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민주당의 광역단체장 경선에서 친명(친이재명)계보다 친청(친정청래)계 후보의 약진이 두드러진 데 이어 정청래 대표의 지지세도 점차 공고해지는 양상입니다. 6·3 지방선거 국면에 들어서면서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진 데 따른 현상으로 보입니다. 당의 공천과 정책 등을 책임지며 선거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정 대표에게 당원들이 힘을 실어준 결과란 분석입니다. 다만 지방선거 이후에도 정 대표 지지세의 향방이 어떻게 될지는 불투명합니다. 지방선거 이후 정치권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민주당의 8월 전당대회로 향할 전망인데요. 이때가 친청계와 친명계의 정치적 운명을 가를 최대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의 정청래 대표와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 서은숙 부산진구청장 후보 등이 15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부전시장을 돌며 상인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광역단체장 경선에서도…의원보다 당원 지지 '결정적'
19일 민주당의 광역단체장 경선 결과를 종합하면 경기와 호남, 충남에서 친청·강경파 후보들이 승리를 거뒀습니다. 이들이 최종 후보로 선출되면서 당내 강성 당원의 영향력이 입증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특히 민주당 내 다수 현역 의원들의 지지를 받은 후보들이 잇따라 패배하면서 의원들보다는 당원들의 지지세가 승패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앞서 지난해 8·2 전당대회에서도 민주당 내 상다수 의원들이 당권주자였던 박찬대 의원을 전폭적으로 지지했음에도 정청래 대표가 당심에서 확실한 우위를 보이면서 승리를 거뒀습니다. 당시 정 대표는 전당대회 당시 대의원 득표율에서는 46.91%로 박 의원(53.09%)에게 뒤졌으나,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66.48%를 얻어 박 의원(33.52%)을 크게 앞섰습니다. 정 대표가 당원의 힘에 의해 당권을 거머쥔 셈입니다.
이번 광역단체장 경선에서도 당심은 친청·강경파 후보 쪽으로 향했습니다. 대표적인 지역으로는 충남과 전북이 꼽힙니다. 정청래 대표 체제에서 첫 수석대변인을 맡은 박수현 의원은 충남지사 후보 경선에서 승리를 거뒀습니다. 전북지사 후보 경선에서는 친청 성향의 이원택 의원이 '제3자의 식비 대납 의혹'에도 안호영 의원과의 경선에 참여해 승리했습니다. 박 의원과 이 의원은 모두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의 당선을 도왔습니다. 반면 친명계가 밀어준 한준호 의원, 양승조 전 충남지사 등이 낙마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정청래 잇단 현장 행보에 존재감↑…당권경쟁서 '우위'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정 대표의 후광 효과에 따라 그의 측근 인사들이 덕을 봤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 대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을 돌며 후보 지원에 나서고 있습니다. 현장 최고위와 함께 민생 체험 일정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정 대표의 지방선거 대비 현장 행보는 대표 취임 직후부터 구상해 왔던 전략으로, 일각에선 당대표 연임을 위해 밑바닥 다지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정 대표의 광폭 행보에 그의 지지율도 덩달아 올랐습니다. 정 대표는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송영길 전 대표를 상대로 지지율 격차를 더욱 벌렸습니다. 지난 9일 공표된 <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 결과(3월6~7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포인트·ARS 무선전화 방식)에 따르면, 3자 대결에서 정청래 28.7% 대 김민석 20.2% 대 송영길 17.7%였습니다. 직전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정 대표의 지지율은 21.6%에서 28.7%로 7.1%포인트 올랐습니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정 대표가 우위를 점했습니다.
민주당의 차기 당대표 양자 대결에서 정청래 33.0% 대 김민석 29.4%로, 두 사람이 오차범위 안에서 맞섰지만 다만 직전 팽팽했던 두 사람의 지지세가 정 대표 쪽으로 다소 기울었습니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같았습니다. 또 다른 양자 대결에선 정청래 35.0% 대 송영길 25.3%로, 정 대표가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민주당 지지층에서 정 대표가 송 전 대표에게 10%포인트 이상의 격차로 우위를 보였습니다. 지방선거 국면을 계기로 정 대표의 지지율이 점차 상승하는 모양새입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래픽=뉴스토마토)
운명의 '8월 전당대회'…'친청 대 친명' 대립 격화↑
그러나 지방선거 이후엔 현재 분위기와는 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현재까진 분명 정 대표의 지지세 상승 흐름이 확연하지만 8월 전당대회 국면에 들어서면서 주요 당권주자들에게 관심이 집중되면서 다른 구도가 만들어질 것이란 지적입니다. 8월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당대표는 2028년 4월에 치러지는 23대 총선의 공천권을 쥔다는 점에서 당내 의원들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세를 불린 계파나 세력이 2030년 대선 주도권까지 쥘 가능성이 큽니다.
일각에선 국정에 집중하고 있는 김 총리가 지방선거 국면에서 별다른 주목을 못 받고 있는 상황임에도, 정 대표와의 지지율 차이가 오차범위 내에 있는 것만으로 충분히 선전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다만 광역단체장 경선에서 친청계와 강경파 후보의 잇따른 승리로 친명계의 긴장감도 어느 정도 감지됩니다. 무엇보다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둘 경우, 정 대표의 당권 가도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입니다.
정 대표의 핵심 공약인 권리당원과 대의원 표 가치를 1대1로 맞추는 '1인 1표제'가 이번 전당대회 때 적용된다는 점은 변수로 꼽힙니다. 여기에 전당대회 전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를 두고도 친청계와 친명계가 대립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방선거 이후 논의할 검사의 보완수사권 부여 문제에 대해서도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만큼 양측의 충돌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당장 5월에 예정된 차기 원내대표와 국회의장 경선에서 보완수사권 부여 문제가 부각될 수 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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