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감축 목표 2040년 ‘69~80%’…철강·석화 ‘부담’
산업계 부담 고려…범위형 목표 설정
철강·석화, 2024년 전체 배출량 50%↑
“개별 기업 감당 어려워…지원 절실”
2026-07-23 12:13:42 2026-07-23 14:23:18
[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가 2040년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를 69~80%로 설정하면서, 대표적인 온실가스 다배출 업종인 철강·석유화학 업계의 부담이 한층 커질 전망입니다. 산업계 부담을 고려해 감축목표를 범위형으로 설정했지만, 업계에서는 친환경 전환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으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전남 여수에 위치한 여수국가산업단지.(사진=뉴시스)
 
기후특위 탄소중립기본법심사소위원회는 2031~2049년 중장기 온실가스감축목표를 법률에 명시하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개정안을 지난 22일 의결했습니다. 개정안은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으로 2035년까지 53~61%, 2040년까지 69~80%, 2045년까지 84~90%를 감축하도록 범위형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배출권거래제 등 규제를 직접 적용받는 기업의 부담을 고려해, 규제 강화 속도를 2040년 감축목표의 상한선인 80%가 아닌 하한선인 69%에 맞추기로 한 점입니다. 배출권거래제는 정부가 기업마다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의 양을 정하고, 이를 넘으면 배출권을 구매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이 같은 규제가 적용되는 상황에서 80% 감축목표까지 그대로 반영하면 기업에 허용되는 배출량이 더 빠르게 줄어 배출권 구매 비용과 설비투자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습니다. 이에 상대적으로 낮은 69% 감축 속도를 적용해 기업이 감축 설비와 기술을 마련할 시간을 더 주겠다는 의미입니다.
 
또 여야는 산업계 부담을 고려해 감축목표를 하나의 수치로 못 박지 않고 범위로 설정했습니다. 향후 감축 기술의 발전 속도와 산업 여건에 따라 목표를 탄력적으로 운용할 여지를 둔 것으로 분석됩니다.
 
하지만 철강·석유화학업계의 부담은 여전히 상당합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철강업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산업 부문 전체의 약 34.9%, 석유화학업계는 약 18.8%를 차지합니다. 두 업종에서만 배출량의 절반이 넘는 53.7%가 발생한 셈입니다.
 
앞서 두 업계를 포함한 산업계는 2035년 국가 감축률로 48%안을 요구했지만, 이마저도 현실적인 감축 여력을 넘어선다고 호소해 왔습니다. 강성욱 한국철강협회 경영정책본부장은 “48% 감축목표도 산업계의 여력을 뛰어넘는 수준”이라며 과도한 목표가 철강 생산과 일자리 감소, 제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이 포스코 광양제철소 제3고로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드론을 통해 측정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히 철강업계는 배출권 구매 비용과 저탄소 설비 투자 부담을 동시에 떠안을 가능성이 큽니다. 정부는 수출 경쟁력 등을 고려해 철강업계를 탄소 누출 업종으로 지정하고 2026~2030년에도 무상할당 비율 100%를 유지했습니다. 다만 무상할당 100%라는 것이, 기업의 실제 배출량 전부를 무상으로 보장한다는 뜻이 아니라, 실제 배출량이 할당량을 넘으면 기업은 부족분을 시장에서 추가로 구매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철강업체 2곳이 2026~2030년 추가로 구매해야 할 배출권은 5142만톤으로, 올해 7월 기준 배출권 가격인 톤당 2만5000원을 적용하면 비용은 약 1조3000억원에 달합니다.
 
석유화학 업계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중국발 공급과잉과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한 가운데 범용 제품 중심의 사업 구조를 고부가·친환경 제품으로 전환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까지 필요한 상황입니다. 여기에 탄소 감축 설비와 친환경 공정 전환, 배출권 구매 비용까지 더해지면 재무 여력이 약화한 석유화학 기업의 투자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입니다. 
 
업계에서는 탄소중립과 친환경 전환이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데 입을 모으면서도, 현실적인 감축 수단이 부족한 만큼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글로벌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친환경 전환은 가야 할 방향”이라면서도 “수소환원제철과 전기로 전환에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한 만큼 배출권 부담 완화와 설비 전환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도 “현재 국내에는 값싼 친환경 전력과 경제성을 확보한 탄소 포집 기술 등 온실가스를 줄일 수단이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다”며 “친환경 전력 인프라 구축이나 탄소 포집 기술 개발을 개별 기업이 모두 감당하기는 어려운 만큼 정부가 연구개발과 설비투자, 인프라 구축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