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0%일 때 경영진 돈놀이”…4만 삼성전자 노조원 결집
성과급 제도 개선 요구…노조 “신뢰 문제”
“상한 폐지 실현하자”…5월 총파업 가시화
“상생의 지혜 발휘” 전문가들 노사 양쪽 요구
2026-04-23 16:47:11 2026-04-23 17:33:45
[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작년, 재작년에 저희들(DS부문) 적자 났을 때 성과금 0% 나왔다. 그런데 임원들은 주식을 가지고 돈놀이를 했다.”
 
23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노조 주최 집회에 참석한 40대 조합원 ㄱ씨는 “실적이 좋으니 더 많은 성과급을 달라는 단순한 요구가 아니라, 경영진이 책정하는 성과급 기준에 대한 불신이 근본 원인”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노조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에 반영하고, 연봉의 50%로 제한된 상한을 해제해 이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23일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조합원들이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안정훈 기자)
 
"인재경영 파업으로 바로잡자"
 
이날 약 4만명의 노조원들은 8차선 도로를 가득 메우고 “'인재 제일' 경영원칙 파업으로 바로잡자”,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 폐지 실현하자” 등의 구호를 외쳤습니다. 당초 참여 의사를 밝힌 인원은 3만7000여명이었지만, 당일 참여자가 늘며 약 4만명(노조 추산)이 집회에 참석했습니다. 전체 임직원(약 12만명)의 3분의 1 수준입니다.
 
최근 삼성전자와 노조는 수개월째 이어진 임금협상에서 성과급 제도 개선 여부를 두고 이견을 보여왔습니다. 노조는 이날 집회에 이어 다음달 21일부터 6월7일까지 총파업을 예고했고, 사 측은 쟁의 행위 차단을 위한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선 상태입니다.
 
성과급 제도 개선 여부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이날 노조는 5월 총파업을 사실상 확정했습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이날 ‘투쟁지침 2호’를 선포했습니다. 이를 위해 △5월 21일~6월7일 총파업 투쟁 △지침 확인 즉시 쟁의 및 연차, 근태를 반영해 총파업 설문 참여(4월28일 진행) 등을 요구했습니다.
 
23일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조합원들이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안정훈 기자)
 
노조는 성과에 따른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단순한 고액 성과급이 아니라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평택캠퍼스 클린룸에서 환경 관리 및 건조 업무를 담당하는 ㄴ씨는 “경쟁사(SK하이닉스)와 유사하게 맞춰달라는 요구가 있기는 하다”면서도 “이걸 제도화하지 않으려고 하는 부분이 문제가 크다. 매년 어느 정도의 실적이 나오든 그만큼 (직원들에게도 성과급을) 주겠다는 걸 문서화하자는 건데 회사는 이를 회피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처우 개선 너머…‘경영진 불신’
 
노조 내부에서는 경영진에 대한 신뢰 문제가 갈등의 핵심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노조 관계자인 ㄷ씨는 “회사 실적이 안 좋을 때에도 임원들은 LTI(장기성과 인센티브) 제도로 성과 받아 가고, 직원들에게는 ‘나중에 챙겨줄게’, 같은 일이 반복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했습니다.
 
결국, 실적이 나쁠 때 성과급이 지급되지 않았다면, 반대로 호황기에는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은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실적이 나쁘면 임금도 같이 안 올릴 수 있도록 성과 위주로 유동성 있게 경영했다”며 “반대로 실적이 잘 나오면 노동자들이 성과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호황이 이렇게 길어질 거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게 문제”라고 꼬집었습니다.
 
삼성전자 주주들이 2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안정훈 기자)
 
반면 노조 요구가 과도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집회 당일 평택캠퍼스 인근에서는 삼성전자 주주들이 맞불 집회를 열고 노조의 성과급 요구에 반대 의사를 밝혔습니다. 총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기업과 주주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입니다.
 
아산에서 온 50대 주주 ㄹ씨는 하청업체나 다른 기업들과의 상대방 박탈감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노동운동 이해하는데 그게 과하면 안 된다”며 “어떤 하청업체는 성과급은 고사하고 월급도 적은데, 억대 성과급 요구 같은 건 상대적 박탈감을 부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사회공헌기금 공동 출연타협점"
 
실제로 일부 상주 협력사 직원들은 이번 집회에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1분기 영업이익 52조7000억원 등 역대급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오롯이 노조가 만든 성과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반도체 선공정 업무를 담당한다고 밝힌 한 협력사 직원 ㅁ씨는 “평택캠퍼스는 정직원보다 하청업체 직원이 훨씬 많다. 6근2휴(6일 근무 2일 휴가)를 해가며 고생하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며 “이들은 지금도 정직원보다 적은 돈을 받으며 일하는데, 최근의 실적을 모두 노조만 수혜를 받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23일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조합원들이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안정훈 기자)
 
5월 파업이 가시화되면서 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약 18일의 파업으로 20조원에 육박하는 피해가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노조는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30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증권가 정보를 바탕으로, 하루 평균 1조씩 총 18조원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위상을 고려할 때 노사가 절충안을 찾아 파업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교수는 “노조는 적절한 처우 개선을 요구하되 회사가 먹거리를 위한 투자를 지속할 수 있도록 상생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며 “사측 또한 투명한 경영정보 공유를 통해 노조를 설득하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김 소장은 노사가 합의하기에 따라 협력사의 ‘상대적 박탈감’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양측이 합의를 통해 사회공헌기금을 공동 출연해 협력사 등을 돕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양쪽이 성과급 인상분 등을 논의할 때 타협점을 찾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