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 소년 '살인미수' 사건…대법 "장애 양형심리 불충분" 파기환송
"여학생 안 만나줘" 망치로 머리 내리쳐
피고인, '지적장애 3급'에 지능지수 '55'
하급심, 심신미약 불인정…징역형 선고
대법, 장애 양형판단 안 한 하급심 잘못
2026-01-23 15:17:01 2026-01-23 15:17:01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지적장애 소년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원심 판결은 잘못됐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재판부가 소년이자 정신 장애인으로서의 특성을 충분히 심리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특히 충분한 심리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심신장애 주장을 피고인에게 불리한 양형 요소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사진=뉴시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최근 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A씨에게 징역 장기 9년, 단기 6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A씨는 2024년 8월 평소 좋아하던 여학생이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머리를 망치로 내리치고 과도로 얼굴·목 등을 찔러 살해하려고 하다가 주변 시민들의 저지로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습니다. 범행 당시 17살이던 A씨는 지적장애 3급의 정신적 장애인으로 등록돼 있었습니다. 범행 당시 기준 피고인의 지능지수는 55였습니다.
 
이에 A씨 측은 1심에서 공소사실을 인정하되 심신미약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심신미약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A씨에게 징역 8년, 단기 5년을 선고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오히려 형량을 높여 징역 장기 9년, 단기 6년을 선고했습니다. 특히 2심은 1심 형량이 가볍다고 판단한 이유 중 하나로 "피고인은 자신의 정신의학과적 병력을 핑계로 책임을 경감하고자 하는 모습만을 보이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먼저 "정신적 장애인인 A씨에 대한 형사사건의 심리를 담당하는 법원으로서는 그가 호소하는 정신적 장애나 사법적 조력 요청 등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며 "피고인이 심신장애 등을 주장하는 것을 가중적 양형조건으로 삼는 건, 장애인이 충분한 방어행위를 할 수 없게 해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짚었습니다.  
 
대법원은 소년이자 정신 장애인인 A씨의 특성을 면밀히 살폈습니다. 대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어렸을 때부터 난폭하고 공격적 행동으로 초등학교 입학도 늦어졌습니다. 학창 시절 내내 정신 장애로 병원 입원을 반복했습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땐 증상이 호전됐지만 병원 밖에서 가족의 지원을 받지 못해 약물 복용이 중단되면 증상이 악화됐습니다.
 
A씨의 당시 범행도 퇴원 20일 만에 벌어졌습니다. A씨는 범행 무렵 피해자를 죽이고 자신도 죽겠다며 충동으로 힘들어했고, 학교와 병원의 권유로 입원했습니다. 그러나 보호자가 퇴원을 강력하게 주장했고, 퇴원 직후 피해자를 찾아간 겁니다.  
 
대법원은 하급심이 이런 정황과 A씨의 주장을 충분히 심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하급심에서 A씨의 장애인 사법지원 요청을 일부만 받아들였으며, 정신 장애 주장과 관련해 추가 양형심리절차나 조사 없이 변론을 종결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정신질환은 이 사건 범행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피고인이 치료받지 않고 징역형을 복역하다가 출소해 범행 이전과 유사한 생활환경으로 복귀하게 된다면 다시 범행을 저지를 개연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원심의 조치와 판단에는 장애인인 소년에 대한 형사사건의 심리 및 적합한 처분 등에 대한 판단 방법, 정신적 장애 관련 주장에 대한 양형심리의 절차 및 양형판단의 방법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조치와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고 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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