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방탄소년단(BTS) 컴백 공연을 앞두고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노숙인들이 사실상 자취를 감췄습니다. 공연 준비로 도심이 들썩이는 사이 이들이 머물던 공간의 풍경도 달라졌습니다.
안전 이유로 '노숙인 이동 안내'…서울시 "강제성 없었다"
19일 오후 찾은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지하도. 평소 종이상자와 짐가방을 두고 잠을 청하던 자리에는 빈 공간만 눈에 띄었습니다. 광화문광장 역시 무대 설치가 진행되면서 노숙인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광화문역에서 노숙인들이 주로 기거하는 지하도 공간. BTS 컴백공연을 앞두고 일대가 정리된 모습이다. (사진=뉴스토마토)
서울시는 공연 열흘 전인 지난 11일부터 광화문광장 일대 노숙인들에게 거처를 옮겨달라고 안내했다고 밝혔습니다. 위탁기관인 브릿지종합지원센터 등을 통해 거리 상담 과정에서 이동을 안내했다는 설명입니다.
이동 안내 목적은 공연 당일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안전사고를 예방입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모든 조치는 당사자 동의에 따라 이뤄지며 강제 조치는 불가능하다"며 "현장에 계셨던 분들도 안내 취지를 이해하고 비교적 협조적으로 응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일부 노숙인은 복지시설로 이동했습니다. 광화문광장에서 생활해온 80대 여성 노숙인은 최근 경기 용인의 한 시설로 입소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다만 모든 노숙인이 시설로 이동한 것은 아닙니다. 상당수는 광화문 일대를 떠났지만 정확한 행방은 파악되지 않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개인이 어디로 이동했는지까지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현장에서는 일부 노숙인이 공공의 안내 이전에 이동을 강요받았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노숙인 지원 비영리단체 '홈리스행동' 측은 공연 무대 설치 과정에서 민간 인력에 의해 노숙인이 밀려났다는 증언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노숙인 이동을 둘러싼 해석도 엇갈립니다. 서울시는 "설명과 안내를 통해 자발적으로 이동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홈리스행동 측은 "현장에서 공권력과 마주하는 상황 자체가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사라진 노숙인들…반복되는 '이동' 구조
이 같은 상황은 과거 대형 행사 때마다 반복돼 온 '노숙인 이동'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2002년 월드컵과 2010년 G20 정상회의 당시에도 도심 노숙인들이 외곽으로 이동되는 문제가 제기된 바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반복의 배경으로 현행 노숙인 지원 체계의 한계를 꼽습니다. 고시원·쪽방 등 민간 임대시설 중심의 주거 지원으로는 취약성을 가진 노숙인들이 정착하기 어려워 다시 거리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21일 BTS 컴백공연이 열리는 광화문광장 근처에 위치한 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사진=뉴스토마토)
주장욱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행사가 열릴 때마다 노숙인들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다"며 "결국 선택지는 시설로 들어가거나 그 자리를 떠나는 것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결국 행사가 끝나면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문제는 노숙인이 아니라 이들을 수용할 수 없는 현재의 주거·복지 체계"라고 덧붙였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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