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양균 기자]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취임 1년 차를 맞았습니다. 정 장관은 전 정부가 초래한 의정 갈등의 수습, 이른바 ‘지필공(지역·필수·공공의료)’ 해결, 의료개혁 추진 등 막중한 과제를 안고 임기를 시작했습니다. 취임 초 의료계는 의사 출신인 정 장관이 전 정부 장관과는 다른 해법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여론도 좋았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활약하던 정 장관의 모습 덕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임기 1년. 곳곳에서 파열음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의료계는 정 장관에 대해 “속도가 느리다”며 답답해하고 있습니다. 설상가상 장관 교체설까지 돌며 장관을 둘러싼 안팎의 공기는 빠르게 냉각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16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 자리. 의료개혁 진행 상황을 묻는 이재명 대통령의 질문에 정 장관은 “지역, 필수, 공공의료 방안을 만들어서 분야별로 하나씩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 대통령이 “의료개혁 문제도 엄청난 사회적인 의제였는데 조용하게 진행되니까 (의료개혁을) 안 하는 것 같다”고 하자, 정 장관은 “의정갈등에 대한 교훈들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발언을 두고 의사 커뮤니티에서는 적잖이 뒷말이 오갔습니다. ‘이 대통령이 귀를 막고 있다’는 주장부터 ‘의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개탄도 나왔습니다.
최근 전북대학교병원에서 담당 교수의 사직으로 신생아중환자실 운영 중단 위기에 놓이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 사례는 전북대병원이 복지부 지정 전주권 권역응급의료센터 및 권역 호스피스센터, 전북 권역 희귀질환 전문 기관 등을 운영하는 지역 거점병원이라는 점에서 지역 필수의료가 당면한 상황이 어떠한지를 보여주는 일화입니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대변인은 “필수의료의 문제는 지역뿐만 아닌 전국 전체의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취임 1년을 넘어서면서 취임 당시 의료계가 보였던 지지가 상당수 철회된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는 현안 처리와 관련 정 장관의 업무 처리 속도가 지나치게 늦다고 지적한다. 지난 1월 의료계 신년하례회 자리에서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왼쪽)과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의 모습. (사진=김양균 기자)
관련 정책으로 복지부는 지난달 1일부터 ‘포괄 2차 종합병원 지원사업’을 시행 중입니다. 수도권 대항병원으로의 환자 쏠림을 막고 지역 내에서 의료 문제를 해결케 하겠다는 취지에서입니다. 입원, 응급수술, 24시간 진료 등 중등도 진료 역량을 갖추겠다는 목표인데, 앞선 전북대병원의 사례를 보면 현실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양새입니다. 김성근 대변인은 “상급종합병원도 쉽지 않은 24시간, 365일 진료 시스템을 지역에서 유지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권역 당직 체계 등의 방안도 현실성이 높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무엇보다 배후 진료를 담당하는 지역 전문의의 이탈을 막을 방안이 부재하다는 것이 의료계의 지적입니다. 김 대변인은 “권역 및 지역 응급 체계를 구축해도 배후 진료를 맡는 전문의들이 그 자리를 지켜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체계는 작동할 수 없다”며 “특정 의료기관을 센터로 지정하고 나머지 책임은 해당 의료기관에 맡기는 것이 현 제도의 맹점”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현장 의료진을 잡아놓을 제도나 지원책이 지금 당장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지역 포괄 2차 종합병원 지원 사업에 중환자실 수가 가산, 응급수술 가산, 24시간 진료 지원을 위한 당직 비용 지원 및 지역 내 의료기간 간 협력 체계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라며 “올해부터 지정 기관의 기능혁신 성과를 평가해 지원금을 차등 지급할 예정으로, 지역 의료 문제 해결이라는 지원 사업 목적이 달성할 수 있도록 평가 지표 개선 등 사업 관리를 지속 추진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속도 너무 느리다”
전문가들은 정은경 장관의 업무 속도가 지나치게 느리거나 이전 정부의 모습을 답습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의료분쟁조정법 등과 관련해 추진 속도가 느리다고 지적합니다. 김 대변인은 “장관 취임 1년간 의협과 여러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일부는 진행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며 “의료분쟁조정법으로 대표되고 있는 의료인의 형사처벌 및 형사소송 위험 문제에 대해 해법 마련 속도가 느리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연내 해결이 안 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도 “필수의료 분야에서 의료진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과 의료계의 목소리가 더 많이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며 “사법 리스크와 같은 부분에 있어서는 조금 더 과감하게 의료진을 보호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5월 의료존쟁조정법 개정안이 통과됐고 현재 하위법령 및 관련 제도 마련 중”이라며 “각계 의견을 청취하고 검토해 환자와 의료인 간 신뢰와 소통에 기반한 의료 분쟁 해결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전했습니다.
치료 골든타임이 시급한 대표적인 필수의료인 심뇌혈관 분야에서도 더 빠른 정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이경복 대한뇌졸중학회 부이사장(순천향의대 신경과 교수)는 “뇌졸중 전문 인력의 감소 속도에 비해 관련 정책의 추진 속도는 여전히 더딘 상황”이라며 “필수의료 대책이 단순히 수가를 인상하는 방식에 머물 경우, 오히려 거점의료기관의 핵심 인력이 다른 의료기관으로 유출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아울러 “뇌졸중 진료체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센터를 중심으로 대기·당직 수당과 전문 진료과 응급 진료 수당 등 실제 필수진료를 담당하는 의료진에게 직접 보상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한편, 정 장관의 업무 스타일을 답답해하는 것은 비단 의료계뿐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최근 정 장관 교체설과 후임 장관 후보자 명단이 언급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5월 이스란 1차관 교체를 두고 관가에서는 청와대가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사업 성과를 도출하라는 일종의 경고 성격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김양균 기자 k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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