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눈은 정말 흰색일까?
눈 결정구조가 만드는 광학적 트릭
눈·얼음 넓게 분포할수록 기후 안정
2026-01-29 10:47:41 2026-01-29 14:39:24
사람들은 흔히 “눈처럼 하얗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최신 과학 설명에 따르면 눈 자체는 흰색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눈 쌓인 겨울 풍경을 희게 보는 이유는 빛의 물리학적 작용과 눈 결정의 구조가 만들어낸 ‘광학적 트릭(optical trick)’ 때문입니다.
 
눈은 얼음 결정들이 공기층과 함께 얽혀 형성된 다공성 구조물입니다. 물이 고체 상태로 얼어붙은 얼음 결정은 겉보기에는 무색 투명하지만, 물 분자가 파장이 긴 붉은색 계열의 빛을 더 잘 흡수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본질적으로는 매우 옅은 푸른빛을 띱니다.
 
한라산의 설경.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빛이 눈과 얼음을 만났을 때
 
하지만 얼음 결정으로 형성된 눈의 경우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눈송이는 육각 대칭을 기본으로 성장한 얼음 결정들이 모여 형성됩니다. 이 얼음 결정들은 판 모양, 기둥 모양, 수지상(樹枝狀) 형태 등 매우 다양한 형태를 띠며, 각각은 여러 개의 결정면(facet)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결정들이 지표면에 쌓일 때는 일정한 방향으로 정렬되지 않고 무작위로 포개집니다. 그 결과 눈 속에서는 빛이 수많은 면과 경계에서 반복적으로 반사되고 산란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프리즘을 통과시키면 볼 수 있는 것처럼 햇빛에는 다양한 파장의 빛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중 인간의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 영역이 모두 합쳐질 때 우리는 이를 백색광으로 인식합니다. 이 빛이 눈 위에 떨어지면 각 얼음 결정의 면들이 빛을 산란시킵니다. 이때 빛의 각 파장(색)은 거의 동일하게 모든 방향으로 반사·산란합니다.
 
눈 위에서 산란된 빛은 여러 색을 함께 담은 채 우리 눈에 들어옵니다. 우리의 시각은 이 빛들을 하나로 합쳐 ‘흰색’으로 인식합니다. 즉, 눈이 스스로 흰빛을 내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색의 빛을 고르게 반사하기 때문에 하얗게 보이는 것입니다.
 
얼음과 눈이 서로 다르게 보이는 이유는 빛이 내부를 통과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얼음 조각에서는 빛이 내부를 비교적 곧게 통과할 수 있어 투명하거나 반투명으로 보입니다. 반면 눈에서는 얼음 결정 사이의 수많은 경계면에서 빛이 여러 방향으로 반복해서 반사되고 산란됩니다. 이 과정에서 모든 색의 빛이 함께 우리 눈에 도달하게 되며, 그 결과 눈은 거의 전체 가시광선을 반사하는 것처럼 보여 하얗게 인식됩니다.
 
흰색이 아닌 눈도 있다
 
자연에서 눈이 항상 흰색으로만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바람에 날린 모래나 황토가 눈과 섞이면 눈은 옅은 갈색빛을 띠기도 합니다. 북미와 알프스, 히말라야 같은 고산지대에서는 붉은색을 띠는 눈이 관찰되기도 합니다. 
 
‘붉은 눈’ 현상은 고대부터 기록되어 왔으며, 아리스토텔레스는 『기상학(Meteorologica)』에서 붉은 눈, '에뤼트라 키온'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중세에는 이 현상이 ‘피가 내렸다’는 불길한 징조로 오해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오해는 19세기에 이르러 탐험가들과 과학자들에 의해 불식되었습니다. 붉은 눈의 원인은 고산지대나 극지의 눈 위에서 살아가는 미세 녹조류인 클라미도모나스 니발리스(Chlamydomonas nivalis)가 자외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생성한 붉은 색소 때문이었습니다. 남극에서는 펭귄의 배설물에 포함된 색소가 눈을 분홍빛이나 붉은빛으로 물들이기도 합니다.
 
빙하는 눈이 중력에 의해 압축된 얼음덩어리이기 때문에 긴 파장의 빛은 더 많이 흡수되고, 짧은 파장은 상대적으로 산란되어 파란빛이 두드러져 보입니다. 이처럼 눈이 흰색으로 보이는 것은 일반적인 조건에서 나타나는 시각적 효과일 뿐, 눈 자체가 본래 흰색을 띠는 물질이기 때문은 아닙니다.
 
독일 남부의 바이에른 알프스 도시에서 네벨호른 언덕이 눈으로 덮였다. 고산지대의 눈은 때때로 하얀 색이 아닌 색으로 보이는 경우가 있다. (사진=뉴시스)
 
알베도(albedo)는 ‘흰, 밝은’을 뜻하는 라틴어 albus에서 나온 말로, 본래 ‘희기, 밝기’를 의미했습니다. 이 용어는 18~19세기 천문학에서 달과 행성이 태양빛을 얼마나 밝게 반사하는지를 설명하는 데 사용되었고, 이후 복사 물리학과 기후과학의 발전과 함께 ‘입사한 복사에너지 중 얼마나 반사해 되돌려 보내는가’를 나타내는 정량적 개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흰눈의 알베도와 기후 안정 
 
이 어원은 눈 덮인 대지가 지구 기후에 왜 중요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흰눈은 지표면 가운데 가장 높은 알베도를 가지며, 태양복사를 강하게 반사해 지표의 가열을 억제하는 거대한 반사판처럼 작용합니다. 특히 고위도 지역에서 눈과 얼음이 넓게 분포할수록 더 많은 에너지가 우주로 되돌아가며, 이는 기후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기온이 상승해 눈이 줄어들면, 그 아래의 어두운 지면이나 바다가 드러나 더 많은 에너지를 흡수하게 되고, 이 열은 다시 눈의 융해를 가속합니다. 이른바 ‘눈–알베도 피드백’입니다. 더구나 시간이 지나 먼지나 그을음 같은 입자가 쌓이면 눈의 반사율은 점점 낮아져 융해 속도는 더욱 빨라집니다. 
 
흰 눈이 덮인 대지는 단순히 순백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지구의 열 균형과 기후 안정에 기여하는 물리적 기능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경주 객원기자 kjsuh57@naver.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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