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둘러싸고 여야가 재검표 일정을 놓고 충돌하는 사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자 수와 실제 투표용지 수의 오차는 선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다며 사실상 책임을 부인했습니다. 여야가 재검표 방식조차 합의하지 못할 경우 국정조사 기간을 연장하더라도 진상규명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윤건영 국조특위 여당 간사와 서범수 야당 간사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국민 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3차 청문회가 정회된 후 회의장을 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합의대로" "특검 연계"…또 '재검표' 공방
민주당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 3차 청문회에서 지난달 전체회의에서 합의한 대로 오는 18일에 재검표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여당 간사인 윤건영 의원은 "국조를 한 달 연장한 이유는 재검표를 하기 위한 것 아닌가"라며 "대한민국에서 이런 불법 상황(올림픽공원 시위)이 두 달 이상 지속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여야 표결을 요청했습니다.
이어 "국민의힘에서 특검에 합의되면 재검표하자고 해놓고, 이젠 특검(특별검사)이 출범하면 한다고 한다. 전형적인 말 바꾸기"라며 "왜 정치적으로 즐기듯이 이용하는가"라고 지적했습니다. 같은 당 이해식 의원은 "국조특위가 한 달 남았는데, 재검표 날짜를 정하지 않는 것은 재차 국조특위를 연장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민주주의 원칙인 다수결 표결을 위원장이 결정해 달라"고 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재검표를 특검과 병행해야 한다고 고집했습니다. 야당 간사인 서범수 의원은 "18일로 재검표를 잠정 합의한 것도 특검과 병행했으면 좋겠다는 의도였다"며 "곧 특검이 발족할 건데 그걸 못 기다려서 우리끼리 먼저 하는 게 맞는가"라고 되물었습니다.
같은 당 주진우 의원은 "올림픽공원은 무결성이 깨졌고, 수사기관처럼 증거 오염을 막아서 할 수 있지 않다. 더 많은 데이터가 있는 선관위 서버를 공개 검증하자"고 했습니다. 최보윤 의원도 "국조특위 정신이 뭔지 생각해 봐야 한다. 날짜가 중요한 게 아니라 특검과 연계한다는 것과 재검표 방식을 논의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자 재검표 권한이 국회에 있는데 왜 특검에 맡기냐고 맞섰습니다.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은 "국민 불신을 회복하기 위해 재검표를 하자고 했는데, 서버 이야기를 하는 건 윤석열씨가 주장했던 것 아닌가. 왜 국회가 윤씨의 과제를 해줘야 하나"라고 했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특검이 어떤 권위를 가지고 국회보다 낫다고 보나, (재검표) 지연시킬수록 정치적 이득만 가져가려는 사람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여야가 같은 내용으로 충돌하자 윤상현 국조특위 위원장은 "재검표 관련 합의는 여야 간사의 합의로 진행돼야 한다"며 "민주당 의원들의 주장처럼 지금 표결로 결정하면 반쪽짜리 재검표만 될 뿐"이라고 했습니다. 이에 오전과 오후 두 차례 간사 간 협의를 진행했지만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했습니다.
강동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직무대리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국민 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3차 청문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선관위 "입력 착오…개표 결과 영향 없어"
여야가 재검표를 놓고 끊임없이 충돌하는 사이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자 수 조작 의혹에 대해 "특정 시간대에 공개된 잠정 투표자 수가 일부 수정되어도 개표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결국 시간대별 투표수는 잠정 자료이기 때문에 오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앞서 검·경 합동수사본부와 국조특위 소속 김은혜·주진우 의원 등이 선관위가 투표자 수를 임의로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시간대별 투표자 수 입력 과정에서 발생한 오입력 실수를 은폐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개표 조작 가능성까지 제기했습니다.
선관위는 투표자 수를 공개할 법적 규정은 없다며 국민의 알권리 보장 차원에서 투표율을 공개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강동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직무대행은 "시간대별 투표자 수는 특정 시각의 정확한 투표자 수를 의미하는 자료가 아니다"라며 "투표소별 투표자 수 입력·집계·보고 시점에 따라 오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잠정 자료"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시간대별 정확한 투표자 수를 실시간 또는 사후에 검증·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투표율을 기입하는 것과 별개로 개표 시스템은 투표 분류기를 통해 수검표하고 정당 참관인 등이 개표 상황표에 서명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득표자를 마음대로 변경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투표율 기입과 득표 결과 작성은 별개라고 강조했습니다.
오후까지 이어진 청문회에서 재검표 날짜를 두고 여야 간사 합의가 불발되자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은 청문회장을 떠났습니다. 이들은 이후 입장문을 내고 "국민의힘이 오늘 드디어 본심을 드러냈다"며 "여야가 이미 합의한 재검표 일정을 확정하고 실무 준비를 위한 계획서를 처리한 후에야 기관보고든 청문회든 의미가 있다고 했는데, 이를 깡그리 무시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윤상현 위원장의 편파적 회의 운영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국민의힘의 오늘 사태에 대한 사과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습니다. 결국 한 달 연장된 국조특위에도 여야가 재검표 일정을 합의하지 못하면서 올림픽공원에 보관된 247만표에 대한 진상규명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재검표 방식과 일정조차 합의하지 못한 채 국조특위 활동 기간이 종료될 경우, 핵심 의혹을 확인하지 못한 채 조사가 마무리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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