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오후 부산 남쪽 해상에서 실시된 자폭형 무인항공기 해양 운용 전투실험에서 중형급 자폭형 무인항공기가 발사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부산=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전투실험에 나섰던 자폭용 무인항공기 2대가 잇따라 발사 직후 바다에 추락하는 상황이 지난 25일 발생했습니다. 첨단 과학기술이 적용된 무기체계 연구개발 과정에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지만 취재진이 지켜보는 앞에서 벌어진 건 흔치 않은 일입니다. 전투실험에 나섰던 해군과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보완하는 등 첨단 과학기술 강군을 향한 도전은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국방 연구개발의 어려움을 실감할 수 있는 장면을 직접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이날 오후 3시 부산 남쪽 해상. 부산작전기지를 출항해 3시간가량 달려온 1만 4000톤(t)급 대형수송함 마라도함 비행갑판이 분주했습니다. ADD 주관으로 핵심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자폭용 무인항공기의 해양 운용성을 검증하기 위한 전투실험 때문이었습니다. 전투실험이란 군의 전술 발전, 기술·체계·교리·조직 등 새로운 대안들을 공학적 실험을 반복해 입증·발전시키는 과정입니다.
전투실험은 중형급 자폭용 무인항공기를 해군 함정에서 발진시켜 해상에서 이동 중인 표적용 무인수상정을 탐지하고 타격하는 과정을 처음으로 구현해 보는 과정으로 준비됐습니다. 이를 통해 자폭용 무인항공기의 함정 운용 적합성을 확인하고, 해상 비행 능력과 해상 이동표적 타격 가능성을 검증하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전투실험에 투입된 자폭용 무인항공기는 폭 약 3m, 길이 약 1.5m 크기로 가오리 모양이었습니다. ADD와 참여업체 등에 따르면 이 무인기는 시속 150㎞ 정도의 속도로 10시간 이상 체공이 가능하며 목표를 타격할 땐 시속 약 500㎞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습니다. 정찰·탐색·타격 임무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무인기로 기체는 대한항공이, 로켓 추진체와 발사대(캐니스터)는 LIG D&A가, 지상통제장비 등은 한화시스템이 각각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적의 전파 교란을 막아내는 항재밍 기술과 강화된 통신보안 기능을 갖춘 것은 물론 전자광학·적외선(EO·IR) 카메라와 자동표적인식(ATR) 기능을 바탕으로 주야간은 물론 악천후 속에서도 표적을 정확히 식별·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습니다. 특히 세계 최초로 저궤도위성 데이터링크를 활용해 원거리에서도 정찰 영상을 실시간으로 송신할 수 있는 '하이엔드급' 무인기라는 게 ADD 관계자의 설명이었습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어떤 어려움 있더라도 극복
전투실험의 준비 과정은 순조로워 보였습니다.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뚝뚝 떨어지는 습하고 더운 날씨였지만 전투실험에 참여한 관계자들은 분주하게 움직였고 잠시 후 마라도함 앞쪽 비행갑판에 설치된 발사대의 앞쪽 문이 개방되면서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소음기를 개조한 모터바이크 배기음과 유사한 무인기 엔진 소음이 불규칙하게 들리면서 '자폭형 무인기 발진 1분 전'이라는 안내 방송이 나왔고, 취재진을 포함해 마라도함 비행갑판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숨죽이며 발사를 기다렸습니다. '3, 2, 1, 발사. 쾅!' 생각보다 큰 폭발음에 놀랄 새도 없이 발사대에서 하늘로 솟구쳐 오른 무인기가 잠시 자세를 잡는 듯하더니 바다로 추락했습니다. 무인기는 바닷속으로 사라졌고 메케한 화약 냄새만 코를 찔렀습니다. 마라도함 비행갑판에 있던 전투실험 관계자들의 입에선 탄식이 터져 나왔고 얼굴엔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잠시간의 정적이 흐른 뒤 준비된 예비기로 추가 발사를 준비하겠다는 안내가 나왔습니다.
그렇게 1시간 30여분이 흘렀고 2차 발사 준비가 완료됐다는 안내가 나왔습니다. 1차 발사에 실패한 터라 2차 발사 직전 긴장감은 더욱 고조됐습니다. 오후 5시30분 '발사 1분 전'이라는 방송과 함께 다시 무인기의 엔진음이 불안하게 들려왔습니다. 안내 방송 이후 1분이 훌쩍 넘었지만 발사가 이뤄지지 않자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3분쯤 지나서 다시 '3, 2, 1, 발사. 쾅!'. 이번엔 1차 발사 때보다 3~4초가량 더 날았지만 결국 자폭형 무인항공기는 하늘로 날아오르지 못하고 바다 위로 떨어져버렸습니다. 결국 이렇게 이날 전투실험은 시작도 못 하고 실패로 마무리됐습니다.
해군, 2030년 전후 독도함·마라도함에 자폭 무인기 탑재 추진
마라도함이 부산작전기지로 복귀하는 동안 취재진은 만난 ADD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추락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지만 발사 과정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분석해 원인을 파악해 보완해 향후 있을 여러 단계의 개발 과정을 준비하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30여회 비행 실험을 하면서 단 한 번도 추락하는 상황은 없었다"며 "다양한 환경에서 실험을 수행하면서 해결해야 할 항목은 모두 클리어한 상태였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기존에 준비해 왔던 부분과 다른 것은 해상이라는 환경 하나였다"며 "지상과 달리 함정이 무인항공기를 탑재하는 과정에서 분해했다 재조립하는 과정이 있었고, 1차 발사 직전 시스템상에는 이상이 없었던 것으로 미뤄 조립 과정에서 '미스얼라인먼트'(정렬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해 이 부분을 수정해 1차 발사를 시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 관계자는 "2차 발사에서는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 점검했고,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해서 발사했지만 유감스럽게도 1차 발사와 유사한 상태로 추락했다"며 "일단 추락 원인으로 고려한 부분에서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정확한 추락 원인을 단정 짓긴 어렵고, 돌아가서 여러 후보군을 검토해서 보완하겠다"고 부연했습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번 과제는 시제기를 완성하는 게 아니라 무인기 연구개발에 필요한 핵심기술 과제를 확보하는 과제였기 때문에 이번 전투실험으로 기술 완성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의미가 있다"며 "이것을 근간으로 향후 기대하는 사업을 준비하는 단계로 봐달라"고 덧붙였습니다.
해군 관계자는 "계획했던 자폭용 무인항공기 해양 운용 검증 전투실험을 실시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며 "해군은 향후 자폭용 무인항공기 체계개발과 연계해서 해양 운용성을 검증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해군은 오는 2030년을 전후해 독도함과 마라도함에 자폭용 무인항공기 탑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후 차기상륙함, 유·무인전력모함 등 주요 대형 함정에 자폭용 드론을 탑재·운용할 수 있도록 적용 함정을 확대해 나갈 방침입니다.
부산=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