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경 기자] 주식시장 거래시간 12시간 확대를 둘러싸고 이해관계자들이 처음 한자리에 모였지만 입장차만 재확인한 채 팽팽한 대치가 이어졌습니다. 지속적인 논의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다수 제시된 가운데 국회에선 금융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습니다. 그간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왔던 주무부처 금융위원회는 3자 협의체를 출범시키고 직접 조정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20일 국회에서 열린 '주식시장 거래시간 연장 간담회'에선 금융위, 한국거래소, 증권사, 증권 노조가 공개석상에서 첫 논의를 열었지만, 주식시장 프리·애프터마켓 시행 시점과 주문 처리 방식, 시스템·인력 부담, 투자자 보호 등을 둘러싼 이해관계자 간 갈등이 여전히 첨예했습니다. 증권업계는 9월로 미룬 시행 시점도 촉박하다며 투자자 혼란과 시스템 안정성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거래소는 단계적·선택적 참여 원칙 아래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며,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12시간 거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앞서 거래소는 당초 6월 예정이던 거래시간 확대 시행을 서버 부담, 인력 문제 등을 반영해 9월로 연기한 바 있습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거래시간 연장 속도에 대한 우려가 집중 제기됐습니다. 증권업계는 원보드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연장을 강행할 경우 시장 혼란과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거래소는 원보드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으며, 내년 말께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동윤 KB증권 IT본부장은 "넥스트레이드는 '원보드 체계'를 통해 프리마켓에서 미체결된 주문이 정규장과 애프터마켓으로 이어지지만, 거래소는 프리마켓 미체결 주문이 정규장으로 이전되지 않아 투자자들이 혼란을 겪을 수 있다"며 "지난해 대체거래소 오픈 이후 많은 증권사에서 거래 장애가 있었는데, 지금도 고객 민원이 많고 내부적으로 개선할 게 많아 시간이 촉박하다"고 밝혔습니다. 노진만 유진투자증권 IT본부장도 "넥스트레이드는 주문이 메인마켓으로 연장돼 프리마켓에서 체결되지 않은 주문은 메인마켓에서도 유효하지만, 거래소는 그렇지 않아 고객 입장에서 혼란을 겪을 수 있다"며 "이 부분이 통일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창욱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증권업종본부장은 "외국인·기관 투자자와 개인 투자자 간 정보 비대칭성이 큰 상황에서 아무런 대안 없이 무조건 거래 시간을 늘리는 것은 개인 투자자를 도박판으로 몰고 가는 것과 같다"며 "차근차근 준비해서 금융투자자의 혼란을 줄일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판에 왜 또 9월14일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30분 거래시간을 늘렸을 때도 유동성이 분산되고 시장 투명성 문제가 확인됐다"며 "미국 월스트리트에서도 거래시간 확대 시 자전 거래가 발생하고 유동성이 분산되는 사례가 명확히 보고됐다"고도 지적했습니다.
인력 부족 문제 역시 거론됐습니다. 외국계 증권사인 다이와증권의 유형석 IT부문장 역시 "외국계 증권사들은 이런 예산과 인력 승인까지 보통 1년 정도 시간이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9월 안에 승인받고 안정적으로 참여하기에는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호소했습니다. 노진만 IT본부장의 경우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 매매를 위해 직원들이 2시간 전에 출근해야 하는데, 주 52시간 근로제를 고려할 때 인력을 충원하거나, 시차 출퇴근제를 운영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반면 거래소는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진동화 유가증권시장 본부장보는 "미국 등 주요 거래소가 24시간 거래로 전환하는 상황에서 국내 시장만 기존 체계를 유지할 경우 유동성 유출이 가속화될 수 있다"며 "12시간 거래는 24시간 체제로 가기 위한 중간 단계"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단계적 선택적 참여 원칙 아래 업계 부담을 최소화하며, 요구 사항을 최종 제도안에 반영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거래소가 재량권을 줬더라도 최초 진입 증권사에 수익이 쏠리는 상황을 고려하면 프리·애프터마켓 참여는 대부분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처럼 이해관계자 간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주무부처 역할론이 부각됐고, 금융위는 이르면 내주 첫 회의를 열어 엇갈린 이해관계를 조율하기로 했습니다. 실제 거래시간 연장은 거래소 단독 결정이 아니라 금융당국 승인 아래 이뤄집니다. 금융위는 증권사·노조 간 갈등 조정, 승인 조건 설정, 시범 운영 권고 등을 통해 사실상 시행 시기와 속도를 조절할 수 있으며, 전산 안정성·인력·근로시간·투자자 보호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승인 보류나 조건부 시행도 가능합니다.
이번 간담회를 주최한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거래소는 실행 주체이고 증권사는 비용과 시스템 부담을 안고 있으며, 금융당국은 시장 전체를 조율할 책임이 있다"며 "속도보다 합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금융위에 대해선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공개적으로 당부했습니다.
다만 금융위는 이날 토론회에선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습니다. 안영비 금융위 자본시장과 사무관은 "거래시간 연장은 글로벌 정합성 측면에서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는 시장 안정"이라며 "충분한 테스트와 업계 의견 수렴을 통해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현장 실무자의 부담과 목소리를 충분히 고려하며, 여러 차례 소통을 통해 타협점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며 추가 논의 가능성을 열어뒀습니다.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거래소의 주식시간 거래시간 연장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김현경 기자 kh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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