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촉발된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사업 재편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울산 지역 구조 개편 논의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초 업계 안팎에서는 올해 상반기 중 큰 틀의 방향성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기업별 이해관계와 대외 변수 등이 맞물리면서 논의가 공전하는 분위기입니다.
울산에 위치한 석유화학단지 전경. (사진=뉴시스)
20일 업계에 따르면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와 충남 대산산업단지에서는 석유화학 설비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울산 지역에서는 아직 뚜렷한 진전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여수산단에서는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DL케미칼, 여천NCC 등이 참여한 ‘여수 1호 프로젝트’ 최종안이 지난 3월 정부에 제출됐습니다. 롯데케미칼과 여천NCC가 석유화학 설비를 통합하고, 일부 생산라인을 조정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대산산단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가 에틸렌 110만톤 규모 나프타 분해시설(NCC) 감축과 공장 통합 방안 등이 포함된 사업 재편 최종안을 제출했으며, 올해 2월 정부가 이를 승인한 바 있습니다.
당초 울산도 올해 1분기 내 사업 개편 최종안 제출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기업별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논의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일부 생산라인 통합, 설비 교환, 합작법인 설립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됐지만, NCC 운영 방식과 지분 구조, 투자 부담, 인력 재배치 등을 두고 세부 조율에 난항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에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커지면서 협의는 더 늦춰지는 분위기입니다. 원유 가격과 NCC 수급 불확실성이 확대되자 각 사가 구조 개편에 따른 손익을 가늠하기 더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3일 열린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연내 최종안 도출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해관계자별 입장 차이와 중동 정세에 따른 원가·수급 불확실성으로 논의가 다소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울산 구조 개편 논의가 현재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 셈입니다.
여수에 위치한 여수국가산업단지 전경. (사진=뉴시스)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도 여전한 변수입니다. 샤힌 프로젝트는 오는 6월 기계적 완공을 앞두고 있으며, 연간 180만톤 규모의 에틸렌 생산능력이 추가될 예정입니다. 에쓰오일 측은 해당 물량이 구조 개편에 따른 감축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업계에서는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여전합니다.
업체별 사업 구조 차이도 논의 지연 요인입니다. 에쓰오일은 정유와 석유화학을 수직계열화한 구조를 갖추고 있고, 대한유화는 석유화학 비중이 절대적입니다. SK지오센트릭은 에쓰오일과 같이 정유·석유화학 연계 구조를 갖췄지만, 최근 친환경·고부가 소재 사업 전환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각사의 사업 구조와 투자 방향이 다른 만큼, 구조 개편을 둘러싼 셈법도 엇갈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입니다.
업계에서는 울산 지역 구조 개편 논의가 올해 하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울산은 여수나 대산처럼 기존 합작 구조를 바탕으로 조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이해관계 조율이 더 복잡하다”며 “각 사의 원료 조달 방식과 NCC 운영 구조도 달라 결론을 내기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이어 “중동 정세로 인해 원가·수급 변수가 커진 만큼 각 사가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려는 분위기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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