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개교 80주년 맞은 육사의 미래
잘못된 과거와 단절 위해 사관학교 통합 필요
2026-05-07 06:00:00 2026-05-07 06:00:00
'호국의 간성(干城)'을 키워낼 육군사관학교가 지난 1일로 개교 80주년을 맞았다. 육사의 지난 80년은 영욕의 세월이었다. 1946년 5월1일 태릉에서 조선경비사관학교라는 이름으로 개교한 육사는 지금까지 2만2000여명의 정예 장교를 배출하며 국가 안보의 중요한 축을 담당해 왔다. 그 과정에서 1476명이 6·25전쟁과 해외파병, 대침투작전 등에서 조국 수호와 세계 평화를 위해 헌신하다 전사하거나 순직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숭고한 육사의 전통이다.
 
반면 육사 출신 장교들 중 일부는 '대한민국' 역사에 기록될 세 차례 군사 쿠데타의 주역이었다. 5·16 군사정변, 12·12 군사반란에 이어 2024년 12·3 내란까지 그 중심에는 육사 출신 '정치군인들'이 있었다. 이 역시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육사의 과오임에 틀림없다.
 
개교 80주년을 맞은 육사는 영욕의 세월을 넘어 다시는 '국민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지 않겠다'는 통렬한 자기반성을 바탕으로 '국민의 군대'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런 시기에 육사 출신으로 현재 육사 총동창회에 몸담고 있는 한 지인이 지난달 30일 열린 육사 개교 80주년 행사에 다녀와 페이스북에 남긴 글은 충격적이다.
 
"개인적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한 점은 생도들을 대상으로 한 육사 교장의 기념사였다. 그는 '12·3 불법 계엄'이란 용어를 쓰며 반성의 뜻을 표했다. 지난번 취임식 행사 때는 '12·12 군사반란'이란 표현을 해 참석자들이 적잖이 놀랐던 적이 있었다. 시시비비를 떠나 공식적인 행사에서 굳이 생도들에게까지 액면 그대로의 용어를 써야 했는지는 지금도 의문이다. 아마도 상부의 강한 외압이 있었으리라 짐작은 하지만,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생도들을 향해 할 소리는 아니었다."
 
박후성(중장) 육사교장의 기념사를 두고 한 말이었다. 개인적이라는 전제가 달리긴 했지만 육사 출신들이 지난 세 번의 군사 쿠데타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후배들에게 어떻게 전해지기를 바라는지가 담겼기 때문이다.
 
박 육사 교장은 기념사에서 "우리는 지난 12·3 불법 비상계엄이 우리 군과 학교에 남긴 엄중한 교훈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며 "일부 동문이 헌정 질서를 위협하는 불법행위에 가담해 국민께 깊은 고통과 실망을 안겨드린 것에 대해, 육군사관학교장으로서 여러분과 국민 앞에 깊이 반성하고,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과연 이 말이 생도들에게 공개적으로 해서는 안 될 말인가. 오히려 미래 국군의 주역이 될 생도들에게 강조하고, 또 강조해야 할 말이 아닌가. 다시는 육사 출신이 주도해 헌정 질서를 유린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후배들에게 선배들의 과오를 정확히 인식하게 하고, 다시는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게 해야 하는 게 지금 육사 교장의 임무다. 박 육사 교장이 기념사에서 "여러분에게 과거의 잘못된 그림자가 닿지 않도록 학교는 사관생도 교육의 본분을 다할 것"이라고 한 건 이 같은 소명을 다하겠다는 의지일 것이다.  
 
선배들의 그릇된 인식은 현재의 육사가 과거의 육사와 단절해야 하는 명확한 이유다. 현재의 육사와 과거의 육사를 물리적으로 단절하는 차원에서라도 하루빨리 사관학교 통합이 필요해 보인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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