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백겸 기자] '약물운전'에 대한 처벌과 단속이 강화된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됐습니다. 주로 마약류 등을 겨냥하고 있으나, 감기약으로 인한 졸음 등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어려운 경우도 처벌의 여지가 있습니다. 이에 약사 측에서는 복약 지도를 위해 '운전주의 약물' 목록을 제안했지만, 의사 측에서는 환자의 복약 거부 등을 우려하면서 병원과 약국 현장에서 혼란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1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약물운전에 대한 처벌과 단속을 강화한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됐습니다. 약물운전 처벌 수위는 기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에서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됐습니다.
특히 약물운전에 대한 단속이 가능해졌습니다. 경찰관은 운전자가 약물을 복용했는지를 측정할 수 있고, 운전자는 이에 응해야 한다는 조항이 신설됐습니다. 개정 법률 시행과 함께 경찰은 오는 5월31일까지 약물운전 특별단속을 진행 중입니다. 약물운전도 음주운전처럼 단속이 가능해진 겁니다.
다만 음주운전은 알코올 농도에 따른 처벌 기준이 있지만, 약물운전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약물을 복용한 운전자가 정상적인 운전을 할 수 있느냐'는 모호한 문구뿐입니다. 단속 대상이 되는 약물은 마약·향정신성의약품 및 대마, 환각물질 등 총 490종입니다.
문제는 일상적으로 복용하는 약물도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도로교통법 제45조는 과로, 질병, 약물과 함께 '그 밖의 사유로'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으면 운전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감기약 등을 복용해 졸음 운전을 할 경우 '그 밖의 사유'에 해당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1월 '서울 종각역 택시 돌진 사고' 운전자는 약물 간이 검사에서 모르핀 양성 반응이 나왔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밀검사 결과 종합감기약을 복용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의료 현장의 혼란을 우려한 대한약사회는 지난 2월 '운전주의 약물' 목록을 만들었습니다. 운전 주의·위험·금지 등 단계를 두고 386개 성분을 분류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1세대 항히스타민제 '디펜히드라민' 등은 심각하게 졸음을 유발해 '운전금지' 단계 약물로 분류했습니다.
하지만 의사들은 '운전주의 약물' 목록이 혼란을 더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지난 8일 성명을 통해 "환자의 치료 중단이 오히려 교통안전에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신의학과가 처방하는 약물에는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약물도 포함되는데, 이를 '운전금지 약물'로 구분하면 약물 복용을 거부하는 환자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란 우려입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에 "약을 먹어야 하는 사람들이 복약을 거부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그 약을 통해 안정돼야 되는 사람들에게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더 큰 사고가 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약사들은 난감하다는 입장입니다. 약사회 관계자는 "특정 약을 먹고 운전하면 안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할 수 있어 복약 지도에 혼란이 있다"며 "경찰의 기준이 애매하다. 명확한 가이드가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이 같은 우려에 경찰은 단속 매뉴얼을 정비하는 한편, 식약처·의협·약사회·한국도로교통공단 등 관련 기관과 단속 약물 농도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김백겸 기자 kb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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