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계열사 간 개인신용정보를 함께 활용할 수 있도록 마이데이터 규제를 대폭 손보기로 했지만, 한계는 여전합니다. 금융위는 은행·카드·보험 등에 흩어진 데이터를 결합해 인공지능(AI) 서비스와 맞춤형 금융상품 개발 등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는데요.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은 고객 동의 없이 계열사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범위를 내부 경영관리 목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만큼 상품 추천과 교차판매 등 실제 영업 단계까지 활용하 수 없다는 게 업계 시각입니다.
카드사 정보유출 이후 12년째 규제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전날 '개인신용정보 동의제도 개편 법률자문단' 2차 회의를 열고 '마이데이터 발전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방안의 핵심은 개인신용정보 공동활용 제도 도입입니다. 특정한 목적과 범위 안에서 금융지주 계열사나 제휴사를 정보의 공동이용자로 지정해 개인신용정보를 함께 활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습니다.
금융위는 정보주체에게 정보 활용 목적과 항목, 관리 책임 등을 사전에 명확히 알리는 것을 전제로 계열사와 제휴사가 데이터를 공동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한다는 방침입니다. 기존 금융 분야 마이데이터는 금융사 등에 흩어진 개인의 신용정보를 모아 조회·관리하는 기능에 집중됐습니다.
금융위는 앞으로 활용 영역을 AI 기반 금융서비스와 대안신용평가, 개인사업자·소상공인 대상 서비스 등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은행 거래정보와 카드 소비정보, 보험 가입정보 등을 결합하면 각 계열사가 따로 보유한 데이터만 분석할 때보다 고객의 금융 수요를 세밀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다만 신용정보 공동활용을 통해 만들어진 분석 결과를 실제 계열사 영업과 상품 판매에 활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금융지주회사법 제48조의2는 금융지주사와 자회사 등이 고객의 금융거래정보와 개인신용정보를 계열사에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객의 별도 동의 없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특례는 신용위험관리 등 '내부 경영관리' 목적으로 제한돼 있습니다.
금융지주사법 시행령에서도 위험관리와 내부통제, 업무 및 재산상태 검사, 고객분석과 상품·서비스 개발, 성과관리, 위탁업무 수행 등은 허용하지만 고객에게 상품·서비스를 소개하거나 구매를 권유하는 업무는 내부 경영관리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고객을 분석하고 상품을 만드는 데 계열사 정보를 활용하는 것과 해당 정보를 이용해 특정 고객에게 카드·보험·대출상품 등을 권유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면서 "현행 제도 아래에서는 계열사 데이터를 자유롭게 교차영업에 활용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9월 롯데카드 해킹 불거진 이후 서울 중구 롯데카드센터에 고객보호조치사항 안내문이 게시되어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개인정보 보호·활용 여전히 쟁점
금융지주사 개인정보 활용 규제는 지난 2014년 발생한 대규모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 사태를 계기로 강화됐습니다. 당시 KB국민카드와 NH농협카드, 롯데카드에서 약 1억건 규모의 고객정보가 외부로 유출되면서 금융권 개인정보 관리에 대한 불신이 확산했습니다. 카드사들은 외부 용역직원에 대한 관리 소홀 등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3개월간 일부 업무정지 처분까지 받았습니다. 카드사 정보 유출 사태가 금융지주 계열사 간 정보공유 때문에 발생한 것은 아니었지만, 금융권이 고객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활용하는 관행 자체가 도마에 올랐습니다.
국회는 같은 해 금융지주사법을 개정해 금융지주 계열사 간 고객정보 공유 규제를 대폭 강화했습니다. 이전에는 그룹 내에서 영업 목적으로도 고객정보를 활용할 여지가 컸지만, 2014년 11월부터는 고객 동의 없는 계열사 정보공유를 내부 경영관리 목적으로 한정했습니다. 마케팅을 위한 무분별한 정보 이용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금융위 역시 과거 법령해석을 통해 금융지주사법상 고객 동의 없이 계열사끼리 공유할 수 있는 고객정보의 범위가 내부 경영관리 목적으로 제한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금융위가 예고한 공동활용 제도는 정보주체에게 활용 목적과 정보 항목, 관리 책임 등을 고지한 뒤 여러 사업자를 '공동이용자'로 묶는 방식입니다. 공동활용 범위가 제한돼 있는 만큼 금융지주 계열사들이 활용할 수 있는 정보 범위가 확대됐다고 평가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은행 고객정보를 카드나 보험 계열사가 활용해 직접 상품을 추천하거나 가입을 권유하는 교차영업까지 허용하려면 금융지주사법 개정 등이 동반돼야 하는 상황입니다. 금융지주사법을 손질하는 작업도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2014년 규제 강화의 출발점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였던 만큼 계열사 정보공유 범위를 넓힐 경우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정보보호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정보보호법과 신용정보법에서는 개인정보 처리에서 목적 명확성과 최소수집, 목적 외 이용 제한 등 정보주체 보호를 원칙으로 두고 있습니다. 금융지주 계열사라는 이유만으로 정보 활용 범위를 지나치게 넓힐 경우 소비자가 자신의 정보가 어느 회사에서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는지 파악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금융권에서는 현재의 규제가 AI 시대 데이터 활용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같은 금융그룹 안에서도 계열사별로 데이터가 분절돼 있어 고객의 금융생활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기 어렵고, 글로벌 빅테크와의 데이터 경쟁에서도 불리하다는 주장입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지주 계열사 간 데이터 공동활용을 실제 영업 현장까지 확대하려면 신용정보법 개정뿐 아니라 금융지주사법을 포함한 기존 정보보호 규제체계와의 정합성을 함께 정리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방안을 토대로 금융소비자와 금융업권,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먼저 거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사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보 공유 관련 규제 완화를 검토했지만 진척이 없는 상태다.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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