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반도체 '핀셋 규제'…확대 땐 '한국도 영향권'
명분은 국가 '안보 위협' 해결…속내는 미 중심 공급망 재편
한국, 최혜국 대우에도 …확대 시 수출 타격 '불가피'
2026-01-15 17:27:20 2026-01-15 17:56:32
[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중 반도체를 겨냥한 미국의 '핀셋 규제'를 본격화했습니다. 이번 조치로 글로벌 공급망의 긴장감이 한층 높아질 전망인데요. 이는 중국 견제와 함께 반도체 유통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됩니다. 향후 조치가 확대될 경우 한국 반도체 산업이 영향권에 들어설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미국의 추가 조치 단행 시 한국의 반도체 수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6년 1월13일 화요일 메릴랜드주 앤드류스 합동기지에서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범용 반도체도 조사…추가 관세 '예고'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미국을 거쳐 다른 나라로 재수출하는 반도체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미국은 이번 조치를 통해 엔비디아의 H200 중국 수출을 콕 집어 규제했습니다. 앞으로 엔비디아 등은 미국 상무부 산업보안국(BIS)의 수출 허가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현재 대만에서 제조한 반도체는 미국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미정부가 판매 대금의 25% 관세를 매기겠다는 겁니다. 수입 대금의 일부가 미국에 환수되는 일종의 '통행세 성격'의 관세입니다. 결국 중국에 수출을 위해선 미국을 반드시 통과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비용이 붙도록 설계된 셈입니다.
 
앞서 미국은 중국향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하기 위해 해당 제품이 미국을 통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세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행정명령 포고문 서명 이후 "특정 반도체 및 파생 제품의 국내 제조 개발을 장려하겠다"며 "특정 제품 수입 의존도를 줄여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을 해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규제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동시에,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미국 통제 아래 두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미 상무부도 지난 13일 엔비디아 H200과 동급 제품 등의 중국·마카오 수출 정책을 "사례별 심사'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다만 "미국 내부의 제3자 기관의 평가를 거쳐야 한다"며 공급망을 직접 관리하겠다는 것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 정책 기조가 바뀐 셈입니다. 트럼프 2기 출범 직후 미 행정부는 반도체 수출 통제를 강화해왔습니다. 하지만 통제를 통해 중국이 반도체 기술 자립을 모색하자 관련 방침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미국의 이번 반도체 행정명령은 1단계 수준입니다. 앞으로 다양한 종류의 반도체와 장비에 추가로 관세가 매겨질 수 있는 건데요. 이와 관련 백악관은 "미국 내 제조 유도를 위해 더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며 "여기에 상응하는 관세 상쇄 프로그램을 도입할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백악관이 공개한 팩트시트(설명자료)에 따르면 자동차, 가전 등에 들어가는 범용 반도체에 대해서도 안보 영향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미 상무부는 조만간 영향 조사를 보고할 계획입니다. 이 때문에 반도체 품목별 관세 시행으로 인한 부담이 다른 국가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정부 즉각 대응 모색…파생상품은 리스크 '여전'
 
미국의 추가 조치가 단행되면 우리 기업 영향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액은 1734억달러라는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바 있습니다. 특히 경제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지난해 수출 규모는 △1분기 328억달러 △2분기 404억달러 △3분기 464억달러 △4분기 537억달러를 기록하며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정부는 즉각 대응에 나섰습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미국의 반도체 관세 관련 발표 이후 이날 긴급 회의를 개최하고, 관련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김 장관은 이 자리에서 "국내 기업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파악해 기민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산업부는 이날 국내 반도체 주요 기업도 소집해 관련 영향을 분석, 대응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디지털 통상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에 체류 중인 여한구 통상본부장도 귀국을 연기했습니다. 여 본부장은 이날 미국 워싱턴 D.C.에서 "반도체와 핵심광물 관련 행정조치가 새롭게 발표돼 하루 정도 더 머물며 내용을 파악하려고 한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그걸 산업부와 업계가 협업해 (한국 기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 중인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재로서는 당장 우리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다만 미국의 2단계 조치가 시행되고, 관세 부과와 기업의 대미 투자에 연계한 관세 상쇄 프로그램이 적용될 경우 불확실성은 커질 수 있습니다. 한국의 반도체 수출에도 직접 타격이 가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한·미 정상회담 공동 팩트시트에는 한국 반도체에 대해 미국이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대우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하지만 파생상품 리스크는 여전합니다. 반도체 자체는 최혜국 대우를 받지만 이를 탑재한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 완제품에는 미국의 조치 확대 시 별도의 품목 관세가 부과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반도체 직접 수출이 아닌 경우 최혜국 대우의 실질 혜택도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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