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양균 기자] 올해 들어 JW그룹의 4세 승계 ‘시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그룹 측은 “등기임원도 아니고 젊기 때문에 아직 승계를 논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지만, 장남 이기환씨가 지주사 JW홀딩스의 지분 확보를 늘리며 영향력을 빠르게 키워가는 상황에서 그룹은 물론 제약업계 전체도 사실상 승계 작업이 본격화됐다고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4세에까지 이르는 가족경영에 대한 우려와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이경하 JW홀딩스 회장의 장남 이기환 JW중외제약 개발부문 사업부장은 1997년생입니다. 지난 2022년 JW홀딩스 경영지원본부 책임매니저로 입사해 올해 1월 JW중외제약으로 자리를 옮기며, 핵심 부서인 개발부문의 포트폴리오전략부장(디렉터)으로 승진했습니다.
승진과 함께 이 사업부장은 JW홀딩스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이며 존재감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2022년 3월 매니저 입사와 동시에 JW홀딩스 주식의 장내 매수를 시작한 이 사업부장은 2023년 9월부터 지분 매입을 본격화합니다. 그렇게 2024년 말 3.94%였던 그의 지분율은 1년 만에 4.38%로 늘어났으며, 올해 3월 말 기준 4.47%, 다시 6월 말 기준 4.65%까지 증가했습니다. 특히 작년 11월부터 올해 1월 승진까지 지분 매입이 집중된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도 JW홀딩스 주식의 장내 매수를 통한 지분 매입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경하 JW홀딩스 회장의 장남 이기환씨가 고속 승진과 더불어 JW홀딩스의 지분 확보를 늘리며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이러한 4세 승계 등 가족 경영과 관련해 공정과 결부된 우려도 제기된다.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JW홀딩스는 JW중외제약 지분 44.61%를 보유한 최대주주입니다. 창업주 일가가 보유한 JW홀딩스 지분율은 △이경하 회장 28.43% △JW이종호재단 7.48% △이기환 사업부장 4.65% △기타 친인척 및 자녀 등 총 3883만5024주 52.53%에 달합니다. 이 가운데 이기환 사업부장은 개인 주주로는 이경하 회장 다음으로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습니다. 현재 창업주 일가의 유의미한 지분 변화는 이 사업부장에 집중돼 있어 그의 그룹 내 영향력이 커졌다는 분석에 힘이 실립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승계를 위한 지분을 장내 매수를 통해 조금씩 확보한다는 것은 일종의 ‘정공법’ 아니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이십대 오너 4세 단기 고속 승진 공정성 지적도
JW그룹에서 △말단 입사 △자력으로 장내 매수를 통한 지분 확보 △대표 취임 등 일련의 흐름은 증여나 상속이 아닌 또 다른 방식의 승계 ‘메뉴얼’로 보입니다. 실제 부친 이경하 회장도 이러한 과정을 거쳤으며, 이 사업부장도 부친의 행보를 답습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이기환 사업부장이 불과 입사 4년 만에 그룹 핵심 기업의 중추 사업부서인 개발부문의 장으로 승진한 것을 두고 창업주 일가의 특혜가 아니냐는 뒷말이 끊이질 않습니다. 과연 그에 대한 충분한 능력 검증이 이뤄졌느냐는 겁니다. 이와 함께 만 29세, MZ세대인 이 사업부장의 행보가 최근 이삼십대가 가장 중요시하는 ‘공정’ 기조와 부합하는지에 대한 지적도 가능합니다. 관련해 ‘글로벌 MZ세대 서베이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부와 소득이 불평등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글로벌 평균보다 높아 청년층의 공정성에 대한 가치 부여는 그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그럼에도 제약바이오 업계 일각에서는 이 사업부장의 승진이 “빠르다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일부 발견됩니다. 앞선 업계 관계자는 “JW홀딩스에서 그룹 전반 업무를 간접 경험했으며 역량도 갖춘 것으로 안다”며 “그룹 업무에 두루 경력을 쌓아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이 사업부장이 아직 그룹 미등기임원인 것과 관련해서도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등기임원은 법적 책임이 없기 때문에 그룹 내 권한은 늘어났지만 책임에서는 자유롭도록 조치한 것 아니냐는 주장입니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등기임원은 대표이사 등 고위급이 돼야 하며 이제 승진한 디렉터에게는 부여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렇듯 국내 전통 제약사 상위 10위 기업이자, 기초 및 영양 수액제 분야 국내 1위의 JW그룹에 대한 높은 관심은 4세 승계 이슈와 결부돼 당분간 설왕설래가 계속될 전망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족경영과 관련한 연구인 ‘상속된 통제권과 기업 성과(Inherited Control and Firm Performance, 프란시스코 페레스 곤살레스·2006)’의 해석은 여러 시사점을 줍니다. 연구는 CEO 승계 시 후임자가 전임자·창업자·대주주와 혈연이나 혼인관계 등의 족벌 승계(nepotism)를 한 경우와 전문경영인 등 무관한 인물을 승진시킨 기업을 비교할 때 전자가 영업이익률과 시장가치가 유의미하게 낮다고 설명합니다. 인재풀을 가족 내로 제한하는 데서 비롯된 비효율이 그 이유로 거론됩니다.
‘가족 기업에서의 대리인 관계: 이론과 증거(Agency Relationships in Family Firms: Theory and Evidence, Schulze 외·2001)’ 연구도 가족 소유·경영은 무임승차, 특혜적 대우, 느슨한 성과관리 등이 발생한다고 지적합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창업주 4세들이 경영 능력을 갖췄는지는 몰라도 창업주 철학까지 갖췄는지는 의문”이라며 “가족경영의 한계는 분명하다”고 꼬집었습니다.
한편, 국내 제약업계에는 오너 경영체제를 유지하는 기업이 적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JW그룹은 수익성이 낮거나 적자가 발생하더라도 수액과 필수의약품 생산을 지속해왔으며, 신약 연구개발에도 매년 매출의 10~20% 수준을 투자해왔다”며 “단기적인 수익성만 고려했다면 축소하거나 중단할 수도 있었던 사업을 장기간 이어온 것은 오너십에 기반한 책임경영의 장점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양균 기자 k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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