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파노라마)특검 피의자에 윤석열 탄핵 일등공신 홍장원?…홍 "혐의 부인"
종합특검, 홍장원 '내란중요임무종사' 피의자로 입건
내란재판 결정적 증인이 피의자로…"수사 적정성" 도마
2026-05-20 16:55:54 2026-05-20 17:55:47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2차 종합특검이 비상계엄 선포 후 미국에 계엄을 정당화하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의혹과 관련해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을 내란중요임무종사 피의자로 입건했습니다. 특검은 계엄 직후 국정원이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접촉해 계엄을 옹호하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시도한 정황을 포착했는데, 홍 전 차장이 이 일에 연루된 걸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홍 전 차장이 윤석열씨의 '정치인 체포' 지시를 공개적으로 폭로하는 등 윤씨 탄핵과 내란 재판 등에서 결정적 증언을 했던 인물이라는 점입니다. 윤씨 탄핵과 내란 혐의를 이끌어낸 일등 공신이 피의자로 전환되면서, 기존 재판의 증언 신빙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수사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습니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지난 3월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의 12·3 비상계엄 관련 4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일 종합특검이 공개한 국정원의 CIA 접촉 경위에 따르면, 국정원은 12·3 비상계엄 다음날인 2024년 12월4일 오전 국가안보실로부터 '우방국에 비상계엄의 배경을 설명하라'는 요청과 함께 계엄 정당성을 설명하는 내용의 한글 문건을 전달받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조태용 전 국정원장의 지시에 따라 홍 전 차장 산하의 해외 담당 부서가 한글 문건을 영문으로 번역했고, 주한 미 CIA 책임자를 국정원으로 불러 문건 취지대로 설명했다는 겁니다.
 
특검은 홍 전 차장이 이 모든 과정을 보고받고 재가한 것으로 판단하고, 오는 22일 출석을 요구한 상태입니다. 김지미 특검보는 지난 18일 브리핑에서 "안보실과 국정원 지휘부 사이에 이뤄진 대외 설명자료 배포 요청·실행 관계를 확인해 내란 가담 범죄를 밝힐 계획"이라고 언급한 바 있는데, 홍 전 차장의 입건 역시 이런 배경에서 진행된 걸로 보입니다.
 
이번 입건이 논란이 되는 건 그간 홍 전 차장의 행적 때문입니다. 홍 전 차장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12월6일 국회에 출석해 "계엄 당일 윤석열씨가 전화를 걸어 '싹 다 잡아들이라'고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특히 윤씨와 전화한 직후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과의 통화에서는 여 전 사령관이 이재명 대통령(당시 민주당 대표)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등 정치인·법조인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줬고, 자신은 이를 그대로 받아적었다고 했습니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제1차장이 지난해 2월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씨 탄핵 심판 10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헌법재판소)
 
홍 전 차장은 2025년 2월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두 차례(5차·10차 변론) 증인으로 출석해 같은 취지의 증언을 했습니다. 11월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에서 진행된 윤씨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에도 증인으로 나와 거듭 체포 지시를 설명했고, 그 정황이 담긴 '홍장원 메모'를 증거로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홍 전 차장의 증언은 재판에서 결정적 진술로 작용했습니다. 지귀연 재판부는 올해 2월19일 윤씨에 대한 1심 선고에서 윤씨에게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적용, 무기징역을 선고한 바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일각에선 홍 전 차장 입건이 현재 진행 중인 내란 재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피의자 신분인 홍 전 차장의 혐의가 인정될 경우 윤씨 측은 '체포조 지시와 홍장원 메모 등은 이해관계에 의해 만들어진 진술'이라는 논리를 주장, 기존 증언의 신빙성을 공격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입니다. 
 
이번 입건이 국정원 내 권력 구도 변화의 여파라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문재인정부 당시 적폐 청산을 주도했던 국정원 인사들이 윤석열정부 출범 후 옷을 벗어야 했고 이들이 특검에 합류, 조태용 전 국정원장을 겨냥하는 과정에서 홍 전 차장도 수사 대상에 올랐다는 겁니다.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홍 전 차장의 혐의는 진술만 있을 뿐 물증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CIA에 국내 상황을 설명하는 행위를 내란중요임무종사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김필성 변호사는 "(지금까지 특검이 설명한 바에 따르면) 사실관계를 더 봐야겠지만, 설사 홍 전 차장이 결재 라인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내란중요임무종사로까지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는 내란을 같이 기획하고, 중요한 역할을 분담해야 합니다. 홍 처장이 내란이 진행되는 것을 인지한 상태에서 구체적인 역할을 수행하려고 적극적으로 CIA와 소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말입니다.
 
김 변호사는 그러면서 "계엄 정당화 메시지 사건을 밝히기 위한 과정에서 홍 전 차장에 대한 수사는 필요할 수 있다"면서도 "홍 전 차장이 '계엄 과정에서 무엇을 했다'라는 게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는 이상 지금 정도로는 혐의를 적용하기 어려울 걸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한편 홍 전 차장은 <뉴스토마토>에 "아무리 생각해도 걱정시켜 드릴 만한 일을 한 게 없다"면서 혐의를 전면 부인한 뒤, "22일 특검 출석은 할 생각"이라고 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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