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강원도 인제군 고위 공무원의 자녀 등 친인척이 매년 수억원의 군 보조금이 투입되는 '인제 스피디움'에 채용돼 근무 중인 걸로 확인됐습니다. 해당 공무원은 인제 스피디움 운영·지원을 담당하고, 정책과 예산을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 '업무상 이해충돌'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다만 문제가 제기된 공무원은 "본인은 인제 스피디움에 영향력을 행사할 만한 직급이 아니었다"며 "스피디움 자체가 지역 주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조성된 곳인 만큼 친인척이 근무하는 건 지역민을 채용한 측면으로 봐달라"고 했습니다.
2019년 6월12일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에 위치한 인제 스피디움 전경. (사진=뉴시스)
6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인제군에서 관광경제국 업무를 총괄하는 A씨의 자녀 B씨는 2024년 5월 인제 스피디움에 입사해 현재까지 일하고 있습니다.
인제 스피디움은 태영건설이 100% 출자해 설립한 자회사입니다.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일대에 3908㎞ 규모 자동차 경주장과 4성급 호텔, 리조트 등을 갖춘 복합 자동차 문화 공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태영건설은 오는 2062년 4월30일까지 이곳을 운영한 뒤 인제군에 운영권을 기부채납할 예정입니다.
문제는 B씨가 채용될 당시는 물론 현재까지 A씨는 인제 스피디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공직자라는 점입니다. A씨는 인제군이 '인제 오토테마파크(현 인제 스피디움)' 설립을 추진하던 2009~2013년 당시 미래기획단 투자유치팀장, 오토테마파크 지원 담당자 등으로 일하며 실무를 담당했습니다. 또 2019년 6월 문화관광과 근무를 거쳐 현재는 관광경제국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관광경제국은 인제 스피디움 운영 지원을 전담하는 관광과를 하부에 두고 있습니다. A씨는 인제 스피디움 정책·예산 결정에 직접 관여할 수 있는 위치인 겁니다.
실제로 인제군은 인제 스피디움에 매년 수억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용혜인 의원실이 인제군으로부터 제출받은 '2023~2025년 수주 내역'에 따르면, 군은 3년간 4억9천만원을 '인제 마스터즈 시리즈', '코리아 카트 챔피언십', '인제 차박 페스티벌 보조사업' 등에 보조금 명목으로 투입했습니다. 간접 지원 예산까지 합치면 규모는 더 커집니다. 2023~2025년 군정업무 계획을 보면, 인제군은 '인제스피디움 운영 활성화 지원'을 명목 사업비로 각 3억2400만원, 6억2000만원, 6억8400만원을 편성했습니다.
더구나 인제 스피디움에 근무하는 A씨의 친인척은 B씨뿐만이 아닙니다. 사촌 1명과 처가 식구 2명도 개장 초기에 입사해 일했던 걸로 확인됐습니다. 이 가운데 사촌인 C씨는 현재까지도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고, 구매·대관 업무를 수행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A씨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인제 스피디움 개장 때에는 영향력을 행사할 직급도, 권한도 되지 않았다. 스피디움은 지역 주민 일자리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만든 것이다. 내 친인척이 그곳에서 일하는 건 그런 차원에서 봐줘야 한다"고 해명했습니다. 2024년 5월 자녀 채용에 관해선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가 젊은 직원들이 이직을 많이 했고, 우연찮게 수시 모집이 있어서 들어가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A씨는 사촌이 대관 업무를 수행한 것에 대해선 "현재 그동안의 대관 업무는 다른 사람이 했지 C씨가 하진 않았다"며 "그리고 C씨가 오더라도 저는 웬만하면 만나지 않으려고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A씨는 '인제 스피디움 사업과 예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위치가 아니냐'는 질의엔 "실무자가 결정하면 의견을 다는 정도이지, 지대한 영향이 있다고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인제 스피디움 측은 B씨 채용에 대해선 "당사는 지방업체 특성상 공개채용이 아닌 수시채용으로 인력을 수급하고 있다"며 "자동차 관련 학과를 졸업하고, 타이어 회사 근무 경력을 보유하는 등 서킷운영 관련 직무 수행에 필요한 기본 역량을 갖춘 지원자로 서류 및 면접 전형을 거쳐 채용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C씨 채용의 경우) 2014년 사업운영 개시 시점에 많은 인력이 필요해서 공개채용을 실시했었다"며 "위 모든 채용은 당사 내부 인사규정 및 채용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된 사항"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용혜인 의원은 "군의 고위직 공무원이 보조금 집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업에 친인척이 근무하는 것은 이해충돌 소지가 다분하다"며 "채용 과정의 불법이 없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그 고위직 공무원이 해당 기업의 보조금 집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다른 부서에 근무하도록 해야 이해충돌방지 원칙에 부합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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