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국내 방산업계가 기존 수출 물량의 본격적인 매출 반영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이어가고 있지만, 올해 신규 해외 수주가 부진하면서 성장 지속성의 기로에 섰습니다. 현재 쌓아둔 일감은 충분하지만 최근 수주 동력이 약화하면서, 향후 매출 성장세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레드백 장갑차.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3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LIG D&A)·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국내 방산 4사의 올해 2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현재까지 발표된 실적과 증권가 전망치를 기준으로 약 1조7500억원에 이를 전망입니다.
구체적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조365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사상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섰습니다. 현대로템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각각 2324억원과 484억원을 기록했으며,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LIG넥스원의 영업이익은 약 1085억원으로 전망됩니다. 이미 계약을 체결했지만 아직 매출로 인식되지 않은 물량을 뜻하는 수주잔고도 방산 4사를 합쳐 약 100조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입니다.
이번 호실적은 과거 체결한 대형 수출계약이 양산과 매출 인식 단계에 들어선 영향이 큽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 천무와 K9 자주포를 비롯해 호주·이집트 K9 수출 물량이 실적에 반영됐고, 현대로템은 폴란드 K2 전차 2차 계약 물량의 생산이 본격화하면서 방산 부문 매출이 확대됐습니다. LIG D&A도 중동 지역 천궁-Ⅱ 수출사업의 매출 인식 확대가 실적 개선을 이끌 것으로 예상됩니다.
문제는 역대급 실적과 달리 올해 수주 성과가 기존 고객국의 추가 구매에 집중되면서, 새로운 시장에서 따낸 대형 계약은 드물다는 점입니다. 노르웨이 천무와 핀란드 K9, 에스토니아 천무 계약 등을 확보했지만 모두 한국산 무기를 구매한 전력이 있는 국가에서 나온 후속 성과로, 신규 시장 진입을 노렸던 수조원대 해외 사업에서는 경쟁사에 밀리거나 입찰을 포기하는 등 잇달아 고배를 마셨습니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도전한 최대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차기 잠수함 사업(CPSP)은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에 밀려 수주가 무산된 바 있습니다. KAI와 록히드마틴은 약 1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미국 해군 고등훈련기(UJTS) 사업에서 요구 조건 변경과 현지 조달 요건에 따른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입찰 참여를 포기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약 5조8000억원 규모의 루마니아 차세대 보병전투장갑차(IFV) 사업에서 독일 라인메탈에 밀려 고배를 마셨습니다.
현재 수주잔고가 충분한 만큼 신규 계약 지연이 당장 실적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입니다. 다만 기존 수주 물량을 소화하는 동안 이를 대체할 대형 계약을 확보하지 못하면 기존 일감이 끝나는 시점에 매출 공백이 발생할 수 있으며, 향후 성장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지난 2022년 경기도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K2 흑표전차가 전차포 사격을 하고 있다. (사진=육군 제공)
전문가들은 올해 신규 수주 부진을 K방산의 경쟁력 저하로만 보기보다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각국의 조달 전략이 달라진 결과로 봐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다만 가격 경쟁력과 빠른 납기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해진 만큼 수출 전략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송방원 건국대 방위산업학과 겸임교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에서 발생했던 일회성 방산 특수의 동력은 거의 소진됐다고 본다”며 “유럽이 역내 생산과 자체 조달을 강화하면서 한국산 재래식 무기가 파고들 수 있는 틈도 좁아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당장 양적 수출을 늘리기 어려운 만큼 고부가가치 무기를 서둘러 개발하고 규제 개혁을 통해 내실을 다지는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장원준 전북대 첨단방위산업학과 교수도 “이제 방산 수출은 단순히 성능이 좋은 무기를 판매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며 “구매국은 유사시 함께할 수 있는 파트너인지, 자국의 무기체계와 상호운용이 가능한지까지 고려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에 따라 현지생산과 공동개발은 물론 정치·외교적 협력까지 묶은 수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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