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울진)=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후포항에서 동쪽으로 약 25km 떨어진 망망대해 한복판, 수심 23m 바다 위에 우뚝 선 왕돌초 해양과학기지는 대한민국 해양연구의 최첨단 거점으로 통합니다. 그러나 기지에 닿는 일부터는 거친 바다와의 사투입니다.
지난 28일 비와 너울성 파도 등 궂은 날씨로 인해 접안을 시도하던 선박 세 척 중 한 척이 끝내 부상자를 싣고 회항해야 했을 만큼 현장 접근은 험난했습니다. 힘들게 기지에 진입하더라도 기상 악화 시 2주 이상 고립되는 고충이 상존할 정도로 이곳 연구진은 미래를 바꿀 소중한 데이터 자산을 축적하고 있습니다.
높이 15m의 셀라데크(해상 구조물의 중앙 설비 구조층)에는 38kW급 태양광 발전 시설과 역삼투 방식 담수화 설비, 친환경 오수 처리 시스템이 구축돼 있습니다. 20m 높이의 메인데크 관측제어실에서는 1분 간격으로 해수온과 기상 데이터를 수집하며 실시간 모니터링을 수행합니다.
2026년 8월28일 울진 후포항에서 동쪽으로 약 25km 떨어진 동해 해상에 왕돌초 해양과학기지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과거 연구원들이 아파트 10층 높이를 오르내리며 직접 물을 뜨던 수동 관측 노동도 대폭 줄었습니다. 바닷물을 실시간으로 끌어올리는 해수 순환 시스템이 적용된 덕분입니다.
기지에서는 첨단 해양 관측 장비인 플랑크톤 스코프와 수중 카메라에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결합해 실시간으로 어종·먹이사슬 기초가 되는 플랑크톤 생물상을 분석합니다. 현재는 빅데이터 학습 단계로 향후 어종 판별 정확도를 9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특히 이곳은 동해 해류의 핵심인 ‘동안난류’의 길목인 만큼, 최근 급증한 참치 등 어종 변화와 동해 수온 상승 추이를 장기 관측해 어민들과 국가 기후변화 대응 체계에 핵심 데이터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왕돌초 기지의 현장 관측 자료는 육상 연구 인프라와 결합해 정밀도를 더욱 높입니다. 폭 5m, 깊이 5m에 달하는 대형 회류수조는 유동 균질도 95~99%를 확보해 실제 바다와 극히 유사한 조류·압력 환경을 모사합니다. 레이저를 발진하는 입자 영상 유속계(PIV) 기술과 기포 폭발 현상인 캐비테이션 검증 기술은 잠수함과 해상 구조물 설계의 오차를 최소화합니다.
2026년 8월28일 울진 후포항에서 동쪽으로 약 25km 떨어진 동해 해상에 왕돌초 해양과학기지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정진용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해양데이터·인프라본부 본부장은 “과거에는 수치 모델이 발달하면 현장 관측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으나 AI 시대를 맞아 정확한 훈련·보정 자료로서 관측 데이터의 가치는 더욱 절대적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과학기지에 탑재된 자율주행 해상 드론의 국산화 문제는 향후 해결해야 할 연구개발(R&D) 과제로 꼽힙니다. 정 본부장은 민간과의 국산화 드론 개발과 함께 ‘넥스트 스텝’을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현재로서는 해양수산부와 신규 사업 기획 단계로 기존 과학기지를 하나로 잇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왕돌초·이어도 등 기존 과학기지를 거점으로 공중 드론, 무인선(USV), 수중 글라이더, 해저 센서 노드를 하나로 잇는 ‘입체 해양관측망’ 구축이 대표적입니다. 이는 단일 점 관측을 넘어 대한민국 해역 전체를 가상공간에 구현하는 ‘해양 디지털 트윈’으로 미국 지구해양관측프로그램(OOI)이 롤모델인 셈입니다.
2026년 8월28일 울진 후포항에서 동쪽으로 약 25km 떨어진 동해 해상에 왕돌초 해양과학기지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경북(울진)=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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