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운동이 알츠하이머 막는 뜻밖의 경로
‘간’과 ‘혈액-뇌 장벽’의 수리가 해답
노년기에 시작한 운동도 효과 크다
2026-02-24 11:26:48 2026-02-24 11:26:48
운동이 뇌 건강에 좋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진 상식이었습니다. 하지만 근육의 움직임이 어떻게 ‘뇌세포의 사멸’을 막는지에 대한 생물학적 연결 고리는 오랜 시간 베일에 싸여 있었습니다.
 
지난주 세계적 학술지 <셀(Cell)>에 실린 UC 샌프란시스코(UCSF) 연구진의 논문은 그 해답이 뇌가 아닌 ‘간’과 ‘혈액-뇌 장벽(BBB)’의 수리에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미국 UCSF 과학자들이 운동이 알츠하이머로부터 뇌를 보호하는 뜻밖의 메커니즘을 밝혀냈다.(이미지=Gemini 생성)
 
노화가 무너뜨리는 혈액-뇌 장벽
 
우리 뇌에는 외부의 독소나 병원균이 뇌 조직으로 침투하지 못하도록 막는 강력한 보안 시스템인 ‘혈액-뇌 장벽(Blood-Brain Barrier, BBB)’이 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이 장벽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마치 오래된 집의 지붕에서 비가 새듯, 혈액 속의 유해 물질이 뇌로 흘러 들어가 염증을 유발하고 결국 알츠하이머와 같은 인지 기능 저하로 이어집니다.
 
UCSF 연구진은 몇 년 전 운동하는 생쥐의 간에서 GPLD1이라는 효소가 많이 분비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GPLD1은 뇌를 젊게 만드는 것으로 보였지만, 한 가지 의문이 있었습니다. 이 효소 자체는 뇌로 들어갈 수 없어 과학자들은 어떻게 인지 기능을 개선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GPLD1은 크기가 너무 커서 혈액-뇌 장벽을 직접 통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 연구는 그 미스터리를 풀었습니다. GPLD1은 뇌 속으로 들어가는 대신, 뇌의 ‘성벽(장벽)’ 자체를 수리하는 방식을 택한다는 것을 발견한 것입니다.
 
연구진은 노화된 뇌의 혈관 세포 표면에 TNAP라는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쌓여 있다는 사실을 포착했습니다. 이 단백질이 과도해지면 혈액-뇌 장벽의 결합을 약하게 만들어 장벽을 ‘헐겁게’ 만듭니다.
 
그렇다면 운동의 효과는 무엇일까요? 운동을 하면 간에서 생성된 GPLD1이 혈류를 타고 뇌 혈관까지 이동합니다. 비록 뇌 안으로는 못 들어가지만, 혈관 표면에 달라붙은 TNAP를 싹둑 잘라내어 제거합니다. 그 결과, 헐거워졌던 혈액-뇌 장벽이 다시 촘촘해지며 염증이 줄어들고 기억력이 회복되는 연쇄 반응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연구진은 인간의 70대에 해당하는 2년생 생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인위적으로 TNAP 수치를 낮추자, 이미 노화가 진행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장벽의 투과성이 낮아지고 인지 능력이 눈에 띄게 개선되었습니다. 이는 노년기에 시작한 치료나 운동도 뇌의 방어 시스템을 복구하는 데 늦지 않았음을 시사합니다.
 
‘간에서 분비되는 효소가 노화 및 알츠하이머 관련 기억 상실을 역전시킨다’는 UCSF 연구의 그래픽 초록.(이미지=Cell)
 
70대 노인에게도 희망이 있다
 
이 연구의 교신저자인 사울 비예다(Saul Villeda) 박사는 “우리는 알츠하이머 연구가 그동안 간과했던 생물학적 경로를 발견했습니다. 이제 치료의 초점을 뇌 내부뿐만 아니라 뇌를 보호하는 장벽과 그 장벽을 조절하는 신체 기관으로 넓혀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번 연구는 운동이 간-혈류-뇌로 이어지는 정교한 ‘뇌 방어벽 복구 작업’임을 입증했습니다. 운동의 중요성을 재확인했을 뿐만 아니라, 운동이 어려운 고령층이나 환자들을 위해 운동의 효과를 모방해 TNAP 단백질을 직접 조절하는 새로운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의 길을 열어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 연구는 미국 국립보건원, 사이먼스 재단, 알츠하이머 치료 기금 등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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