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정부가 반도체와 피지컬 인공지능(AI), AI데이터센터(AIDC) 등 3대 메가프로젝트 지원을 본격화합니다. 관련 예산을 올해 10조8000억원에서 내년 21조30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려, 그동안 기업 투자를 중심으로 추진해 온 사업을 정부도 예산으로 뒷받침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특히 반도체 예산을 3조4000억원으로 확대하고 처음으로 2조6000억원 규모의 전용 특별회계를 신설하기로 했습니다. 업계는 정부 지원의 예측 가능성과 연속성이 확보되면서 서남권 생산 거점 건설 등 주요 사업의 실행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실제 착공을 앞당기려면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 확충과 인허가 절차 단축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왼쪽)이 지난 6월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2일 정부의 2027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반도체, 피지컬AI, AIDC 등 3대 메가프로젝트와 AI 모델 구축 등에 총 21조3000억원을 지원합니다. 반도체에 3조4000억원, 피지컬AI에 3조1000억원, 국산 AI데이터센터 생태계 조성에 5000억원이 투입됩니다. 이 가운데 반도체 예산은 올해 1조3000억원에서 2조1000억원 증액됐습니다.
정부가 발표한 반도체 분야 민간 투자액은 서남권 메모리 팹 4기 건설 800조원, 충청권 첨단 패키징 거점 조성 81조원 등 총 881조원입니다. 대부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기업이 부담하는 금액인 만큼, 업계는 이번 예산안이 기업 중심으로 발표됐던 투자 계획을 정부 예산으로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시스템반도체 발전 전략이나 K-반도체 대책 당시 정부 지원 규모는 900억원에서 1조원 정도였다”면서 “하지만 이번에 그 규모 자체가 커졌고, 특히 2조6000억원이 특별회계로 배정된 것이 상당히 의미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인프라나 교육 등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동력이 생겼다”고 평가했습니다.
특별회계 2.6조원 신설도
주목되는 것은 이번에 처음으로 반도체 산업만을 지원하는 전용 특별회계가 마련됐다는 점입니다. 특별회계는 반도체 재원을 일반회계와 별도로 관리해 다른 분야에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방식으로 내년도 예산안에 2조6000억원이 편성됐습니다. 이번 지원은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과 연구개발, 인력 양성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는 “특별회계 신설로 반도체 지원 사업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기반이 마련됐다”며 “기업이 중장기 투자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의 예측 가능성과 연속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반면 해외에서는 세제 혜택과 별도로 공장 건설비 일부를 직접 보조하는 방식이 확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지원 방식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반도체지원법에 따라
삼성전자(005930)의 텍사스 투자에 최대 47억4500만달러,
SK하이닉스(000660)의 인디애나 첨단 패키징 공장에 최대 4억5800만달러를 직접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일본도 TSMC의 구마모토 1·2공장 건설에 최대 1조2080억엔의 보조금을 책정했습니다.
한 학계 관계자는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조정 기능이 약해진 가운데 미국과 일본은 자국 반도체 생산시설에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세제와 인프라 중심인 국내 지원은 경쟁국과 격차가 큰 만큼 직접 재정 지원을 포함한 방식 변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예산 넘어 인허가 속도 관건
정부는 서남권 반도체 생산 거점 조성에 1조5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입니다. 정부가 6월 발표한 계획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서남권에 각각 2기의 팹을 조성하는 방안이 담겼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관계자들은 지난 7월 광주 군공항 부지를 찾아 팹 건설을 위한 부지와 전력·용수 공급 여건 등을 점검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지원 규모뿐 아니라 인프라와 연구개발(R&D), 금융 지원이 함께 마련됐다는 점에도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단순한 예산 증액이 아니라 인프라, R&D, 금융이 패키지로 묶였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높다고 본다”며 “특히 인프라 지원이 기업에 가장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가 실제로 조성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적지 않았다”면서도 “이번 예산에서 정부의 추진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고, 부지 공급도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생산 거점 조성을 앞당기려면 예산 지원과 인허가 절차 단축이 병행돼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2019년 발표 당시 2022년 착공을 목표로 했지만 환경영향평가와 토지 보상, 용수 공급을 둘러싼 지방자치단체 간 협의가 길어지면서 작년 2월 첫 팹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군 공항 인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산단이 들어설 부지. 해당 부지는 826만㎡(250만 평)로 여의도의 2.5배에 달한다. (사진=뉴시스)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도 지난 6월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투자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신속한 원스톱 행정 지원이 절실하다”면서 이 같은 우려를 전달했습니다. 인프라 지원과 함께 인허가 패스트트랙이나 규제 완화 방안이 마련되면 생산 거점 조성 기간을 단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옵니다.
정부는 피지컬AI 확산에도 3조1000억원을 투입합니다. 제조·물류·농업 등 8대 분야의 현장 실증과 국산 AI 로봇 도입, AI 팩토리 구축 등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국산 AI데이터센터 생태계 조성에는 5000억원을 편성해 서버·전력·냉각 부품의 기술개발과 성능 검증을 지원합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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