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정부가 검사의 직접 수사권을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한 날, 수사·기소 권한을 함께 행사하는 선거관리위원회 특별검사법도 처리됐습니다. 수사·기소 분리를 추진하면서 동시에 특검을 가동하는 모순적 상황이 연출돼 정치권 안팎에선 '내로남불' 논란이 제기됩니다. 더불어 특검 수사 범위를 지방선거에 한정할지, 총선·대선 의혹까지 넓힐지를 둘러싼 공방에 검사 인력 문제까지 겹치면서 선관위 특검은 출범 전부터 3대 난제에 직면했습니다.
①내로남불 논란
이재명 대통령은 4일 검사의 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선거관리위원회 부실 관리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선관위 특검법을 함께 의결했습니다. 형소법 개정안은 보완수사권을 비롯해 검사의 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형소법 개정안은 사건 인지 등 검사의 직접수사권과 송치 사건에 대한 보완수사권의 법적 근거를 삭제해 수사 주체를 사법경찰관으로 일원화하고, 검사는 공소 제기와 공소 유지만 담당합니다. 그러나 같은 검사라도 특별검사팀에 파견되면 이후 압수수색과 피의자 조사 등 직접수사가 가능합니다.
결국 이날 통과된 형소법 개정안에는 수사·기소 분리 원칙을 강조하고 있지만, 특검은 예외로 인정되면서 제도적 정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법안 통과를 추진했던 민주당에서는 "효율성"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야당에서는 '고무줄 잣대'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김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정의라면 왜 특검에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부여하는가"라며 "자기들이 쓰는 칼에는 효율성을 따지고 국민의 사건에는 비효율을 강요하는 전형적인 이중 잣대"라고 비판했습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22대 총선 쌍둥이 투표율 조작,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②총·대선까지 확대
여야가 당초 합의한 선관위 특검에는 6·3 지방선거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 규명이 핵심입니다. 그러나 국민의힘에서는 이번 사태를 고리로 지난해 대선과 2024년 총선에서 행해진 투표자 수 허위 입력 정황을 연일 공개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특검 구성을 앞두고 수사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중앙선관위로부터 제출받은 '21대 대선·22대 총선 시간대별 투표자 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 강동구 암사제1동 8투표소의 21대 대선에서 특정 시간에 150명씩 동일하게 늘었습니다. 22대 총선 당시에도 해당 투표소에서 오전 3시간 동안 200명씩 투표자 수가 증가했습니다.
여야가 합의한 특검법상 수사 대상에는 '선관위 선거 관리 시스템 관리·보안 및 그 운영 실태 부실 등에 대한 의혹 사건'이 명시됐습니다. 국민의힘은 해당 문구로 이번 지선뿐 아니라 앞선 선거도 수사가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해당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난달 30일 "이번 지선과 총선, 대선 필요하다면 그 이전의 지선, 총선, 대선 어떤 것이든 공소시효만 남아 있다면 모든 수사가 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특검 수사 범위를 이번 지방선거로 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 직원들이 지난달 23일 오후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합동수사본부는 6·3 지방선거 당일 벌어진 투표율 허위 조작 입력과 투표 용지 부족으로 인한 국민참정권 침해와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 서울 송파구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압수수색을 했다. (사진=뉴시스)
③검찰 인력난
여야는 수사 범위 확정부터 조만간 특검 후보를 추천하는 국민추천위원회 구성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양당은 3명씩 인사를 추천해 국민추천위를 구성하고, 대한변호사협회와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로부터 특검 후보 3명씩을 추천받아 여야 합의로 대통령에 2명을 추천하게 됩니다. 이후 대통령이 최종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하게 됩니다.
이후 특검은 특별검사 1명과 특검보, 파견검사, 수사관 등을 포함해 약 165명 규모로 꾸려질 예정입니다. 특검 준비 기간 20일을 거쳐 최장 170일간 수사를 진행하게 됩니다. 문제는 검찰 인력 수급입니다. 현재 권창영 종합특검은 두 차례 수사 기간 연장을 거쳐 수사를 이어가고 있으며, 검사 인력 부족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대로 특검 수사 범위가 확대될 경우 파견 검사와 수사관 규모도 늘어날 수밖에 없어 검찰 인력 수급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정부는 이날 검사의 직접 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함께 의결했습니다. 향후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 체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대형 특검까지 동시에 가동될 경우 수사 인력 재배치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결국 특검 규모와 수사 범위 확대는 검찰 인력 수급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선관위 특검이 출범 전부터 '범위 확대론'에 직면하면서 검찰 인력 운용 문제 또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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