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공화국의 그늘)①11만 카페 시대…출혈경쟁 속 점주들 '한숨'
카페 시장 과잉 경쟁 '적신호'…카페 수 감소 시작
카페업 68% 개인…'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요구 ↑
제과업 적합업종 지정 후 '빵지순례' 등 선례 남겨
카페협동조합 "소규모 골목만이라도 보호 필요해"
2026-02-20 16:36:39 2026-02-20 16:36:39
경기 수원시 한 폐업한 카페 매장 앞에 테이블과 의자 등이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전국 카페 수 11만 시대가 도래하면서 "더 버틸 힘이 없다"는 카페 자영업자들의 호소가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상권마다 대형 프랜차이즈는 물론 메가커피 등 저가 브랜드가 촘촘히 들어서며 개인 카페들은 거대 자본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어섭니다.
 
이처럼 과잉 출점과 저가 경쟁이 겹치자 카페 업종을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최소한의 출점 조정 장치를 마련하고, 시장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습니다. 현재와 같은 무한 출혈 경쟁이 지속되면 결국 상권 전체가 함께 무너지는 '제 살 깎아먹기' 구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무분별한 프랜차이즈…소상공인 "적합업종 지정" 요구
 
이미 카페 시장은 과잉 경쟁 탓에 적신호가 켜진 지 오래입니다. 프랜차이즈 카페가 들어서면 기존 상권 매출이 30~50%씩 떨어지는 건 현실이 됐고, 물가와 인건비 급상승까지 겹치면서 개업 카페 절반은 3년 내 폐업 수순을 밟는 상황입니다.
 
20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저가 커피브랜드가 급성장하던 2024년은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카페 수 순감소가 시작된 역설적인 해로 기록됐습니다. 당시 커피음료점 폐업 건수는 1만2246곳으로, 창업(1만720곳)을 웃돌았습니다. 하루 평균 약 34곳이 사란진 셈입니다. 상황은 더 심화돼 지난해 1분기 커피음료점 수는 9만5337곳으로 전년 동기보다 743곳 줄어들면서, 실질적인 카페 수 감소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래픽= 뉴스토마토)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소상공인 단체는 저가 프랜차이즈 본사들의 무분별한 출점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습니다. 이미 역세권과 오피스 상권은 물론 주거 밀집 지역까지 2000원대 제품을 앞세운 저가 브랜드가 빼곡히 들어선 상황입니다. 최근에는 출점 간격마저 더욱 좁아지면서, 반경 500m 안에 5개 이상 저가 커피 브랜드 매장이 동시에 문을 여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게 현장의 전언입니다.
 
이에 전국카페협동조합 등 개인 카페 점주들은 카페업종을 '적합업종'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카페업의 적합업종 지정 추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전국 11만개에 달하는 카페 가운데 약 68%가 개인이 운영하는 곳인 만큼, 지난 2013년에도 스타벅스 등 대형 프랜차이즈를 상대로 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논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커피는 브랜드별 타겟층이 다르고, 프랜차이즈가 아닌 개인 카페의 비중이 워낙 높아 일률적인 규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적합업종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대신 대형 브랜드들이 자율적으로 확장을 자제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습니다.
 
문제는 상생협약 이후 출현한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빽다방 등 저가 프랜차이즈들이 공격적인 확장을 진행하면서, 사실상 상생안은 무용지물이 된 상황입니다. 그 사이 상황은 더 나빠졌고, 개인 카페 점주들은 이제는 중소기업형이 아닌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습니다.
 
적합업종 제도는 크게 생계형과 중소기업형으로 나뉩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동반성장위원회가 운영하는 제도로, 대기업의 사업 확장을 제한해 소상공인을 보호하자는 취지는 같지만 법적 강제력은 없습니다. 반면 생계형은 소상공인의 생계 보호가 필요한 업종에 대해 일정 기간 대기업의 신규 진입이나 사업 확장을 제한하는 등 법적 제재가 가능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제과점 적합업종 지정…'빵지순례' 문화 만들어
 
'제과업'은 적합업종 지정의 대표적인 선례로 꼽힙니다. 지난 2013년 제과업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지정돼 △전년도 매장 수의 2% 신규 출점 금지 △개인 제과점 500m 이내 출점 금지를 핵심으로 한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결과는 제과업의 양적·질적 성장으로 이어졌습니다. 동반성장위원회 실태조사에 따르면 협약 시행 전 약 1만198개였던 제과점 소상공인 사업체 수는 9년만인 2022년 2만2216개로 두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동 기간 매출액도 1조4937억원에서 3조2121억원으로 늘었습니다. 지역 중소 빵집들은 특색있는 제품으로 '빵지순례' 문화를 만들어냈고, 이는 지역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됐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미 과포화 상태인 시장을 행정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실효성이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 됩니다. 신규 출점을 막더라도 기존 매장 간 경쟁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카페는 서민들의 진입 장벽이 낮은 대표적인 업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한의 보호 제도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고장수 전국카페협동조합 이사장은 "대형 프랜차이즈와 상생협약을 맺었지만 메가커피 같은 저가 프랜차이즈들이 한 골목 건너 마다 들어오면 개인들은 규모의 경제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며 "최근에는 가성비 소비 열풍으로 대기업까지 저가 커피를 만든다는 소식에 우려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미 카페업 특성상 소비자 편익을 위해 역세권 반경은 제외하더라도, 소규모 골목에는 소상공인 보호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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