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메가 IPO' 잔혹사 우려에 서학개미 '긴장'
상장 첫날 19% 급등…200달러 넘긴 후 31% 하락
스페이스X 없는 ETF만 '수익'…대부분 20% 이상 손실
2026-06-25 16:07:59 2026-06-25 16:50:19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역대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 기록을 세우며 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한 스페이스X가 급등과 급락을 거듭하면서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서학개미'들의 스페이스X 투자 규모가 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향후 주가 향방에 관심이 높습니다. 
 
2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 상장된 스페이스X의 주가는 전일보다 1.57달러(1.01%) 하락한 154.54달러로 장을 마쳤습니다. 지난 12일 상장 이후 종가 기준으로는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스페이스X는 상장 첫날 19% 급등한 160.95달러를 기록, 공모가(135달러)를 크게 상회했습니다. 첫날 거래로만 750억달러를 조달하며 글로벌 IPO 역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기도 했는데요. 이후 매수세가 몰리면서 3일 연속 급등세를 연출, 16일에는 장중 225.64달러까지 올랐습니다. 
 
하지만 스페이스X는 상장 나흘째인 17일부터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22일에는 하루 만에 16.43%의 낙폭을 기록하며 4000억달러(약 615조원)의 시가총액이 증발되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공모가보다는 높은 가격을 유지 중이지만 최고점 대비로는 31.5% 떨어졌습니다. 
 
블룸버그는 지난 17일 칼럼을 통해 "스페이스X이 실적이나 주가수익비율에 대한 평가는 무의미하다"면서 "팬들은 과거 테슬라 초기 투자자들처럼 보상받을 것이라 믿으며 '머스크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가치평가 방식이 적용되지 않는 전형적인 '밈 주식'이 됐다고 꼬집었습니다.  
 
스페이스X가 지난 12일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 (사진=연합뉴스·AFP)
 
스페이스의 등락에 서학개미들의 시선도 분주합니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스페이스X 상장 이후인 지난 12일부터 이날까지 18억7902만달러(약 2조9091억원)를 순매수했습니다. 같은 기간 해외주식 순매수 종목 중 압도적 규모입니다.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민간 우주 기업이라는 상징성에 더해 공모주를 배정받지 못한 투자자들이 상장 이후 일반 시장에서 자유롭게 매수할 수 있게 되면서 대기 수요가 대거 유입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서학개미들은 스페이스X 상장 첫날에만 7억9593만달러(약 1조2137억원)을 순매수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스페이스X는 상장 보름여 만에 고평가 논란이 불거졌고, 그 여파는 스페이스X를 담은 우주 상장지수펀드(ETF)로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대형 운용사들이 스페이스X를 서둘러 담았지만 손실만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해외 우주항공 섹터에 투자하는 국내 자산운용사 ETF 중 스페이스X를 가장 많이 담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우주테크액티브는 최근 한 달 수익률이 -24.86%를 기록했습니다. 신한자산운용의 SOL 미국우주항공 톱10(-27.05%),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우주테크(-33.57%),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우주항공(-23.58%) 등도 모두 두 자릿수대의 손실을 기록 중입니다. 
 
장치영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우주 테마 ETF는 우주 테마 모멘텀을 함께 누릴 수 있지만 스페이스X를 높은 비중으로 편입하면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는 구조"라고 진단했습니다. 
 
실제로 스페이스X를 보유하지 않은 우리자산운용의 WON 미국우주항공방산은 최근 한 달간 4.45%의 수익을 기록하며 유일하게 이익을 냈습니다. 최홍석 우리자산운용 ETF솔루션본부 본부장은 "스페이스X가 상장 직후인 만큼 높은 밸류에이션 부담과 단기 수급 쏠림 등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며 향후 리밸런싱에서도 스페이스X의 편입 여부를 신중히 검토할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메타·우버·크래프톤…역대급 IPO 뒤 주가 급락 흑역사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과거 '메가 IPO'로 주목받았으나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결과를 냈던 사례들을 거론하며 경계감을 키우기도 합니다. 대체로 '혁신'이라는 가치와 함께 증시에 데뷔했으나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장기간 시장의 외면을 받아 고전했던 상황이었는데요. 2010년대 전반 소셜미디어 시대를 열었던 페이스북과 2010년대 후반 차량 공유 플랫폼으로 공유경제 시장을 개척했던 우버 등이 대표적입니다. 
 
2012년 상장한 페이스북은 상장 당시 시가총액 1000억달러를 돌파하며 높은 관심을 받았으나, 상장 첫 날 시스템 오류 등이 겹치며 공모가(38달러)를 간신히 방어했습니다. 이후 모바일 광고 수익 모델이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몇 달 만에 주가가 반토막 났습니다. 부진은 1~2년간 지속되다 지금의 사명인 메타로 변경하면서 성장에 다시 불을 붙였습니다. 
 
우버 역시 '세기의 IPO'로 불리며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상장 첫날 공모가(45달러)보다 7.6% 하락 마감하는 등 부진했습니다. "매출은 늘어나는데 적자 폭이 너무 크다"는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문제였는데요. 상장 이후 몇 달간 주가가 30% 이상 빠지면서 기술주 거품 논란을 키웠습니다. 
 
국내에서는 2021년 상장한 크래프톤이 있습니다. 글로벌 히트작 '배틀그라운드'가 대표작인 크래프톤은 '게임 대장주'를 기대하며 공모가 49만8000원에 증시에 입성했습니다. 그러나 높은 공모가는 고평가 논란을 낳았고, 공모가에 크게 못 미치는(-8.8%) 성적으로 첫날 거래를 마쳤습니다. 배틀그라운드 단일 IP(지식재산권)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 때문이었는데요. 한때 10만원까지 떨어졌던 크래프톤의 주가는 현재 20만원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장 애널리스트는 "대규모 IPO는 산업 패러다임 전환기에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라며 "시장이 과열됐던 국면에 대형 IPO가 증시 고점과 맞물려 이뤄진 경우 본격적 하락세가 나타나기도 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이 같은 과거 경험으로 메가 IPO 사이클에 대한 기장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다"면서도 "과거 사이클과의 구조적 차이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조언했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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