니다.
노동계는 이번 판결이 산별노조의 교섭력을 약화시키고 노동자 단결권을 분절화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금속노조는 입장문을 통해 “조합원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을뿐더러 관련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조직 형태 변경을 받아들인 대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포스코 노조는 삼성그룹에도 노조 깃발이 세워진 이후 뒤늦게 산별노조에 합류했던 비교적 신생 노조였다”며 “민주노총 이탈 과정에서 포스코 경영진의 권위주의적·반노조적 기조도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
현대차(005380) 등은 1987년부터 이어져온 노동조합이기 때문에 민주노총이라는 옷을 벗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대기업 노조가 전체 노동 차원의 이해보다 자기 조직 논리와 조합원 권익을 우선시하는 흐름이 확인된 것이고 대세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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