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박창욱 기자]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주력으로 삼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방산)와 한화솔루션(에너지)이 각각 추진하던 계획에 연달아 제동이 걸렸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집중하던 풍산의 방산 부문 인수는 결렬돼 ‘통합 방산 체계’ 구축 포트폴리오 재편에 차질이 불가피해졌고, 재무건전성 확보와 신재생 에너지 투자를 위한 한화솔루션의 유상증자는 금융당국의 제동으로 암초에 걸렸습니다. 두 회사 모두 김 부회장이 중심이 돼 경영을 이어왔던 만큼, 잇따라 터진 이번 악재가 경영 능력을 입증할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서울 중구 한화그룹 사옥 (사진=한화)
금융감독원은 한화솔루션이 추진 중인 2조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제동을 걸고 증권신고서 정정 제출을 지난 9일 요구했습니다. 지난달 26일 기습 유증 논란 이후 지주회사인 ㈜한화가 배정받은 주식 보다 20% 더 인수하겠다고 밝히고, 대표이사인 김 부회장이 책임 경영의 일환으로 약 3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지만, 주주 보호를 위한 대책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금감원은 “증권신고서 심사 결과 형식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거나 중요사항에 관한 기재가 누락, 불분명해 투자자의 합리적인 판단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봤습니다.
금감원의 결정으로 한화솔루션의 유증 일정 등 계획 전반에 차질이 불가피해졌습니다. 당초 한화솔루션은 2조4000억원 규모 유증을 통해 1조5000억원은 차입금 상환 등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나머지 9000억원은 태양광 등 미래 성장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앞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증 사례를 비춰볼 때 규모 축소와 사용 계획까지 변경될 가능성이 적지 않아 대규모 투자 자금을 확보해 내실을 다지겠다는 김 부회장의 전략이 흔들리는 모습입니다. 만일 일정이 더 지연될 경우 6월말로 예정된 정기 신용평가에서 현재 AA-(부정적)인 한화솔루션의 신용등급 하락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악재는 이것만이 아닙니다. 같은 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추진하던 풍산의 탄약사업부 인수도 결렬되면서 포트폴리오 재편을 준비한 김 부회장의 방산 전략에도 차질이 생겼습니다. 이날 양사의 ‘빅딜’은 풍산이 한화에 매각 중단 의사를 통보하면서 최종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먼저 풍산이 전날 오후 “탄약사업 매각과 관련해 현재 추진하고 있는 바가 없다”는 공시를 올리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곧바로 “방산 경쟁력 강화 및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풍산의 탄약사업 부문을 포함한 다양한사업 기회를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나, 풍산 방산부문에 대한 인수 검토는 중단됐다”고 밝혔습니다.
당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풍산의 탄약사업부문 인수를 위해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풍산의 탄약사업부는 5.56㎜ 소구경 탄약부터 155㎜ 곡사포탄 등 핵심 탄약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를 인수해 탄약부터 K9 자주포 등 무기 플랫폼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 방산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가 강했습니다.
한화 내부에서는 당혹감이 감지됩니다. 류진 풍산그룹 회장의 장남(로이스 류)이 미국 시민권자로 방위사업법상 방산 사업 승계가 사실상 불가능한데다, 탄약사업부 인수로 시너지가 나는 기업은 국내 방산 업체 중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유일하다는 점에서 기대를 품었지만 예기치 못한 매각 중단 통보가 이뤄진 까닭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빅딜 결렬의 배경으로 가격 차이에 따른 이견을 꼽고 있습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한화가 풍산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금액을 제시해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풍산은 승계 문제 등을 고려할 때 매각 필요성이 큰 상황이었기에, 한화 입장에선 서둘러 높은 가격을 써야 할 유인이 적었을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김 부회장이 주력하고 있는 방산과 에너지 부문 모두 사업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 돌파구 마련이 중요해졌습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방산 분야 한국의 ‘록히드 마틴’ 포트폴리오 완성과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 등 김 부회장의 주력 사업 내실화 작업이 현재 삐걱거리고 있는 셈”이라며 “대형 M&A 이후 화학적 결합을 위해 수년 간 내실을 다져 성장해 온 한화그룹의 역사를 고려하면, 지금의 상황은 김 부회장이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할 시험대에 오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배덕훈·박창욱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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