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모더나가 흑색종에 대한 mRNA 기반 '맞춤형 암 백신' 임상 3상에서 성공을 거뒀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가 다양한 암 분야로 상용화 가능성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합니다. mRNA 기술을 보유했거나, mRNA 부문을 다루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개인별 암 백신으로 진출할 공산도 이전보다 커졌습니다.
(사진= 모더나 홈페이지 캡쳐)
모더나와 '머크 샤프 앤 돔(MSD)'은 지난 19일(현지시간) mRNA 기반 맞춤형 백신인 인티스메란과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병용 요법의 임상 3상 성공 소식을 전했습니다. 인티스메란은 암의 고유한 돌연변이 '지문'을 식별하는 치료제로, 개별 환자 종양의 생물학적 특성에 맞춰 제작됩니다.
이번 시험에는 종양을 완전 절제한 2B~4기 고위험 환자 1137명이 참여했습니다. 참여자들은 2대1의 비율로 인티스메란과 키트루다 병용 요법군, 키트루다 단독 요법군에 배정됐습니다. 병용 요법은 단독 요법에 비해 무재발 생존기간(RFS) 및 '원격 전이 없는 생존기간(DMFS)'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고 임상적으로 중요한 개선을 보였습니다.
이번 시험이 의미있는 이유는 악명 높은 흑색종 재발 제어에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박경화 고려대 안암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흑색종 2기는 수술한 뒤 3년 내에 3분의1 이상 재발한다. 키트루다를 쓰면 재발 위험이 40% 가까이 감소하는데, 그래도 25% 가까이 재발한다"라며 "3기의 경우 키트루다를 써도 약 7년 추적했을 때 절반은 재발한다고 봐야 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전문가들은 추가 암종으로의 적응증 확대 가능성이 열렸다고 입을 모읍니다. 이대호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재발률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효과는 있다고 봐야 한다"라며 "효과 여부가 이번 발표에서 나온 만큼, 앞으로 추가 공개될 내용의 핵심은 효과 정도"라고 설명했습니다.
임상 2상에서 병용 요법은 키트루다 단독 요법에 비해 재발 또는 사망 위험을 49% 감소시키고, 원격 전이 또는 사망 위험을 59%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영국 바츠암연구소의 마르코 겔링어(Marco Gerlinger) 교수는 "재발 없는 생존기간은 장기 생존과 상당한 상관관계가 있다"라며 "이번 결과는 개인 맞춤형 암 백신이 실제로 효과가 있다는 원리 증명(proof of principle)을 제공한다"라고 했습니다.
구본경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 역시 "이번 개인 맞춤형 치료는 흑색종, 흡연 관련 폐암, 고빈도-현미부수체(MSI-high) 암처럼 돌연변이 부담(TMB)이 높아 신항원을 찾기 쉬운 암에서 유리하다"며 "반대로 돌연변이가 적거나 후성유전학적 변화가 종양 발생을 주도하는 암에서는 적용 가능한 표적이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모더나는 2027년까지 상용화를 바라고 있습니다. 모더나 관계자는 "성과가 굉장히 잘 나와서 내부적으로 굉장히 고무적"이라고 말했습니다.
GC·SK바이오사이언스·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주목
글로벌 상용화 가능성이 임박하면서, 국내 업계에도 맞춤형 암 백신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GC녹십자가 mRNA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이고, SK바이오사이언스도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mRNA를 차기 모달리티로 강조하고 있고, 2021년 모더나의 mRNA 코로나19 백신을 위탁생산하기도 했습니다.
2022년 10월11일 서울시내 한 소아과 백신냉장고에 모더나사의 코로나19 2가 백신인 스파이크박스 2주가 보관되어 있다. (사진=뉴시스)
GC녹십자는 일단 코로나19 백신 개발 등 감염병 대응을 마련하고 mRNA-지질나노입자(mRNA-LNP) 플랫폼이 갖춰져야 항암 백신 개발도 생각해볼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mRNA는 여전히 발전이 필요한 플랫폼 기술"이라며 "글로벌에서 진척되는 모습들을 보인다는 게 산업 발전에 있어서는 분명히 긍정적인 요소"라고 했습니다. 이어 "mRNA를 개발하고 있는 국내 다양한 회사들이 그런 성공 사례들을 보면서 개발 방향이라든지 앞으로의 진척 방향들을 정할 수 있는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여재천 가톨릭대 의생명과학과 교수는 "공급을 빨리하는 게 상용화에서 가장 중요한데, 국내에는 해당 시설들이 이미 있다는 점이 경쟁력"이라고 했습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다품종 소량 생산을 해야 하는 맞춤형 제품은 독자적으로 생산 시설에서 생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라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mRNA를 선점해 준비한 것이 큰 의의가 있겠다"라고 했습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이번 임상 결과로 인해, 기존 백신 회사들이 백신의 치료 영역까지 넘어갈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라며 "GC와 SK바이오사이언스가 좀 더 많은 R&D 투자를 통해서 기회를 봐야 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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