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김정은 직거래까지…길 잃은 '페이스메이커'
협의 없이 UFS 일방 축소…일방적 비용 청구 수순
2026-08-23 17:07:57 2026-08-23 17:22:58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오는 11월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미 대화' 카드가 부상하고 있습니다. 선거 패배를 우려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직거래'를 국면전환 카드로 꺼내 든 건데요. 여기에 북한도 몸값을 올리며 호응하고 있어 성사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대한민국은 '페이스메이커' 역할에서조차 밀려나 있는 실정입니다. 북·미 대화에서의 '코리아 패싱'이 트럼프발 리스크로 한반도를 덮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2019년 6월3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판문점 회담. (사진=뉴시스)
 
북한엔 '러브콜'…한국엔 '불쾌감'
 
23일 외교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일주일 사이 북한에 대한 언급을 늘리며 '북·미 대화' 가능성을 직접 띄웠습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한·미 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UFS)'의 축소를 지시했고, 다음 날에는 곧바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화 제안에 "응답했다"고 공개했습니다. 이후 현지 언론을 통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때 북·미 회담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0일 X(엑스·옛 트위터) "트럼프 대통령님의 이 결단이 북·미 간 신뢰 구축과 대화 재개를 거쳐 한반도의 안정적 평화 체제 구축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면서 페이스메이커 역할의 이행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구상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대북 억지력을 담당하는 한·미 연합훈련은 한·미 사이 교류 없이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통보에 따라 축소됐습니다. 한·미 동맹의 핵심 현안인 연합방위태세에 있어 사전 협의를 이루지 못했다는 자체가 '코리아 패싱'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대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유화 메시지를 내면서도 우리 정부에는 '불쾌감'까지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이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공개하며 이란 문제 관련해 도움을 요청했지만 이 대통령이 "사양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3만9000명(부풀린 수치)의 병력을 주둔시켜 이웃 김정은으로부터 여러분을 지키고 있는데, 이란에서 진행될 아주 쉬운 군사작전을 도와주지 않겠다는 것이냐"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멀어지는 '완전한 비핵화'…거래 압박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직거래에는 후폭풍이 불가피합니다. 북·미 대화는 한반도 정세와 직결되는 문제인데, 대한민국의 핵심 이익이 배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북한이 "57개의 매우 강력한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공개했습니다. 이는 북한의 핵 능력을 인정하는 것으로, 그간의 '완전한 비핵화'에서 멀어진 채 핵 동결 혹은 군축 협상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 '톱다운' 방식의 직거래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개입에는 한계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경우 북·미 협상이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와 미국에 대한 위협 제거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 본토를 직접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제한 수준으로 협상을 마친다면 한반도 정세에는 변화가 없다는 겁니다. 
 
물론 이재명정부의 비핵화 구상도 '동결→축소(군축)→비핵화'의 3단계 접근법을 갖고 있습니다. 보다 현실적인 접근을 하겠다는 건데요. 하지만 북·미 대화에 직접 참여하지 못할 경우 3단계 접근법을 대하는 속도에 이견이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문제를 고리로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미 연합훈련 축소 지시 배경이 한국에 대한 미국의 누적된 불만이라는 현지 언론의 분석도 있었습니다. <폴리티코>는 우리 정부의 3500억달러 대미 투자 지연이 주요 원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결국 한·미 동맹이 거래적 성격으로 변화함에 따라 일방적 비용 청구가 발생할 수 있는 건데요. 대미 투자에 따른 산업 공동화와 대규모 자금 투자에 따른 원화 약세 압력까지 감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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