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담배처럼 설탕 부담금으로 설탕 사용 억제, 그 부담금으로 지역·공공 의료 강화에 재투자‥여러분 의견은 어떠신가요"라는 글을 게재하면서 '설탕세' 논란에 불이 지펴졌습니다. 설탕세는 설탕을 비롯한 당류가 일정량 이상 함유된 가공식품에 추가로 부과하는 세금을 말합니다. 이 대통령의 발언으로 몇 년 전 논의 끝에 무산됐던 설탕세가 수면 위로 올라왔는데요. 증세 여부, 물가 인상 등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설탕세와 관련된 주요 쟁점을 짚어봅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설탕이 진열돼 있다. (사진=뉴시스)
①세금 아니다?
가장 '뜨거운 감자'는 세금이냐 아니냐입니다.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설탕세 도입'에 선을 그으면서 증세 논란을 일축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전날 SNS에 설탕세 도입 내용을 담은 언론 기사와 함께 "국민 의견을 물었는데 설탕세 도입이라고 왜곡"이라는 글을 게재했습니다. 이어 "지방선거 타격 주기 위해 증세 프레임을 만드는 걸까"라며 기사 수정을 요구했습니다.
설탕 과다 사용에 대한 '세금'을 걷는 설탕세가 아니라 특정 공익사업에 활용하기 위해 이해관계자에게 재원을 거두는 '부담금'이라는 겁니다. 청와대는 이날 공지를 통해 "일반 재정에 사용되는 세금과 특정 용도를 위해 그 필요를 유발한 원인에 부과하는 부담금은 완전히 다르다. 시행 방침과 의견 조회도 다르다"며 "이 차이를 국민에게 더 잘 알려야 함에도 '증세' 또는 '과세 추진'으로 표현하는 것은 사실관계의 왜곡"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부과 사실이나 내역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그림자 조세'로 불리는 부담금은 '준조세'로 인식됩니다. 원인자·수익자 부담 원칙에 맞지 않거나 과도한 부담금은 사실상 세금을 거두는 우회 수단으로 작용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따라서 설탕 부담금이 세금이냐 아니냐는 논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셈입니다. 세금은 아니라지만 결국 부담금도 국민 지갑에서 나오는 까닭입니다.
②물가 인상
설탕 부담금이 도입된다면 당류 제품을 만드는 식품기업과 이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부담금을 낼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기업이 내는 부담금도 따지고 보면 소비자로부터 나옵니다. 기업은 제조 원가와 제반 비용을 포함시켜 상품 가격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부담금 일부가 상품 가격에 녹아 있어 소비자들이 이를 부담하게 되는 것이죠.
이에 설탕세 혹은 설탕 부담금 논란은 '물가 인상' 우려로 귀결되고 있습니다. 설탕 과다 사용에 대한 부담금 책정은 제품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설탕이 많이 들어간 먹거리 전반의 가격 상승은 결국 물가를 끌어올리게 될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입니다. 지금도 먹거리 물가는 고공행진 중입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가공식품 물가는 전년 대비 3.6% 상승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2.1%)을 웃돌았습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부담금이든 세금이든 비용이 늘어나는 결과를 가져오고, 이는 원가 압박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일부분은 기업에서 끌어안더라도 제품의 가격 인상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지금도 식품업의 원가율은 높은 반면 이익률은 5% 내외로 다른 업종에 비해 낮은 편"이라며 "가격을 인상하지 않고 감당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③소득 역진성
설탕세 시행은 '소득 역진성'과도 연결됩니다. 소득에서 식비나 조세 부담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일수록 충격을 받는 역진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소득과 무관하게 세금을 내는 간접세는 역진성이 높은 세금으로 여겨집니다. 정책 의도와는 다른 부작용이 예상되는 지점입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난 28일 논평을 내고 "설탕 대신 다른 감미료로 바꾸는 규제 회피가 발생할 경우 실질적인 건강 개선 없이 가격 인상에 따른 물가 상승이라는 부작용만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며 "더 큰 문제는 설탕세가 전형적인 역진적 세금"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소득 대비 식비 비중이 큰 계층일수록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건강을 명분으로 내세운 간접세가 취약계층의 가처분소득을 깎고, 식생활을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다고 합리적인 기준 없이 특정 납부자를 우대할 경우 '조세 형평성' 문제가 야기될 수 있습니다. 이에 최소한의 범위로 설탕세를 적용하거나 영유아용 분유, 의료용 식품 등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④설탕세로 공공투자?
이 대통령이 소환한 설탕 부담금의 목적은 국민 건강 증진과 그 재원을 지역·공공 의료 강화에 재투자하는 데 있습니다. 청와대도 이날 공지에서 "당류 과사용에 대한 우려와 국민 건강 훼손에 대한 공론화 차원에서 설탕 부과금을 사회적 공공 담론으로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부는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담배에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고 있는데요. 담배 한 갑 가격(4500원)에 포함된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은 841원입니다. 해당 부담금 징수로 모인 기금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관리·운용하며, 금연 교육·광고, 흡연피해 예방과 흡연 피해자 지원 등 국민건강관리사업에 활용됩니다.
설탕 부담금도 국민건강증진법 개정 시 이 같은 방식으로 운영이 가능할 전망입니다. 이 대통령이 화두를 던진 터라 국회에서 관련 논의가 활발히 진행될 예정입니다. 청와대는 전날 "설탕 섭취로 인한 국민 건강권 문제 및 지역·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재투자 재원으로의 활용 방안 등에 대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며 논의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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