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중국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를 피해 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 신기술을 발표하면서, 1나노급 첨단 공정 경쟁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초미세 공정 구현을 위해서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가 사실상 필수로 여겨지지만, 중국은 자체 기술 개발로 돌파구를 마련해 반도체 기술 격차를 줄이겠다는 전략입니다. 대만 TSMC와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첨단 공정 경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입니다.
허팅보 화웨이 반도체 부문 책임자가 25일(현지시각)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국제회로시스템학회(ISCAS)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화웨이)
25일(현지시각) 화웨이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국제회로시스템학회(ISCAS)에서 자체 로직 폴딩 기술을 통해 오는 2031년부터 1.4나노미터 칩 생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 기술은 회로 배치와 데이터 이동 구조를 최적화해 칩 내부의 배선 길이와 신호 지연을 줄이는 방식입니다. 이를 통해 트랜지스터 밀도와 회로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게 화웨이의 설명입니다.
기존 반도체는 ‘무어의 법칙(반도체 집적회로 성능이 18개월마다 두 배 증가)’에 따라 트랜지스터를 작게 만드는 방식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하지만 무어의 법칙이 물리적 한계에 다다르면서 미세화만으로는 반도체 성능을 높이기 어려워졌습니다.
이에 화웨이는 새로운 칩 설계 원리인 ‘타우 스케일링 법칙’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선폭을 줄이지 않고 신호가 이동하는 ‘시간’을 줄이면 반도체 성능을 높일 수 있다는 개념입니다. 타우는 물리학에서 시간상수를 의미하는데, 시스템 내에서 신호를 전달하는 데에 필요한 기본적 시간을 뜻합니다. 화웨이는 로직 폴딩 기술을 통해 신호 전달 시간을 줄여 칩 성능을 높이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는 중국이 처음으로 내놓은 반도체 산업 법칙으로, 화웨이는 올해 하반기 로직 폴딩 기술을 채택한 ‘기린’ 칩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허팅보 화웨이 반도체 부문 책임자는 “지속 가능한 진화를 위한 방법을 찾았다”며 “우리 회사는 2031년까지 1.4나노 칩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네덜란드 벨트호벤 소재 ASML 연구소에 있는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EXE:5000’. (사진=ASML)
이번 발표는 첨단 칩 제조에 필수로 여겨진 EUV 장비 없이도 5나노 이하의 첨단 칩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미국의 EUV 장비 수출 통제로 중국은 첨단 칩 제조에 차질을 겪어왔습니다. 하지만 타오의 법칙에 따라 첨단 칩이 안정적으로 양산된다면, 중국의 기술 자립이 더 빨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대만 TSMC가 2028년 하반기, 삼성전자가 2029년 1.4나노 공정 양산에 돌입할 것으로 점쳐지는 상황에서, 중국의 기술 추격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TSMC는 대만 중부 과학단지에 2028년 1.4나노 양산을 목표로 약 490억달러를 투입해 ‘팹(공장) 25’를 건설 중입니다.
삼성전자 역시 2029년 양산을 목표로 1.4나노 공정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실적설명회(컨퍼런스콜)에서 “1.4나노 개발은 계획한 일정에 맞춰 순조롭게 개발 중”이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 미국 인텔, 일본 라피더스도 1.4나노 공정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어 향후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은 이번 발표에 대해 “화웨이·중신궈지(SMIC)와 TSMC 간 기술 격차가 5년 정도”라며 “화웨이가 TSMC,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새로운 법칙과 기술을 공개한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다만 화웨이의 이번 발표가 실제 양산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1나노급 공정이 차세대 공정인 만큼, 고객사 입장에선 충분한 신뢰성이 보장돼야 채택을 고려해 볼 것”이라며 “특히 발열과 수율을 어떻게 잡느냐가 관건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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