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최근 중동 전쟁 긴장 재고조에 불안한 흐름을 보였던 국제유가가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 우려 완화로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국제유가 오름세가 한풀 꺾이고 석유 최고가격제 등 정책 효과 덕에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석 달 만에 다시 2%대로 내려왔습니다. 다만 중동 전쟁 관련 불확실성이 여전하면서 향후 유가 및 물가 경로 역시 불확실하다는 판단입니다. 정부는 물가 안정 대책을 지속 추진하면서 경계심을 갖고 물가 상황을 점검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트럼프 한마디에…국제유가 '롤러코스터'
3일(현지시간) ICE선물거래소에서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 10월 인도분 선물 종가는 배럴당 83.77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4.7% 하락했습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9월 인도분 선물 종가도 전 거래일 대비 5.1% 급락한 배럴당 80.34달러로 마감했습니다. WTI 선물은 종가 기준으로 지난달 16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앞서 국제유가는 미국이 지난달 24일 이후 이란에 대한 공습을 중단하면서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란이 중동 미군 기지 공격을 재개하고 미군도 이라크 내 이란 대리 세력을 겨냥한 공습에 나서면서 유가는 다시 급반등했습니다. 실제 지난달 29일 국제유가는 8% 가까이 급등했고, 지난 주말까지 불안한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이날 국제유가가 급락한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변화가 주효했습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내각회의에서 이란에 대한 강력한 공습을 예고해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군사행동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그러나 지난 1일 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중동 국가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공격을 취소한다고 밝혔고, 2일에는 "호르무즈에 관한 합의가 있다"며 이란과 비핵화 협상으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언급했습니다. 이어 이날에는 "이란이 좋은 합의문에 서명할 마지막 기회"라며 이란과의 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반면 이란은 미국과의 대화가 예정돼 있지 않다고 부인했습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 오만과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의 안전 보장 경로 합의를 진행 중이며, 이 협상은 호르무즈 해협을 영해로 두고 있는 "이란과 오만 사이의 문제"라며 미국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정책 효과로 잡은 물가…중동발 유가 불안 여전
한풀 꺾인 국제유가 오름세에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세도 둔화했습니다. 이날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9.77(2020=100)로, 1년 전보다 2.8% 상승했습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 3.1%와 6월 3.2%로 두 달 연속 3%대를 기록한 뒤, 7월 들어 석 달 만에 2%대로 내려왔습니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주춤한 것은 국제유가가 하락한 데다,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석유류 가격 상승세가 한풀 꺾인 것이 주된 영향을 미쳤습니다. 실제 지난달 석유류 가격은 1년 전보다 15.5% 오르는 데 그치면서 6월(24.7%)보다 상승폭이 크게 줄었습니다. 재정경제부는 석유 최고가격제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3%포인트 낮추는 효과가 있었다고 추정했습니다.
하지만 일시적 요인을 제외한 근원물가가 2년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르는 등 물가 불안 변수는 여전하다는 평가입니다. 여기에 중동 상황이 여전히 불확실하면서 유가 불안 역시 남아 있습니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6% 올라 2023년 12월(2.8%) 이후 2년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유가 역시 미·이란이 지난 6월 체결했던 종전 양해각서(MOU)가 사실상 무력화된 이후 양측이 협상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부인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기에 불확실성이 여전합니다.
정부 역시 물가 불안 요소가 여전하다고 보고 8월 물가가 일시적으로 다시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지호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이날 물가상황점검회의를 열고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도에 있었던 일부 이동통신사의 대규모 통신 요금 할인의 기저 효과에 크게 영향받아 7월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향후 소비자물가는 중동 전쟁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정부 물가 안정 대책이 하방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비용 충격의 전이, 수요 측 압력 확대 등으로 근원 품목들이 높은 상승률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계심을 갖고 물가 상황을 점검해 나가겠다"고 했습니다.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도 이날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중동 전쟁 불확실성과 함께 작년 통신비 일시 할인에 따른 기저효과, 폭염 등 이상기후 영향, 식품 가격 등 물가 상방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어 향후 상방 압력을 최소화하고 민생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전 부처가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형일 재정경제부 차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72차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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