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금주 수습기자] 중동 최대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이후 정부가 대체항로 확보 등 우회 수입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다만 유조선 도착이 곧 수급 정상화로 이어지지는 못하는 상황입니다.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가운데 중동 의존도가 높은 구조적 한계가 드러나며 수급 공백이 현실화하는 모습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에 접한 아랍에미리트(UAE) 동부 푸자이라의 한 부두로 2016년 9월 유조선 한 척이 접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체항로 물량 한계…"국내 하루 소비도 못 채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중동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힌 지 3주가 넘어가면서 '버티기' 대응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부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2400만배럴을 도입하고 비축유 1억9000만배럴을 방출할 계획이지만, 실제 사용량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국내 하루 석유 소비량이 약 280만배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각각 열흘, 약 2개월 수준에 그칩니다.
시장에서는 '4월 공급절벽'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정부는 정유사별 추가 도입 물량 등을 근거로 수급 관리가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일일 브리핑에서 '기업별로 홍해 밖에 대기하는 선적들이 배를 돌리고 있다"며 "미국·홍해·오만 쪽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대체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문제는 대체항로로 원유를 수입하더라도 '절대적인 물량' 차이가 크다는 것입니다. 푸자이라항의 하루 평균 수송 규모는 약 150만배럴로, 호르무즈 해협(약 2000만배럴)의 13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는 국내 하루 소비량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입니다. 동서 파이프라인을 통해 사우디 얀부 항으로 우회하더라도 하루 약 500만배럴 수준으로, 수송 시간과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유사 별 확보 격차…"공급 위기 전이 우려"
업계는 중동 우회 경로를 통한 수입에도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원유를 개별적으로 조달하는 구조상 정유사별 확보 능력에 따라 격차가 벌어질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아람코가 최대주주인 에쓰오일 구조상 중동 원유가 90% 이상이다"며 "이 측면에서 볼 때 에쓰오일이 좀 더 수급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공급절벽이 특정 기업을 넘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큽니다. 국내 주요 정유사들 역시 중동 의존도가 50% 안팎에 달하는 데다, 글로벌 생산 차질까지 겹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4대 정유사가 90여개국에서 스팟 물량을 가져온다. 특히 이번 이슈처럼 큰 문제는 정유사 스팟 물량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유지할 수 있었다"며 "다만 현재 거의 한계치에 도달한 수준이다. 이 상황이 한 달 이상 지속된다면 더욱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석유 최고가격제도 한계…물가상승 압력 확산
공급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도입했지만, 단기 처방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산업연구원은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의 정책적 함의와 향후 방향' 보고서에서 가격 통제 장기화 시 비가격적 배분 문제와 공급 축소 가능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초과수요가 발생하면서 대기행렬, 검색 비용 증가, 영업시간 축소, 서비스 품질 저하 등의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 과거 최고가격제나 유사한 가격 개입 정책 사례를 보면 단기적으로는 가격 안정 효과가 있었지만, 장기적으로는 소비 증가와 실효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정책 종료 이후 가격 반등 폭이 확대되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특히 파키스탄 사례에서도 약 3개월 시행 후 해제 과정에서 가격 급등과 조정 비용이 발생한 점을 고려할 때,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제도 운영 기간을 3개월 이내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편 원유 수급 차질은 물가 상승 압력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 국내공급물가지수가 전 단계에서 모두 올라 전월 대비 0.5% 상승했습니다. 생산 품목별로는 석탄·석유제품 등 원유 수급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는 석탄·석유제품이 전월대비 4.0%오르며 생산자 물가 상승을 견인했습니다. 양 실장은 "석유제품 국내 가격은 하락세를 유지하다가 하락세가 주춤한 상태"라며 "정부는 가격 움직임을 잘 살펴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윤금주 수습기자 nodrin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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