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모빌리티 2.0)③영하 253도 누빌 K조선…엔진·전지·크래킹 ‘3색 심장’
HD한조해, 태우는 ‘수소 엔진’
한화오션, ‘수소 연료전지’ 개발
삼성중, 암모니아서 ‘수소 추출’
2026-02-20 14:38:14 2026-02-20 14:50:17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도심을 달리는 자동차와 트램이 수소 생태계의 ‘오늘’이라면, 수 주일간 충전 없이 거친 대양을 가로질러야 하는 선박은 막대한 에너지 밀도와 극저온 보관 기술이라는 험난한 장벽을 넘어야 한다는 점에서 수소 생태계의 ‘내일’에 해당합니다. 육상과는 차원이 다른 기술적 난도 탓에 수소 선박 시장 선점을 두고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하고 있습니다. 유럽과 일본 등 해운 강국들이 핵심 기술 선점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한국 조선 3사는 수소 연소 엔진, 수소 연료전지, 암모니아 크래킹 등 독자적인 기술을 무기로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래픽=구글 제미나이)
 
수소선, 상용화 눈앞…연 55% 성장
 
영국 로이드선급(LR)은 지난달 8일 발행한 ‘퓨얼 포 소트(Fuel for Thought)’ 보고서를 통해 수소 내연기관과 수소 연료전지가 해운업의 탈탄소 여정을 이끌 핵심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보고서는 수소가 영하 253도의 극저온 보관이 필요하고 가연성 범위가 넓어 폭발 위험이 높다는 기술적 과제가 존재하지만, 글로벌 표준화 작업을 통해 극복해 나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로이드선급이 운영하는 ‘무탄소 연료 모니터’에 따르면 선박용 수소 연료전지의 기술 성숙도는 총 9단계 중 7단계(소규모 시범 생산), 내연기관은 6단계(시제품) 수준에 도달한 수준으로 평가됩니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가 지난달 발표한 2025년 결산 통계에 따르면, 한 해 발주된 대체연료 선박은 총 499척으로 전체 발주 톤수의 37%를 차지했습니다. 이 중 수소 추진선이 9척, 암모니아 추진선이 5척으로 기존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을 빠르게 추격하며 시장 변화를 알렸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PMI에 따르면 전 세계 수소 선박 시장은 2025년 약 1조7000억원 규모에서 2036년까지 약 215조원으로 연평균 55%의 폭발적인 성장률이 예상됩니다.
 
주요 해운국들은 수소를 동력원으로 삼는 대형 실증 프로젝트를 가동 중입니다. 유럽의 종합 물류 기업 삼스킵은 3.2MW(메가와트) 액화수소 연료전지로 움직이는 500TEU급(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단거리 수소 컨테이너선 2척을 발주해 올해 오슬로와 로테르담을 잇는 북해 항로에 투입할 예정입니다. 스위스계 글로벌 선사 바이킹이 발주하고 이탈리아 핀칸티에리 조선소가 건조 중인 세계 최초의 수소 추진 크루즈선 ‘바이킹 리브라’호도 올해 인도를 앞두고 있습니다. 
 
무탄소 에너지 전환에 따라 국가 간 대규모 수소 이동 물류망 구축이 필수가 되면서 운반선 기술의 중요성도 커졌습니다. 일본 가와사키중공업은 16만㎥급 초대형(길이 346m) 액화수소 운반선의 기본승인 획득 사실을 발표했으며, 수소를 영하 253도 극저온으로 액화해 부피를 800분의 1로 줄이는 기술을 바탕으로 2030년까지 글로벌 수소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구상입니다.
 
국제해사기구(IMO) 또한 상용화를 위한 국제 표준 및 제도적 기반을 다지고 있습니다. IMO는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선박의 안전을 위한 임시 지침’초안 작업을 마무리해 오는 5월 열리는 제111차 해사안전위원회(MSC 111)에서 최종 승인될 예정입니다. 발효 시 수소 선박의 상용화 및 대체 설계를 뒷받침하는 법적 테두리가 될 전망입니다.
 
