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보국 후계자들)③상속세로 갈라진 한미 가족경영, 6년 분쟁 낳았다
그룹 지배권 두고 모녀·형제·대주주·사모펀드 ‘이합집산’…이사회 견제 역할 없었다
2026-07-14 17:39:54 2026-07-14 17:49:55
[뉴스토마토 김양균 기자] 제약바이오 주가가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시장 안팎에서는 그 원인으로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그에 따른 시장의 신뢰 상실을 꼽습니다. 특히 창업주의 ‘제약보국’ 정신을 내세우며 2세를 넘어 3세로 이어지는 총수 일가의 세습 경영은 그간 경영 능력에 대한 엄밀한 사회적 검증 없이 진행됐습니다. 이에 본지는 제약바이오 산업을 지탱하는 주요 기업들의 지배구조 실태와 승계 과정을 냉정하게 짚어보고자 합니다. 또한 총수 일가 중심의 지배구조가 지닌 한계와 투명성을 객관적으로 분석함으로써, 독자들에게 미래가치에 기반한 투자 판단 기준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고 임성기 창업주 별세 이후 한미그룹에서는 모녀, 형제, 대주주, 사모펀드 등이 '이합집산'하며 동맹과 분열을 거듭해왔다. (사진=한미사이언스)
 
고 임성기 창업주 별세 후 6년. 오너 일가의 내부 분열과 제3자 개인 대주주와 사모펀드의 진입. 이를 둘러싸고 벌어진 각종 소송전…. 국내 최고 신약 개발 역량과 최다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글로벌 혁신 선도 기업이자, 전통제약사 매출 5위, 영업이익 1위. 한미그룹을 둘러싼 명암입니다.     
 
고 임성기 창업주 별세 후 고인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지분 2308만여주(34.29%)는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 699만여주 △임종윤 코리그룹 회장·임주현 한미그룹 부회장·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 각각 355만여주 △가현문화재단 330만여주 △임성기재단 202만여주 등에 상속됐습니다. 결과적으로 창업주 일가에게 청구된 상속세 5400억원은 이후 벌어진 경영 분쟁의 발단이 됐습니다. 상속세와 그룹 지배라는 상충할 수 없는 가치가 충돌한 것. 상속세를 내려면 지분을 팔아야 하지만 그러면 그룹 지배력을 잃게 된다는 점에서, 대주주와 창업주 일가 모두 그룹 지배력을 선택했습니다.   
 
그룹 지배력 두고 파워게임…견제 장치 없었다
 
지난 6년간 그룹은 모녀(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임주현 부회장), 형제(임종윤 코리그룹 회장·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사모펀드 라데팡스파트너스 간 결합과 분열의 구도가 진행됐습니다. 현재는 모녀·임종훈·라데팡스파트너스, 신동국 회장 간 구도입니다. 지난 2024년 OCI홀딩스와의 통합 과정에서 모녀와 경쟁했던 형제 측 임종훈 대표가 다시 모녀 측에 힘을 보탰고, 형제 측에 섰던 신동국 회장이 모녀와 경쟁하는 형국입니다. 모녀와 신 회장, 라데팡스파트너스 등 4자 연합도 신 회장이 보유 담보로 교환사채를 발행하며 지분 확대를 추진한 것을 계기로 600억원대 위약벌 청구 소송을 제기, 쪼개진 상황입니다. 
 
특히 제3자인 신 회장의 지분 확대는 올해 본격적으로 진행됐습니다. 임종윤 회장의 지분이 신 회장 쪽으로 흘러간 영향이 큽니다. 올 초 신 회장은 임종윤 회장 측으로부터 한미사이언스 주식 441만32주를 주당 4만8469원, 총 2137억원에 장외 매수해 22.88%로 지분이 상승합니다. 이달에도 신 회장은 임종윤 회장 부인 홍지윤 외 6인으로부터 360만4799주를 주당 4만7920원, 1727억 원에 장외 매수 계약을 맺고 지분율은 28.15%로 늘어났습니다. 기존 한양정밀이 보유한 6.95%를 포함하면 35.1%로 증가하며 대주주의 지위가 더욱 공고해졌습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모녀-형제 간 분열에서 창업주 일가가 회사를 지키겠다고 나선 상황에서 장남이 신 회장에게 지분을 판 것은 다소 납득이 안 되는 부분으로 받아들여진다”며 “제약바이오 산업은 긴 호흡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하고, 때로는 손해를 무릅쓰고 연구개발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분야로 신 회장의 그룹 내 입지 강화가 가져올 영향에 업계의 관심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신 회장의 지분 확보 행위는 자본시장에서 정당한 거래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대주주가 한미의 R&D 등 정체성을 지키고 전문경영인을 통한 경영을 하겠다는 약속이 지켜진다면 한미그룹에 문제될 것은 없다”면서도 “대주주의 보유 지분의 향방에 업계 관심이 높다”고 전했습니다.  
 
한미그룹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는 가족 경영의 한계를 드러냄과 동시에 그룹 이사회가 감시 및 견제 장치가 아닌 파워게임의 대리 역할로 국한됐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지난해 3월 기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10인 중 사내이사는 임주현·임종훈·김재교·심병화 등 창업주 일가 2명과 경영진 2명으로 구성됐습니다. 사외이사 3명은 최현만·김영훈·신용삼, 기타상무이사 3명은 신동국·배보경·김남규 등 최대주주 측 인물들입니다. 정리하면, 이사회 10석 중 7석이 지분 보유자나 그 지명인입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제약바이오 기업에서 장점은 가족경영 시 빠른 의사결정과 강한 리더십의 장점”이라면서도 “글로벌 빅파마 모두 전문경영인 체제인 점을 고려하면 그룹도 종국에는 완전한 전문경영인 체제로 체질 전환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한편 한미그룹 측은 “대주주와 창업주 일가 관련 이슈 언급은 회사 차원에서 하기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김양균 기자 k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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