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 이행을 위한 60일 로드맵에 합의했지만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이란의 재봉쇄 위협은 여전한 데다 미국의 강경 경고도 이어지고 있는 탓입니다. 국제 원유 수송의 핵심 관문인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량은 급감했고, 국내 선사 선박 22척도 여전히 해협 안팎에 묶여 있습니다. 해협 정상화가 지연되며 글로벌 에너지 및 해운 시장의 충격파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입니다.
21일(현지시각) 스위스 루체른 호숫가 뷔르겐슈토크 리조트에서 열린 미국·이란·파키스탄·카타르 4자 회담에서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왼쪽)과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뒤로 재러드 쿠슈너 미국 대통령 특사(왼쪽에서 두번째)가 포착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2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스위스에서 첫 고위급 평화 협상을 마치고 최종 합의 도출을 위한 60일 로드맵에 뜻을 모았습니다. 카타르 외무부는 카타르와 파키스탄 공동성명을 통해 양국이 레바논 내 전투 종식 메커니즘과 상선 안전 항행 보장을 위한 소통 채널 구축에 합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협상 도중 이란을 향해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봉쇄하면 당신들의 국가는 사라질 것”이라고 강경하게 경고하며 어렵게 성사된 종전 합의의 취약성을 그대로 노출했습니다. 미국이 해협을 직접 통제하고 독자적인 통항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입장도 재차 강조됐습니다.
앞서 지난 20일(현지시각), 이란군 통합 지휘부인 하탐 알안비야 중앙사령부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 지속을 명분으로 호르무즈 해협 폐쇄를 공식화했습니다. 미국과 이란이 합의를 이룬 직후 강경 발언이나 군사적 위협으로 다시 긴장을 고조시키는 해묵은 패턴이 고스란히 반복된 것입니다. 지난 수개월간 협상 진전으로 해협 봉쇄 해제 기대감이 컸으나, 주말 사이 전격적으로 나온 ‘재봉쇄 선언’은 레바논 사태가 양국 협상의 신뢰 기반을 단숨에 무너뜨릴 수 있는 중대 변수임을 보여줬습니다. 상호 간 합의 발표와 무관하게 지정학적 리스크가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이 입증되면서 시장 불확실성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습니다.
글로벌 선박운항사들은 즉각적인 전쟁 위험 보험 평가와 대체 항로 검토 등 리스크 관리 조치를 재개했습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일부 선사는 피격 위험을 피해 오만만과 아라비아해 외곽 안전 수역에서 대기를 지시하며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보험료와 운임 역시 전쟁이 한창이던 시기의 수십 배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선주와 용선사들의 비용 압박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일부 선사들은 우회 항로를 검토하고, 유럽 선사를 중심으로 신규 운항 계약도 신중하게 접근하는 분위기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에 선박들이 체류해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해협 통항 불확실성은 실제 선박 운항 지표의 급격한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계 해양정보회사 윈드워드에 따르면 전날 호르무즈 해협을 지난 선박은 12척에 불과해 하루 전인 21척에서 급감했습니다. 미 중부사령부가 파악한 통과 선박 55척을 기준으로 해도 전쟁 전 일일 평균 130척의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윈드워드는 “중립국 및 유럽 국적 상선의 움직임이 사실상 끊겼다”며 “종전 발표 직후 나타났던 회복세가 하루 만에 꺾이면서 항로의 불확실성 탓에 선주들이 다시 운항을 주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해협을 지나는 상선 상당수도 위치정보시스템(AIS)을 끄거나 제한적으로 사용하며 극도의 불안감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해협 이탈을 추진하던
HMM(011200),
현대글로비스(086280),
팬오션(028670) 등 국내 대형 선사들은 오늘 날짜로 이란 페르시아만해협청(PGSA)에 통항 승인을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당초 호르무즈 해협 내 체류 중이던 한국 선박은 원유선 8척, 석유제품선 6척, 케미컬선 2척, 기타 화물선 8척 등 총 24척에 달했습니다. 다행히 오늘 한국 선사가 운용하는 선박 2척이 추가로 해협을 무사히 빠져나오면서, 현재 해협 내에 묶여 있는 국적선은 22척으로 소폭 줄었습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선박, 선원의 안전을 지속적으로 점검해 나가면서 우리를 포함한 모든 선박의 자유롭고 안전한 항행이 조속히 이뤄지도록 유관국과 협력을 지속해 나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