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국거래소 파생본부장에 한구 전 금감원 부원장보 내정
'이복현 체제 발탁' 중소금융 부원장보 출신
은행·중소금융 경력 중심…파생상품 전문성 부족 도마
2026-04-22 09:04:56 2026-04-22 09:16:45
[뉴스토마토 김현경 기자]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장(부이사장) 후임 인사에 금융감독원 중소금융 부원장보를 지낸 한구 전 부원장보가 내정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관피아·모피아 개혁을 기치로 내걸었던 이재명 정부에서도 금감원 퇴직 임원이 거래소 요직을 차지하는 낙하산 인사 관행이 반복되면서, 자본시장 선진화가 구호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2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금융당국은 지난 주말 한국거래소 경영진에 한구 전 금감원 중소금융 부원장보를 파생상품시장본부장으로 선임해달라는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지난 2월 임기가 만료된 이경식 파생상품시장본부장의 후임입니다. 거래소는 다음주 이사회를 거쳐 내달 13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선임 절차를 밟을 전망입니다.
 
거래소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당국으로부터 특정 인사로 진행해달라는 연락이 경영진에 왔고, 해당 인물로의 단독 추천은 사실상 확정됐다"며 "감독기관이 피감기관의 목줄을 쥐고 요직을 낙하산 보전 자리로 삼는 이상, 관행처럼 굳어진 인사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자본시장 선진화에도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거래소 인사부 관계자는 "내외부를 가리지 않고 적임자를 찾는 절차를 진행 중이며 조만간 후임이 선임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습니다.
 
한 전 부원장보는 이복현 전 금감원장 시절 발탁 인사로 꼽히는 인물입니다. 금감원 공채 2기 출신으로 2021년 특수은행검사국 팀장에서 비서실장과 은행검사2국장을 거쳐 2024년 말 부원장보에 임명되는 등 고속 승진했습니다. 당시 금감원 공채 2기 출신 중에서는 부서장에서 임원으로 오른 첫 사례로 꼽힙니다. 기존 임기는 2027년 말까지 였으나 이찬진 현 원장 취임 후 1년 만에 금감원을 떠나게 됐습니다.
 
해당 인사를 두고 파생상품 분야 전문성을 둘러싼 논란도 제기됩니다. 파생상품시장본부장은 국내 유일의 장내 파생상품 시장 운영을 총괄하는 자리입니다. 주식·금리·통화·상품 선물과 옵션 등 장내 파생상품 전반은 물론 금·석유·탄소배출권 시장, 모든 장내외 파생상품 청산결제까지 담당합니다. KRX 데이터 마켓플레이스를 보면, 최근 3거래일(16~21일) 기준 파생상품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약 97조원에 달합니다. 다만 한 전 부원장보는 은행 감독 경력이 주를 이루며, 직전까진 저축은행·여전사 등 중소금융 현안을 총괄해 파생상품 분야와의 연관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 때문에 거래소 노조를 중심으로 전문성과 독립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됩니다. 거래소 노조는 지난 17일 성명을 내고 "파생상품시장 수장은 수리통계학·금융공학에 기반한 전문성과 오랜 실무경험이 요구되는 자리지만 지난 9년간 금감원 고위 임원의 퇴직 후 보상성 지정 좌석처럼 운영돼 왔다"며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촉구했다. 노조는 "금융위원회의 경영평가, 금감원의 검사권이라는 양축 영향력 아래에서 거래소의 인사 자율성은 사실상 제약되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테런스 더피 시카고상품거래소(CME)그룹 회장, 크레이그 도너휴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회장 등 해외 주요 파생상품거래소가 '파생상품 외길' 전문가를 수장으로 선임한 사례를 들며 인사 제도 개선을 촉구했습니다.
 
이번 논란은 금감원 퇴직자 취업 구조와 관련한 제도적 한계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금감원 4급 이상 직원과 고위공직자는 퇴직 전 5년간 근무했던 부서와 밀접한 권역으로의 취업이 제한되지만, 이를 피해 다른 권역이나 기관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허술한 심사로 전관예우식 재취업이 가능하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17일 한국거래소 노동조합이 서울 사옥 로비에 파생상품본부장 인사 관련 설치물을 내걸었다. (사진=뉴스토마토)
 
김현경 기자 kh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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