HD현대중공업이 개발한 1.5MW급 LNG·수소 혼소 힘센 엔진. (사진=HD현대)
 
태우고 전기화하고 뽑고…‘승부수’
 
국내 조선 3사는 영하 253도로 액화해야 하는 수소보다 상온 저장과 운송이 훨씬 용이한 수소 화합물인 ‘암모니아’를 징검다리로 활용하면서도 최종 목적지인 순수 수소 시대로 직행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전사적 역량을 모으고 있습니다. 
 
HD현대(267250)는 수소를 직접 연소시켜 동력을 얻는 수소 전용 엔진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수소 내연기관은 기존 디젤 엔진과 기본 구조가 유사해 선사들의 진입 장벽이 낮고, 대형화가 쉬워 수만 마력의 고출력을 뿜어내는 데 유리합니다. 아직 초대형 선박을 움직일 만큼의 MW급 단일 출력을 내기에는 기술적, 비용적 한계가 있는 연료전지와 대비되는 지점입니다. 
 
HD현대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중공업(329180)이 국내 최초 독자 기술로 개발한 ‘1.5MW급 LNG·수소 혼소(混燒) 힘센(HiMSEN) 엔진’은 디젤연료와 LNG·수소 혼합 연료를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친환경 엔진입니다. 유해 배기가스 배출량을 대폭 줄여 IMO 질소산화물 규제 최고 등급(티어3)을 충족했습니다. 현재 100% 수소만 연료로 사용하는 ‘순수 수소 힘센 엔진’ 개발에 속도를 내는 한편, 수소 연료전지 전문 자회사인 HD하이드로젠을 통해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등 차세대 원천 기술 확보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엔진과 연료전지를 아우르는 ‘투트랙’ 수소 추진 전략을 통해 고출력이 필요한 대형 컨테이너선이나 벌크선 시장을 선점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한화오션(042660)은 수소를 직접 태우는 대신 전기로 변환하는 ‘수소 연료전지 전기추진’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와 공동 개발한 200kW급 선박용 수소 연료전지는 최근 노르웨이 선급(DNV)으로부터 인증을 마치고 실선 탑재를 앞두고 있습니다. 소음과 진동이 거의 없어 크루즈선이나 여객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 최적화된 기술로 평가받습니다.
 
동시에 이 추진 기술을 액화수소 운반선에 접목해 운용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8만㎥급 액화수소 운반선에 운항 중 자연 발생하는 수소 증발가스(BOG)를 연료전지의 원료로 재사용하는 기술을 적용했습니다. 여기에 세계 최초로 개발한 ‘액침냉각형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결합해 전기 추진 과정의 화재 위험성을 원천 차단했습니다. 한화오션은 이러한 독자 기술력을 바탕으로 16만㎥급 초대형 수소 운반선의 표준 설계를 완성해 무탄소 해상 운송 시장을 선점한다는 구상입니다.
 
액화수소운반선 조감도. (사진=한화오션)
 
삼성중공업(010140)은 영하 253도의 극저온 유지가 필요한 액화수소 저장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암모니아 크래킹(분해)’ 기술을 핵심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상온 보관이 용이한 암모니아를 선박 연료탱크에 싣고, 운항 중 암모니아를 분해해 추출한 수소를 연료전지에 공급해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입니다. 대형 액화수소 저장 탱크가 차지하는 공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선박 설계 효율이 비약적으로 높아집니다.
 
핵심 파트너는 미국 수소 전문 기업 아모지입니다. 암모니아 기반 수소 파워팩 시스템을 거제조선소에서 독점 위탁 생산하며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삼성중공업은 모듈형 설계를 통해 선박 규모에 맞춰 동력을 유연하게 확장할 수 있는 차세대 동력원 체계를 완성해 나갈 계획입니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수석연구원은 “증기기관 발명 이후 선박 연료가 석탄에서 석유로 전환된 지 100여년 만에 탄소 없는 연료를 채택하는 거대한 전환기에 진입했다”며 “생산 및 공급 단가를 낮춰 기존 연료와의 가격 격차를 줄이는 경제적 해법을 마련하는 것이 수소 생태계 확산의 실질적인 열쇠가 될 전망”이라고 했습니다. <끝>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