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범죄, 처벌에서 치료로)④(단독)22대 국회 마약법안 중 ‘처벌·단속’ 69%…‘치료·재활’ 11%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45건 분석…치료·재활 목적 법안은 5건
마약류사범 재복역률 29.9%…출소 후 끊기는 치료, 재범 부른다
치료 중단 땐 의료비 4.3배 늘어…"재정 절감 위한 예방적 치료 필요"
2026-08-10 16:32:39 2026-08-10 16:51:18
[뉴스토마토 유근윤·신다인 기자] 마약중독을 단순 범죄가 아닌 치료가 시급한 '질병'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국회의 입법 논의는 여전히 단속과 처벌, 의료용 마약류 관리 강화에만 쏠려 있습니다.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마약 관련 법안 중 치료·재활과 사회 복귀를 핵심 목적으로 삼은 법안은 10건 중 1건에 불과해서입니다.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사진=국회)
 
10일 <뉴스토마토>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마약류관리법) 일부개정안 45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마약류 중독자의 치료와 재활, 사회 복귀를 핵심 목적으로 내세운 법안은 5건으로 전체의 11.1%에 불과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법안 45건 가운데 가장 많은 건 의료기관의 처방·취급 관리와 안전관리 강화를 주된 목적으로 한 것으로, 17건이었습니다. 이어 위장 수사 도입과 온라인 불법 유통 차단, 처벌 강화 등을 다룬 법안은 14건으로 집계됐습니다. 마약류 사범 처벌과 단속에 집중한 법안이 31건(68.9%)에 달하는 셈입니다. 
 
나머지는 △마약류 정책 계획과 실태조사 관련 법안 4건 △의료용 대마와 의약품 접근성 확대 법안 4건 △행정 효율화 관련 법안 1건 등입니다. 

마약류사범 재복역률 29.9%…"출소 후에도 치료·재활 지속돼야" 
 
전문가들과 교정당국은 마약 범죄의 고리를 끊어내려면 단순 처벌을 넘어 치료와 재활에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특히 마약류 사범의 경우엔 출소한 뒤에도 치료와 재활이 단절 없이 이어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법무부 마약사범재활팀 관계자는 "교도소에서 1년가량 약을 끊더라도 출소 후 제대로 관리받지 못하면 다시 마약에 손을 대는 사례가 많다"면서 "출소 이후에도 개인의 중독 수준에 맞춘 치료와 재활을 이어가야만 재범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법무부가 발간한 '2026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사범 재복역률은 29.9%로, 전체 사범 재복역률(21.2%)보다 8.7%포인트 높은 걸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4월1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서 마약류인 코카인이 발견돼 당국이 처리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치료 중단 땐 의료비 4.3배 ↑…"치료 지원으로 재정 부담 줄여야"
 
치료의 지속성을 확보하는 건 재범 방지뿐만 아니라 마약류 사범 관리에 대한 국가 재정 부담을 줄이는 데도 훨씬 효과적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10년치 데이터를 분석한 국회입법조사처의 '마약류 중독질환자의 치료중단과 건강보험 재정 부담 가중 현상'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으로 마약 치료 중단 환자의 의료비는 치료를 지속한 환자보다 약 4.3배나 높은 걸로 추정됐습니다.
 
같은 기간 마약 치료를 중단한 환자 숫자는 5115명으로, 치료를 지속한 환자(2100명)보다 2.4배 많은 탓입니다. 입법조사처 역시 마약 치료 중단과 재발을 방치할 경우 입원과 응급실 이용 등 고비용 의료 서비스 이용이 반복돼 건보 재정 악화를 초래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마약류 사범에 대한 치료 지원을 특정 집단에 대한 특혜가 아닌, 더 큰 사회적·재정적 비용을 막기 위한 '예방적 투자'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법적 사후관리 명시했으나 '임의 지원' 한계…"제도 재설계 시급"
 
치료·재활을 위한 제도적 기반도 올해 초 마련됐습니다. 지난 2월부터 시행된 개정 마약류관리법 제2조(국가 등의 책임)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치료보호·치료감호를 마친 사람의 사회 복귀와 재활을 지원하기 위한 사후관리 체계를 마련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실제 치료를 담당하는 기관의 재원과 전문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장치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현행법은 국가와 지자체가 치료보호 기관의 인력·시설 비용을 '예산의 범위에서 지원할 수 있다'고 명시했지만, 이는 의무 규정이 아닙니다. 정부의 예산 편성과 정책 우선순위에 따라 지원 여부와 규모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김은정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마약류 사범이 교도소에 있을 땐 관리가 이뤄지지만 출소하고 나면 관리가 사실상 단절된다"며 "고혈압 환자가 한 달에 한 번 진료받듯 마약류 사범도 일상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마약 범죄를 엄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재발을 막기 위한 법과 제도가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되지 않고 있다"며 "마약류관리법뿐 아니라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급여법,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도 치료·재활·통합관리 중심으로 다시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신다인 기자 shin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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