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갯속 약가제도?…14년 전에도 4개월 만에 강행
건정심 소위 안건서 배제…본회의 상정도 무산
복지부 "일정 미정"…내달 회의 개최 여부 주목
2026-02-24 13:31:21 2026-02-24 14:27:20
서울 종로구 한 약국 외경.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정부의 제네릭의약품 약가 인하 드라이브에 한 차례 제동이 걸렸습니다. 최근 열린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소위원회에서 약가제도 개선안이 다뤄지지 않은 영향입니다. 약가 인하에 따른 파장을 우려하는 산업계는 한숨 돌렸다는 입장이지만, 당초 일정대로 오는 7월부터 새로운 약가제도가 적용될 여지는 다분합니다. 14년 전에도 불과 4개월 만에 약제 상한 금액 재평가가 이뤄진 선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24일 복지부에 따르면 이튿날 열릴 건정심 본회의에선 약가제도 개선안이 상정되지 않습니다. 지난 20일 열린 소위원회에서 약가제도 개선안이 논의되지 않은 탓입니다.
 
오는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약가제도 개선안은 오리지널의약품 대비 53.55%인 현행 제네릭 약가를 40%로 낮추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새로운 약가제도에는 연구개발 투자에 적극적인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해 신약 개발을 독려하고 건강보험 재정 효율성을 높이려는 정부 의지가 담겼습니다.
 
정부가 제네릭 약가 대수술을 예고한 시점은 지난해 11월입니다. 그러자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등 유관단체 5곳은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꾸리고 꾸준히 우려를 표했습니다. 제약산업 근간을 이루는 제네릭 약가를 내리면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해 연구개발 투자가 줄어들 뿐 아니라 인적자원 경쟁력도 고갈돼 생태계가 흔들린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이번 건정심 소위에서 약가제도 개선안 논의가 이뤄지지 않자 산업계에선 한시름 덜었다는 반응이 먼저 나왔습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네릭 약가 인하가 산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이 막대하다는 점을 정부가 감안한 것"이라며 "산업계 의견을 한 차례 더 전달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산업계가 내쉰 안도의 한숨이 얼마나 길게 이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이번 건정심 소위에선 약가제도 개선안이 논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이후 열릴 회의에선 대화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 복지부 관계자는 "건정심 소위 일정이 잡힌 건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건정심 회의가 통상 한 달에 한 번 열린 점을 감안하면 다음달 열릴 소위원회에서 약가제도 개선안 논의가 재개될 여지도 있습니다.
 
14년 전 약가 일괄인하 당시 공고 4개월 만에 약제 상한금액이 재평가된 사례도 이번 약가제도 개선안이 계획대로 시행될 가능성에 무게를 싣습니다.
 
지난 2011년 이후 복지부 공고를 전수조사한 결과 2012년 약가 일괄 인하를 앞두고 처음 계획이 공개된 시점은 2011년 12월31일입니다. 당시 약제 상한 금액 재평가 계획 공고를 보면, 복지부는 기등재의약품 약가를 동일 제제 최고가 기준 53.55%로 조정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현재 제네릭에 적용되는 약가가 이때 산정된 겁니다.
 
이후 복지부는 이듬해 2월27일 보도자료를, 같은 해 3월19일 가이드북을 배포하면서 4월1일부로 제네릭 약가 일괄 인하를 단행했습니다.
 
당시 약제 상한 금액 재평가 계획 공고부터 일괄 인하까지 4개월밖에 걸리지 않은 선례가 이번에도 똑같이 적용되면 다음달 건정심 소위 개최 여부에 따라 7월부터 제네릭 약가 인하가 이뤄질 수 있는 셈입니다.
 
약가제도 개선안 시행 분수령은 정부와 산업계 중 어느 쪽 주장이 명분을 얻느냐입니다.
 
정부는 현행 약가제도가 2012년 일괄 인하 이후 유지돼 건보 재정을 위해선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복지부는 약가제도 작년 11월28일 약가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제약산업 혁신을 촉진하고, 환자의 치료 접근성은 높이면서도 약제비 부담은 완화하기 위한 약가제도의 종합적인 개선을 추진한다"며 "약제비를 체계적이고 예측 가능하게 관리하고 국민 부담은 경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약가 관리 전반을 합리화한다"고 예고했습니다.
 
반면 산업계는 제네릭 약가 인하가 국민 건강을 지탱하는 필수 안전망을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사사는 지난 10일 결의문에서 "국내 제약산업의 경우 R&D 재원의 대부분을 기업이 자체 조달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대규모 약가 인하가 단행되면 기업들은 꼭 필요한 연구개발 대신 생존을 위한 단기 성과 중심의 사업 전략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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