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핵심으로 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와 관련해 "속도전을 넘어서 전격전을 치러야 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착공에서 개소식까지 2년이 채 걸리지 않은 TSMC의 일본 구마모토 사례를 언급하며 '조기 착공'을 주문했습니다. 다만 정부의 의지와 달리 군공항 이전부터 전력·용수, 주 52시간 특례 문제까지 곳곳에 '뇌관'이 도사리고 있어 착공까지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메가프로젝트 2차 민관합동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구마모토 모델' 제시…"신속 집행"
이 대통령은 10일 '메가프로젝트 제2차 민관합동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현재 단계에서는 무엇보다 부지와 기반 시설이 중요하다"라며 "호남, 영남, 충청, 3개 지역이 중심이 되고 있는데 그중에서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경우에는 일본 구마모토에 못지않은 속도로 신속하게 집행됐으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광주 군 공항) 임시 배치 이전이라도 군 공항 인근의 부지에 산단이 조기 착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면서 "전력·용수 공급 계획도 차질 없이 준비해야 한다"며 "국회와 긴밀히 소통해 관련 법령의 제정, 개정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고 했습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연내 메가특구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여 각종 인허가와 환경영향평가 등을 단축하고 전력, 용수, 교통 등 기반 시설과 주거, 교육 등 정주 여건을 신속하게 갖출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청와대 내에 신설 예정인 메가프로젝트 전담 조직과 함께 총리실에는 메가프로젝트 범정부 지원 협의회를 둬 부처 간 협업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공개했습니다. 정부가 메가프로젝트 관련 최고운영책임자(차르) 제도를 도입해 규제 특례와 인허가 등에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입니다.
정부는 메가프로젝트의 성과가 대기업에 집중되는 것도 방지하겠다는 구상을 내놨습니다. 강 실장은 "반도체의 경우 정부는 대·중소기업이 함께 반도체 기술 개발부터 양산까지 협력하는 '함께 성장 프로젝트'를 향후 10년간 1조원 규모로 추진하고, 수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상생 무역 금융 5조원을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빠른 부지 선정에도 '걸림돌'…타임라인 '촉박'
3대 메가프로젝트의 방점은 '속도전'에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대만 TSMC가 일본 구마모토에 건설한 반도체 팹(공장) 건설을 모델로 제시하는데요. 통상적으로 반도체 팹 건설은 짧아도 3~5년이 소요되지만 대만 TSMC는 착공부터 준공까지 2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구마모토의 기적'으로도 불리는 해당 모델의 배경에는 일본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있었습니다. 인허가 과정을 초고속으로 진행해 용지 전환과 환경영향평가, 용수까지 복잡한 행정절차를 원스톱으로 해결했습니다. 호남 반도체 역시 구마모토를 모델로 속도전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른바 '호남의 기적'을 위해서는 산적한 현안을 해결해야 합니다. 호남 반도체가 직면한 문제는 부지입니다. 이 대통령은 메가프로젝트 발표 일주일 만에 연 1차 민관합동회의에서 광주 군 공항을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로 확정하며 속도를 높였습니다. 이미 평탄화가 완료됐다는 점과 국유지라는 점에서 토지 보상 문제로 소요되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이 작용했습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이 제시한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로드맵은 2030년 6월입니다. 광주 군 공항이 부지 자체는 다른 지역에 비해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군 시설이라는 점에서 풀어야 할 숙제가 있습니다.
광주 군 공항에 남아 있는 공군 제1전투비행단 기능을 다른 기지로 분산하는 데에 물리적 시간이 필요합니다. 해당 기능을 다른 기지로 분산하기 위해서는 다른 기지 내에 추가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데, 최소 3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오는 2028년 하반기를 광주 군 공항 기능 이전의 시한으로 설정한 겁니다. 강 실장은 이날 회의 직후 광주 군 공항 이외에도 추가 부지를 선정하는 방안도 공개했는데요. 군공항 이전이 지연될 경우를 대비하는 취지로 해석됩니다.
전력과 용수도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구마모토의 경우 이미 산업단지가 구성된 곳이었습니다. 때문에 전력과 용수 문제 해결에 용이했는데요. 호남 반도체의 경우 댐 여러 곳에서 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기반시설을 건설해야 하고, 최첨단 메모리와 AI용 반도체 생산에는 대규모 전력의 안정적 공급도 필수입니다. 한빛 원전 1~6호기의 총발전량을 고려할 때 타 지역에서 전력을 끌어와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전력·용수 공급시설 구축 사업이 내년 7월 착공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여기에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급증하는 전력수요를 위해 추가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대한 공론화 과정도 예고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산업의 주 52시간제 예외 역시 뜨거운 감자입니다. 정치권의 오랜 논쟁인 주 52시간제 예외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에 어떻게 적용되느냐인데요.
정부 내에서도 산업통상부와 노동부의 의견이 다릅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지난 6일 관훈토론회에서 "일하겠다는 젊은 사람들의 의지를 제도가 강제로 막아서는 안 된다"면서 주 52시간 예외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특히 경쟁국인 중국의 996(오전 9시 출근·오후 9시 퇴근·주 6일 근무) 제도까지 꺼내들었습니다.
반면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출입기자단 간담회 당시 "(반도체 기업들이)예외 없이도 지금 엄청난 이익을 내고 있다"면서 "양대 노총에서 이와 관련해 대통령 면담과 사회적 대화를 제안했으니, 노동계와 충분히 소통해 진행하겠다"고 견제했습니다. 청와대는 산업부와 노동부 사이에서 발생하는 주 52시간 예외 관련 논쟁을 공론화 과정으로 보고, 향후 논의 과정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입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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