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캐피탈사의 자동차 리스·렌탈 취급한도 규제 완화 논의가 장기 렌터카 시장에 한정돼 진행되고 있지만, 중소형 렌터카 업계의 위기감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인가를 받은 유일한 법정 단체인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는 캐피탈 업권이 현행 규제 아래서도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며, 규제 완화가 중소형 렌터카 업체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의견을 공정위에 제출했습니다.
"불공정 규제 속에도 캐피탈 압도적 성장률"
23일 <뉴스토마토> 취재에 따르면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는 지난 9일 공정위 시장구조개선정책과에 캐피탈사의 자동차 리스·렌탈 취급 한도 규제 완화가 결과적으로 중소형 렌터카 업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현재 캐피탈사는 여신전문금융업 감독규정에 따라 부수업무로 분류되는 렌탈자산 규모가 본업인 리스자산을 초과할 수 없도록 제한받고 있습니다. 자금조달 경쟁력이 렌터카 업체보다 우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렌탈 사업 확대에는 구조적인 제약이 존재해 온 배경이다.
그사이 세제 혜택과 규제 차이를 기반으로 렌터카 업체들이 급성장하면서, 캐피탈 업권에 대한 '불공정 규제' 논란도 제기돼 왔습니다. 캐피탈사는 여신전문금융업으로 분류돼 약관 관리, 정보보호, 채권추심, 민원 처리 등 전반에 걸쳐 금융소비자보호법 적용을 받는 반면, 렌탈업권은 국토교통부 소관 규제를 적용받아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하다는 지적입니다.
지방세·교육세·취등록세는 물론 공채매입 할인 가격까지 두 업권 간 세금 부담 격차도 10배 이상 벌어져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캐피탈 업권의 애로 사항에 공감하며 렌탈 취급 한도 규제 완화 검토에 긍정적인 시각을 보인 배경입니다.
이병건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이 지난달 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SK렌터카-롯데렌탈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정위 역시 지난달 26일 렌터카 시장 1·2위 사업자인 롯데렌탈과 SK렌터카의 기업결합 심사를 불허하면서 캐피탈 업권의 불리한 경쟁 여건을 언급했습니다. 당시 공정위는 "장기 렌터카 시장 3·4위 업체인 캐피탈사는 본업 비율 제한 등으로 롯데렌탈·SK렌터카 대비 상당히 불리한 경쟁 상황에 놓여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연합회는 공정위에 제출한 공문에서 "캐피탈사들이 금융위원회와 공정위의 언급을 근거로 규제 역차별을 주장하고 있으나, 현행 본업 비율 제한하에서도 이미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연합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전체 렌터카 시장 점유율은 상위(1~30위) 전업 렌터카사가 44.05%, 상위 캐피탈사가 44.01%로 두 업권 합산 비중이 88.06%에 달했습니다. 반면 기타로 분류되는 중소형 렌터카 업체의 비중은 11.94%에 그칩니다. 같은 기간 렌탈 차량 등록 대수 성장률 역시 전업 렌터카사는 6.5% 증가에 그친 반면, 캐피탈사는 29%로 압도적인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중소형 업체의 성장률은 4.88%로 가장 낮았습니다.
연합회 관계자는 "자본조달 능력이 월등한 캐피탈사는 이미 규제 환경 속에서도 렌터카 시장의 절반을 장악했다"며 "캐피탈 업계의 규제가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단기 렌터카도 영향권" 중소업체 강력 반발
중소형 업체들이 주력으로 영위하는 단기 렌터카 시장 역시 직·간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업계는 캐피탈사 규제 완화에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캐피탈사와의 경쟁이 심화될 경우 롯데렌탈과 SK렌터카가 단기 렌터카 시장에서 추가 수요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섭니다.
현재 여신전문금융회사는 단기 렌터카 사업을 직접 영위할 수 없습니다. 금융위원회도 렌탈 취급 한도 규제 완화를 검토하면서 단기 렌터카 시장에는 이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중소형 렌터카 업체들의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연합회는 공정위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캐피탈사의 렌탈 본업 비율 규제까지 완화될 경우, 중소사업자 적합 업종으로 보호돼 온 렌터카 시장이 거대 금융사의 자산운용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며 "현행 체계에서도 캐피탈사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만큼 렌탈 취급한도 완화는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연합회 관계자는 "1년 미만의 단기 렌터카 시장은 세차, 배차, 차량 배송 등 노동집약적인 특성이 강해 중소형 사업자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며 "장기 렌터카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이고 업권 전체 성장률도 정체된 상황에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려면 결국 단기 시장으로 확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캐피탈 "가정한 우려에 불과" 반박
캐피탈 업권은 렌탈 취급한도 확대가 중소 렌터카 업체에 간접적 피해를 준다는 주장은 가정에 불과하다는 입장입니다.
캐피탈업계 관계자는 "캐피탈사가 장기 렌터카 시장에 진입할 경우 롯데렌탈이나 SK렌터카가 어떤 전략을 취할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며 "경쟁 심화를 반기지 않는 중소업계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일어나지도 않은 상황을 전제로 규제 완화를 반대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도 "연합회의 주장은 과거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보호하던 시절로 회귀하자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소비자 이익과 공정 경쟁을 이유로 해제된 제도를 다시 되살리자는 주장"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일각에선 현재처럼 대형 렌터카 업체 중심의 시장 구조가 유지될 경우, 오히려 중소형 업체의 종속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다른 캐피탈업계 관계자는 "초대형 렌터카 업체들의 시장 지배력이 강화될수록 장기 렌터카를 넘어 단기 렌터카 시장으로의 확장은 시간문제"라며 "캐피탈사가 대기업과 경쟁하며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고, 중소형 업체와의 새로운 공생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장기 렌터카 반납 차량을 중소업체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하거나, 단기 대차 수요 공유, 자금조달 경로 확대 등 상생 모델 구축 가능성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거론됩니다. 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렌터카 시장 전반에서 새로운 사업 모델이나 상생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며 "일부 대형 캐피탈사는 이미 특정 지역의 단기 렌터카 업체에 대출 등 금융 지원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사진=뉴시스, ChatGPT 합성)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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